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만화 Vol.12 - 부조리 [만화]

글 입력 2021.12.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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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의 불합리함과 차별, 불공정이 뉴스에 심심찮게 들린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에 올인하며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이른바 영끌 세대가 마주한 현실은 부조리로 가득하다. 어느 때보다 공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지금이다.

 

만화는 어떻게 현실을 그리고 있을까? 욕망을 덧씌워 현실을 환상으로 바꾸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기도 하며 만화는 사회와 호흡하고 있다. <지금, 만화>에서는 부조리를 그리는 만화의 흐름과 각각의 만화에서 시대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다룬다. 부조리를 다루는 작품을 선정해 작품에서 부조리가 나타나는 방식과 부조리에 대항하는 인물들을 조명한다.

 

 

 

만화는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만화가 묘사한 부조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사회의 초상을 만날 수 있다. 눈에 명확하게 보이는 부조리를 말하지 못하던 시대를 지나, 누구나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해 이제는 부조리를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다.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한 사람이었던 작가가 직접 목소리를 내고, 독자들의 호응을 얻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부조리는 눈에 보이는 명확한 부조리보다는 수증기처럼 주변을 떠돌고, 은폐되어 잘 보이지 않는 부조리를 폭로하기 시작한다. 개인의 부조리가 사실을 구조적 부조리에 기인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시기이며, 자전적 고백이 정형화된 권력과 폭력의 구조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 전달했다. 이제는 선명한 가해자-피해자 구도를 벗어나, 나의 가해자성을 고민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부조리를 고발하는 만화는 사회의 흐름을 따라 변하며, 동시에 기존 부조리 인식의 한계를 깨닫고, 점점 확장되며 발전한다. 그 과정에서 역시 필요한 건 심도 깊은 논의다. 부조리를 주제로 한 만화들에 대한 이해와 기존 사회 비판 방식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논의는 시작된다.

 

이번 호에서는 부조리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비판하는 개념으로 다루었지만, <지금 만화>에서 다뤄왔던 주제들도 알고 보면 부조리와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로 들면, ‘재난’에서는 재난 상황이라는 부조리에 반응하고, 그려낸 만화들을 다루었다. 좀 더 구체적인 부조리 상황을 주제로 설정한 것일 뿐, 부조리는 <지금 만화>가 다뤄왔던 재난(6호), 젠더(7호, 8호, 11호), 판타지(10호) 등을 포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부조리’는 다른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화는 부조리를 짚어낸다


 

사회 비판 만화는 사회의 부조리를 주제로 하는 만큼, 사회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역사를 살펴보자면, 해방 후 격동하는 사회 변화로 만화도 부조리를 인식하고 나타내는 방식이 급변하게 변화해왔다. 그래서 <지금, 만화>는 시대별로 만화가 부조리를 그리는 변화에 집중했다. 80년대와 90년대, 2000년대와 2010년대 후반으로 나누어 부조리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명확하게 나누기는 어렵지만, 사회에서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로 자연스레 부조리를 그리는 만화도 그 인식을 반영한다. 부조리를 인식하는 단계도 눈에 보이는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 속의 불합리를 비판하고, 불합리를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 불합리가 개인의 차원에서 극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최근에는 내밀하고 개인적인 자기 고백적 서사를 통해 부조리를 고발한다. 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정형화된 권력과 폭력의 구조로 해석하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지금 만화>는 격동의 사회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왔던 부조리를 주제로 한 만화의 계보부터 시사만화에 영향력 있던 작가들을 단순히 부조리를 "부당한 순간이 발생"했다고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 '부당한 것이 사회에 강력하게 작용하는 순간에 존재한다고 해석한다. 부조리의 전제를 '발생'보다 더 근본적인 '초법화(강하게 작용)'의 관점을 제시하면서 부조리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이어진다.

 

부조리의 발생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부조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원인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앞에서 언급한 '용인된 비윤리, 사회에 강하게 작용하는 비윤리가 부조리'라는 시선에서 출발한다면, 부조리라는 현상에 대응하는 인물들과 함께 부조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는지를 근본적으로 고찰하기 용이하다. 날카로운 비평으로 부조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관점을 넓혀준다.

 

*

 

당대를 살아가는 대중과 긴밀하게 소통하던 만화는 시대의 부조리를 짚어내거나 혹은 시대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 왔다. 만화가 부조리에 계속 질문을 던져온 것은 무거운 부조리를 익살스럽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만화의 특징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에 질문을 던지며 인식의 확장을 이끌어왔다. 만화는 이전부터 사회에 질문은 던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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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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