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잃어버리다 - 키스마요

글 입력 2021.12.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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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시 같다. 시인이 쓴 장편 소설이다. 어쩐지. 너와 내가 헤어지고, 세상에 외계 물체가 갑자기 나타나서, 지구의 종말이나 혼란을 야기하는 현상을 번갈아가면서 서술한다.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하면, 이전과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단 둘만으로도 채워진는 함께 하는 행복을 느껴서, 상대적으로 혼자의 외로움을 알게 되서일까.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후회도 많이 한다.

 

물론 인간의 망각의 동물이고,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희미해지고 희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고. 물론 이후에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거나, 만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세상에 사랑 노래는 왜 그렇게나 많은 것이며, (특히 예전에는 더)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는 사랑을 다루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어떻게든 정의하기는 어려우며, 그만큼 자신의 ‘단 한 사람에게’만큼은 날것을 보이는 일이라 생각한다. 피로 이어진 가족 외의 타인에게.


헤어지는 것은 녹아든 세계를 강제로 뚝 떼어내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의 문화를 점차 깊숙히 베이게 했다면, 이별은 그 교류관계가 끊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별의 고통은 통증이 있으며, 약 먹는 것이 도움이 된기도 한다. 어찌됐든, 그런 충돌을 <키스마요>에선 너와 나를 동일하게 부르고 있고, 상실을 다루고 있다.

 

실체와 분리되지 않았던 그림자였는데, 그림자(나)만 남았다. 침묵만 가득한 세상이고, 언어가 사라진 곳이며, 사막으로 너를 비유한다. 적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너를 잃어버렸지만 결국은 나를 잃어버렸다. 남겨진 상황에 머물러있음을 시적인 문체로 장편 소설처럼 길게 나열했다.

 

연인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아주 조금 있었다. 반지하에 살아서 관이라고 표현했으며, 말이 많지 않았던 관계일 수 있다. 어찌됐든 그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느끼고 혼란스러워 하며,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가 된다.

 

*


이별을 당한 나와 같이 세계는 혼란스럽게 흘러간다. 외계 물체가 하늘 상공에 떠있고, 사람들은 지구 종말을 얘기한다. 작은 낯선 메세지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그리고 알공포에 못이겨 사람들은 종교처럼 단체로 자살을 하기도 하고, 게다가 바이러스가 퍼져서 죽어간다.

 

내가 사는 빈집도 뒤틀려간다. 기이한 현상들이 계속 일어난다. 너로 인한, 너와 나의 부재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이 꿈처럼 연관성이 없지만 미묘하게 말이 되는 듯하면서도 교차되면서 이어진다. 모든 감정과 현상을 시처럼 짧은 문장으로, 함축된 단어로 표현해서, 그래서 더 조용했는지도 모른다.

 

마치 눈 먼 자들의 도시가 떠오르기도 했다.


책 표지처럼 현실과 환상이 구분되지 않았다. 이별의 순간에, 감정에 머물러 있는 의식의 세계 흐름을 표현했다. 머릿속으로 너무나 파고만 들어서 아무 것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정신을 다른 곳에 돌리면 당장 눈 앞의 현실도 볼 수 없는 것처럼, 그런 느낌의  소설이었다.


표현 하나하나가 다 좋았으나 머리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아서 적당히 쉬어줘야만 했다. 많은 함축적인 표현들 덕분에 읽는데 정신 소모가 너무나 커서.. 오래토록 천천히 느리게 읽거나, 혹은 휘리릭 빠르게 넘기면서 읽었다.


대체 어떤 연애를 했길래.. 라는 생각도 잠깐 들기는 했지만, 어떤 경험을 했든 풀어내는 건 작가만의 역량이니까. 그 세계를 같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오감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시각을 청각으로, 청각을 촉각으로, 문장의 시작과 중간과 끝의 감각이 다 달라서 머리가 아찔했다.

 

오감의 향연. 해리포터에 나오는 랜덤맛 젤리처럼, 언제 무슨 표현이 나올지를 모르지만 그래서 더 재밌게 봤다. 호흡이 짧으나 길었다. 김성대 시인의 표현을 오래 느끼고 싶으면 추천한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키스마요 평면표지.jpg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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