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가 만약 ooo이라면 (IF I AM OOO)

글 입력 2021.11.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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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노진구라면-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으로 1초 만에 출근, 1초 만에 퇴근할 텐데.


-내가 만약 닥터 후라면-

과장님께 오늘까지 전달해야 하는 실수로 완전 삭제한 서류.. 삭제 전으로 돌아갈 텐데.

 

-내가 만약 로또에 당첨되면-

나의 꿈인 돈 많은 백수를 이룰 텐데.

 

-내가 만약 시간이었으면-

눈치껏 빨리 퇴근시간이 되든, 월급날이 되었을 텐데.

 

-내가 만약 만수르라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황혜민에게 용돈을 줄텐데.

 

-내가 만약 투명인간이라면-

에버랜드 가서 티익스프레스 안 기다리고 탈 수 있을 텐데.

 

-내가 만약 돌이라면-

좋겠다.

 

*

 

하루에도 수없이 덧없는 상상을 한다. 상상 속에만 존재할 수 있는 나로 공상에 빠진다. 한 번 공상에 빠지게 되면 어느 때에는 상황을 계속 만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런 모습에 나의 지인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상상하는 상황은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들이지만, 나는 종종 상상 속 나의 모습 덕분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런 상상을 하게 되는 때에는 정신이 혼미해질 때이다. 회사에서 넘쳐나는 업무, 실수를 했을 때, 월급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통장을 봤을 때. 이미 벌어진 모든 상황이지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특정 캐릭터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상상 속 나의 모습에 빠져 최대 5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다 보면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나아진다. 우습게도 상상하기 전과 후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상상 속 행복한 모습이 마치 현실에도 이루지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

 

나는 그 느낌만으로 만족한다. 이 느낌을 얻기 위해서 상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도 하고 덤으로 기분도 나아지니 얼마나 좋은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걸 너무 잘 알지만, 가끔은 터무니없는 상상으로 툭툭 불정적인 에너지를 털어내는 것도 좋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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