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실용적인 예술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 공예 트렌드 페어

글 입력 2021.12.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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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에 관심이 아주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예쁘다거나 갖고싶다는 단편적인 감상이 작품 구매로 이어져본 경험이 많지 않던터라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이었다.

 

실용적인 예술이라 익히 알고 있지만, 살아가면서 누군가 손수 짓고 빚어 만든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던가 손꼽아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를 둘러싼 물건들은 전부 공장에서 뽑아낸 무언가의 파편일 뿐인 것 같다는 다소 자조적인 감상과 함께 페어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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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도에서 조직되어 온 단체들이 눈에 띄었고, 시판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전시를 목적으로 한 형식의 공예품은 별도로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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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개성이 강하게 반영된 부스들은 디스플레이를 꼼꼼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만족감을 주었다. 다양한 문화 예술과 공예의 협력을 제안하는 공간이 무척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비중있던 K마에스트로와 공예의 결합. 매우 정성스럽고도 아름다웠다.

 

페어는 굉장히 큰 규모로, 많은 인파들로 가득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페어인 일러스트 페어를 몇 번 와본적이 있었는데, 부스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같으나, 공예품을 전시하는만큼 그 규모의 단위가 달랐다. 비좁다싶은 공간이 없었고, 참여한 작가들 모두 차별화를 두고자 개성있는 공간을 디피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쓴 것이 느껴졌다.

 

흥미로운 점은 참여작가 분들의 성별과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것이고, 국내 각지에서 모인 공방과 학교, 단체 등의 작가들과 더불어 음악, 무용, 미술 등 다른 예술과도 협업의 형태로 전시된 것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서슴없이 작품을 만져보고 작가에게 곧바로 가격을 물어보는 것이 내게 있어서는 무척 낯선 관람 행태인데, 이 페어에서만큼은 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는 듯 싶었다. 작가분들의 세대와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작품 가격을 소개하고 작가 SNS 채널 등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분야에 관계 없이 이런 향유가 자연스러워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새로운 공예를 소개하는 자리인만큼,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법들을 소개하는 공방들도 있었다.보통 기술을 가지고 개인 공방을 운영하시는 창작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흔히 보기 어려운 특이한 기법의 공예 작품들을 전시하고 작품 판매와 더불어 수강 홍보를 함께 하고 계셨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컨셉으로 한 이 두 공방은 서로 다른 곳인데, 한 곳은 실을 가지고 사실적인 반려견 초상을 만들어주는 곳이었고, 또 다른 한 곳은 도자로 고양이 모양의 '반려 도자기'를 소개했다.

 

이 외에도 천연 염색, 한지 공예, 자수 등 알고는 있었으나 흔히 접하기 어려운 공예들을 한 자리에서 모아볼 수 있었다.

 

페어인만큼 젊은 신진작가들인 대학생,대학원 연구생들의 작품들도 다수 있었다.

 

이 작품 또한 석사생의 작품이었는데, 연구생들의 공예는 제품보다 작품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만의 독자적인 공예기법을 구축하고자 많은 실험과 오랜 시간을 쌓아온 것이 느껴졌다. 가장 좋았던 종이와 물, 색 안료를 활용한 작업. 정확히 어떤 재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컵에서 물이 천천히 새어나가며 배어감으로서 생기는 자연의 물자국으로 패턴을 만든 것 같아 무척 흥미로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부스의 모든 작업이 흥미로워 페어임에도 불구하고 단체전을 온 것 같은 매료가 되었다.

 

섬유, 도자, 금속의 물성을 강조해서 개성을 뽐낸 작가들의 부스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가기 마련이었다. 뜨개질로 모든 부스를 꾸미신 작가님은 페어 내내 쉼없이 뜨개질을 하고 계셨는데, 그 양이 상당했다.
 
그로테스크를 주제로 한 금속공예부스는 거대한 조형물 자체를 부스에 꽉 차게 설치해두었는데, 이목이 쉽게 집중되었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덴티티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설치물 곳곳에 또 다른 금속 공예들이 있었는데,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어서 언젠가 이 분은 쇼룸 매장에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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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피 방법이 부스마다 매우 달랐다. 도자에 물을 들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두니 마치 그림을 그린 것 같아 벽면에 붙은 것들은 그림이 아닐까 싶었다. 가까이서보니 모두 타일이어서 어떻게 도자를 이렇게 섬세하게 칠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특이하게도 바닥에 오브제처럼 쭉 작품을 늘어놓은 곳도 있었는데, 그 간격이 좁아 사이를 지나다닐 수는 없었고 눈으로 관람만 했으나 유리공예의 특성 상 의도적인 디스플레이 같아서 좋았다. 오히려 발 근처에 있고 단상이 극도로 낮으니 특이한 시야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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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전체를 통틀어 가장 흥미롭던 부분은 공예와 회화를 결합한 갤러리들의 시도였다.

 

실제 갤러리들이 공예 페어에 무엇을 목적으로 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으나, 각 갤러리에서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미지는 선명하게 그려졌다. 특히 인상깊던 것은 모두 다른 작가들에게 커미션을 넣은 것이 아닐까 추정되었던 수많은 십자가 모양의 공예품들.

 

가까이서보면 그 형태뿐만 아니라 쓰인 재료와 물성 등이 천차만별이다. 갤러리 큐레이터나 코디네이터로 추정되는 분들께서 기획안을 펼쳐두고 뭔가의 회의를 하고 계신 장면을 보았는데, 아마도 이 전시를 위해 많은 시안을 검토하고 조율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NFT 경매 작품도 있던 것이 놀라웠다. 공예라하면 반드시 만지고 쓸 수 있는 유형의 실물이 존재해야할 것 같은데, 무형의 NFT 홀로그램 작품을 함께 전시해 만질수는 없지만 소장할 수는 있는 미래 공예 작품을 제시했다.

 

*

 

공예라는 것에 대해 어쩌면 완전히 실용적이다, 혹은 완전히 예술적이다라고 이분법적인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늘 두 장점을 아우르며 다양한 분야가 유연하게 결합되고, 재료와 작가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공예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었다.

 

관람을 목적으로 했었기에 실제 작품을 구매해보려는 시도는 하지 못했으나, 공예 트렌드 페어와 재회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을 하나 소장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어란 언제나 전문가 외에 관심있어하는 대중들을 가장 열리고 준비된 자세로 맞이해준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경험이 되어준다. 작품을 직접 매만지고 가게를 구경하듯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생활에 가까운 공예만이 줄 수 있는 독자적인 감동이라 할 수 있다.

 

페어는 마무리 되었으나, 형형색색 공예의 매력에 빠졌다면 내년을 기다려보도록 하자.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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