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르네상스의 강렬한 성녀, 베네데타 - 베네데타 [영화]

누가 그에게 환시를 보여주었나
글 입력 2021.11.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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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대단한 신앙심이었다. 어린 베네데타를 두고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적 떼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성모의 이름으로 그들을 꾸짖었고, 수녀원에 간 첫날 밤, 몰래 빠져나와 기도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두터운 신앙심과 부유한 부모님을 배경으로 베네데타는 그렇게 수녀가 되었다. 그 삶은 순탄한 듯 보였다. 수녀원에서도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듯했으며, 베네데타의 신앙심은 날이 갈수록 두터워졌다.


그랬던 베네데타에게 유혹이 다가왔다.


바르톨로메아라는 신입 수녀의 등장이었다. 바르톨로메아는 매력적이었다. 거침이 없었고, 단숨에 베네데타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안 될 일이었다. 여성간의 사랑은 금지되어 있었고, 그곳은 수녀원이었으며, 베네데타는 독실한 예수님의 신부였다. 바르톨로메아는 자극 그 자체였고, 베네데타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 사랑이 베네데타에게 영향을 주었을까. 베네데타는 자꾸만 예수를 보았다. 환시에서 예수는 언제나 베네데타를 곤경에서 구했다. 마치 베네데타가 선택된 선지자인 것처럼, 베네데타의 몸에도 예수의 흔적이 나타났다. 마치 십자가에 못 박혔던 그처럼 베네데타의 손과 발에도 깊은 성흔이 나타났고, 이내 베네데타의 이마에도 상처가 생기며 베네데타의 목소리를 통해 예수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성녀의 등장이었다. 그녀가 소속된 테아티노회 수녀원은 페샤에 있었다. 온 페샤가 베네데타를 추앙했다. 급기야 베네데타는 수녀원의 원장 수녀 자리까지 꿰차게 된다. 수녀원은 물론이고, 페샤의 정치 측면에서도 상당한 권력을 가지게 된 베네데타는 계속해서 예수의 환영과 함께 예수의 말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성녀 베네데타라는 칭호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나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공존하는 법. 그녀의 신성함을 의심하는 자가 나타났다. 베네데타가 자해하여 성흔을 꾸며냈다고 주장한 이는 전 원장 수녀 펠리시타였다. 그녀는 주교 대사를 찾아가 베네데타의 거짓 주장에 대한 증언을 하며, 베네데타의 숨통을 조여온다. 더불어, 베네데타와 바르톨로메아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지적하며 그에 대한 처벌도 요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성간의 사랑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베네데타의 재판에서 진위 여부를 가리고자 한 건 베네데타의 예수 영접이 아니었다. 그녀와 바르톨로메아가 정을 통했는가, 이것이었다. 결국 베네데타는 신성을 더럽힌 죄로 불길에 던져질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 위급한 상황에, 다시 한번 베네데타는 자신이 예수의 신부임을 증명해 보인다.


과연, 그녀에게 예수의 환영을 보여준 것은 누구일까. 진정 에수가 그의 신부에게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사랑을 부정한 교회와 수녀들, 그리고 그녀 자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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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네데타>는 자극적이었지만, 그 안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여러 가지였다. 우선 17세기 유럽이 생생하게 그 안에 있었다. 르네상스 시기 유럽의 거리와 유럽을 위협했던 전염병의 등장, 수녀원의 모습은 생생하게 관객에게 전해진다. 특히, 수녀원 내부의 모습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금단의 구역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 시기의 수녀원은 현대가 인식하는 수녀원과는 조금 다르다. 그 시기에는 여성의 인권이 높지 않았고, 그들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은 그들에게 있지 않았다. 오로지 결혼만이 그들 삶의 한 가지 방향이었고, 심지어 결혼하기 위해서는 지참금을 가져가야 했다. 중산층 여성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그들에겐 결혼이 아니면 수녀원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으니 말이다. 이 선택지에도 막대한 양의 지참금이 필요했으나, 그마저도 결혼 지참금보다는 저렴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입회한 여성들이 전부 진실로 신앙심을 가지고 입회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사실 수녀원은 그들에게 생존할 수 있는 곳이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수녀원의 수녀가 관중들 앞에서 설교를 하고 성문을 봉쇄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의 권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베네데타는 그걸 해냈다. 남성 주위 사회에서, 특히 남성 성직자들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베네데타는 통제권을 얻고, 권력을 쟁취했다. 그를 안겨준 예수의 목소리가 진짜였든, 펠리시타의 말대로 거짓이었든 베네데타가 스스로 그걸 해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베네데타는 수녀였기 때문에 동성인 바르톨로메아와 사랑을 나눴다는 사실로 인해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가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사실, 베네데타가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기에 이들의 사랑이 재판으로나마 기록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동성애는 죄악이었고, 소도미아라는 단어로 표현되었지만, 여성간의 사랑은 이 소도미아에도 포함되지 못했으며 간간이 기록되던 남성 동성애와는 달리 남아있는 기록조차 거의 없다. 그저 끔찍한 죄악이라고만 표현되었을 뿐이다. 베네데타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에 그녀와 바르톨로메아의 이야기가 역사에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의 사랑이 많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통해 그들의 사랑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두 사람이 과연 서로를 향한 사랑을 제대로 인식했을까? 평생 예수의 신부로 교육받고 자라온 베네데타가 자신의 사랑을 인지했을까? 그녀는 주교 대사에게 바르톨로메아를 통해 보편적인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지만 그녀는 영화 러닝 타임 내내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으로 부정당하는 사랑, 심지어는 본인의 자아도 부정하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상황이 그녀에게 예수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베네데타는 화형당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며, 원장 수녀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페샤 주민들의 칭송을 버리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며, 무엇보다 바르톨로메아를 계속 사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한 내외적인 압박이 그녀에게 환영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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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말씀을 전하는 성녀. 은총을 받은 주님의 고결한 신부. 신성을 모독하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위선적인 종교인. 레즈비언 수녀. 모두 베네데타를 칭하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끝까지 베네데타의 주장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 진위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베네데타가 화형을 받아 마땅한 신성모독을 한 사람인지, 정말로 신의 부름을 받은 선지자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광기에 찬 베네데타, 광기에 찬 교회, 광기에 찬 군중들이다. 감독은 이것이 관객들 스스로 베네데타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한 의도적인 연출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영화의 연출은 관객들이 베네데타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의도한다.


감독 폴 버호벤은 역사서 [수녀원 스캔들-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을 각색하여 <베네데타>를 만들었다. 영화 <베네데타>는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카롤로비바리국제형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비르지니 에피라 (베네데타 분), 다프네 파타키아 (바르톨로메아 분), 샬롯 램플링 (펠리시타 분)이 펼치는 가장 파격적인 성 스캔들, 영화 <베네데타>는 12월 1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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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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