[에세이] 평범한 나의 하루 (1)

글 입력 2021.12.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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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웬일인지 눈꺼풀이 가볍게 들린다. 몸이 구름 위에 떠있는 듯 아주 가볍게 몸을 일으킨다. 동굴 안에 홀로 있는 듯한 정적이 1초, 2초, 3초 흐른다.

 

아, 지각이다.

 

눈이 토끼처럼 떠지고, 몸이 놀란 개처럼 벌떡 자리를 뜬다. 그리고 또다시 동굴 안에 홀로 있는 듯한 정적이 1초, 2초, 3초 흐른다.

 

아, 꿈이다.

 

꿈이라서 다행이었지만, 아침부터 너무 놀랐던 터라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다. 요즘 일이 많아서 야근을 했더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싶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일이 잔뜩 쌓인 회사를 향해 가야 한다.

 

요즘은 화장도 하지 않는다. 화장솜에 스킨을 적셔 얼굴 구석구석 문지르고, 크림은 아주 소량만 바른다. 선크림에 묽어서 크림을 많이 바르면 얼굴이 맥반석 계란처럼 빛나기 때문이다.

 

밤 사이에 눌린 머리는 대충 빗질한다. 최근 들어 머리빗에 엉키는 머리카락이 많아져서 속상하다. 탈모 샴푸를 써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2년 동안 써서 이젠 피부가 되어버린 마스크를 쓴다. 절대 감염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코와 턱을 완전히 밀착한다.

 

신발장 앞에 서있다. 제일 좋아하는 컨버스를 신기에는 추워서 오랫동안 신지 않았던 뉴발란스 운동화를 꺼낸다. 운동화 코 위에 앉은 먼지를 털고 발을 구겨 넣는다.

 

그렇게 한 발짝 밖으로 나선다.

 

지금 시각은 오전 6시 53분이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어둠이 낮게 깔렸다. 그래도 무섭지는 않다. 새벽 속을 걷는 사람이 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나는 그에게 의지해 새벽 속에 발맞춰 걷는다.

 

새벽 속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아주 크게 발광하고 있는 oo역이라는 글씨이다. 나는 빛을 쫓는 나방처럼 역을 향해 걷는다. 회사를 가기 위해서는 환승을 한 번해야 한다. 그래서 항상 빠른 환승 구간에서 서있다.

 

내가 타는 역은 지상이라서 지하철을 탈 때면 물에 주황색 물감이 번지듯 해가 떠오른다. 새벽 출근을 하는 유일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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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만 오가는 어둠 사이로 경쾌한 음악이 들린다. "당고개, 당고개행 열차가 잠시 후 들어옵니다."

 

지하철이 도착했다. 모든 문이 동시에 열리고 내리는 사람은 없고, 올라타는 사람만 있다.

 

오늘도 역시 자리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며 두꺼운 패딩을 대충 정리하고, 창문 너머로 주황빛으로 더욱 번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눈은 다시 스르륵 잠긴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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