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OMANCE: 김상진&문지영 듀오 리사이틀

글 입력 2021.11.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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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리사이틀 로망스 포스터 (최종).jpg

 

 

매월 음악회를 찾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12월의 공연은 항상 뜻깊게 느껴진다. 12월의 음악회로 그 해를 마무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2020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긴장 상태로, 바쁘게 흘러갔던 2021년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12월의 무대들을 찾아보니, 인상적인 조합의 앙상블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비올리스트 김상진과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는 소식이었다. 개인적으로 올해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다른 무대에서 여러번 연주를 볼 기회가 있었고,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작년부터 유독 공연 일정이 나와 맞지 않아 무대를 볼 수가 없었다. 그런 두 연주자가 연말에 한 무대를 꾸민다니, 이 무대는 정말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니스트들은 앙상블로서 활동하기도 하지만 솔리스트로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악기 연주자들보다 주목받을 확률이 아무래도 좀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아노와 반대로,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영역에 쉽게 들어가지 않는 악기들도 있다. 여러 악기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현악기 중에서는 비올라와 콘트라베이스가 특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콘트라베이스는 실내악 앙상블에 잘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런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비올라는 실내악 앙상블에 많이 포함이 되는 악기인데도 유심히 듣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 쉬운 악기다. 그러나 사실 실내악을 들으면 들을 수록, 비올라가 앙상블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실내악 공연을 다니다 보면 인상적인 비올리스트들이 기억에 남곤 한다. 비올리스트 김상진 역시 그런 비올라 비르투오소 중 한 명이다.


어떤 앙상블에서든 허리 역할로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무게감을 유지해줬던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데에 능한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만난다고 하니 실내악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12월 16일 듀오 리사이틀을 분명 관심깊게 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항상 4명 이상의 앙상블로서 연주하는 모습을 봐왔던 지라 오직 피아노와 합을 맞추는 이번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그 자리를 올곧게 지키며 중심을 잡아주던 든든한 모습과는 또 다르게, 온전히 드러나는 자리에서 그야말로 비르투오소를 가감없이 보여줄 공연이기 때문이다.


 



PROGRAM

 

Robert Schumann  Adagio and Allegro for Viola and Piano, Op.70


Jeajoon Ryu  Sonata per viola e pianoforte


Sangjin Kim  Romance for Viola and Piano


Rebecca Clarke  Sonata for Viola and Piano

 




첫 곡으로 선곡된 작품은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작품번호 70이다. 슈만은 이 작품을 원래 '로망스와 알레그로'로 하려고 했으나, 최종 출판본에서는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로 확정했다고 한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자면, 아다지오에서 그만큼 낭만의 정취를 한껏 느껴볼 수 있으리라는 유추를 해봄직하다. 원래는 피아노와 첼로의 버전으로 작곡된 작품이지만, 여기서 첼로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호른으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번 무대에서는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무대에 오르기에, 관객들은 이번 무대에서 비올라와 피아노의 조합으로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를 감상하게 되었다.


1849년에 작곡된 이 작품은 슈만의 창작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로 손꼽힌다. 실내악뿐만 아니라 합창곡, 가곡, 솔로 및 관현악곡이 두루 작곡되었던 한 해였으니 말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아마도 1849년은 슈만에게 아름답고 인상적인 한 해였으리라고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1849년, 슈만이 살고 있던 드레스덴은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한 상황이었다.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 하에 민심이 술렁이고 혼란스러웠다. 그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슈만은 현실에 압도되지 않고 보다 본질적인 내면의 세계로 파고들었다. 그 깊은 성찰의 끝에서 나온 것이 이 아름다운 선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아다지오와 알레그로의 서주는 'Langsam, mit innigem Ausdruck'이라는 지시어가 붙어 있다. '느리게, 진심어린 표현을 담아'라는 뜻이다. 바로 이 부분이 슈만이 의도한 아다지오다. 구분해서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어보면 여기가 아다지오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느리면서 자유로운 구성으로 진행되는 아다지오는 'Rasch und feurig(불타오르듯이)'에 접어들어 명백한 알레그로로 전환된다. 그러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가 따로 노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다지오에서 연주된 주제가 알레그로에서 변형되어 재현되므로, 이를 유념해 들어보면 작품의 완결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흐름과 템포 그리고 선율 속에 담긴 드라마가 명확히 구분되는 속에서 이어지는 이 연결성에 주목해서 감상한다면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를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은 류재준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다. 이번 무대에서 세계초연되는 작품인 만큼, 이 작품에 대해서는 공연 전까지 작곡가의 의도나 배경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전에 보여줬던 류재준의 작품들이 현대음악의 특징들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소나타도 형식은 소나타일지언정 그 속의 내용들은 매우 현대적일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유추하게 된다. 조성이나 선율, 구성과 진행 그 모든 것들이 분명 예측불가일 것이다.


현대음악은 곧바로 음악을 소화하기엔 여전히 난해한 면이 많아서, 미리 알고 갈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감상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류재준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세계초연되는 작품이므로 그야말로 백지 상태로 가서 날 것 그대로 음악을 듣는 수밖에 없다. 과연 그가 고전적인 소나타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냈을지 기대해 볼 법하다.


 

비올라_김상진.JPG



이번 무대의 세 번째 작품으로 선곡된 곡은 이번 듀오 리사이틀의 타이틀 '로망스'와 동일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바로 김상진의 Romance다. 작곡가 이름이 김상진인 것을 보고, 이 김상진이 그 김상진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맞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바로 세 번째 선곡된 작품인 Romance를 작곡했다. 다시 말하자면,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이번 무대에 자신의 자작곡을 올리는 것이다.


김상진은 Romance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그야말로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선율이 가득 담긴 작품을 만들었다. 공연 전에 이 작품을 미리 들어보고 싶은 사람은 유튜브에 검색해보길 바란다. 다행히 유튜브에 영상들이 남아 있어 이 아름다운 작품을 미리 들어보고 갈 수 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는 두 가지 버전을 볼 수 있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작곡가로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비올리스트 이한나가 비올라를 맡아 앙상블을 이룬 연주도 볼 수 있고, 김상진이 비올라를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이상희가 반주를 하는 앙상블도 볼 수 있다. 작곡가가 비올라의 주선율을 연주하는 것도, 피아노로 반주하는 것도 그에 걸맞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작곡가이기에 더욱 이 작품을 깊게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가 비올라를 연주하는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인 만큼, 관객들은 짧지만 꿈결같은 순간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김상진과 문지영은 레베카 클라크의 비올라 소나타를 선곡하였다. 영국 태생 작곡가이자 비올리스트였던 레베카 클라크는 비올라 비르투오소로도 유명하지만 당시 세계 최초의 오케스트라 여성단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성별이 여성이라는 것이 음악가 그리고 연주자로서 활동하기에 큰 제약이었던 시기에, 클라크는 이번 무대에 오르는 비올라 소나타를 작곡하여 익명으로 작곡 경진대회에 출품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당시 1위를 했던 에른스트 블로흐와 심사위원 점수가 동점이었으나, 대회를 개최한 Elizabeth Sprague Coolidge가 블로흐를 1위로 뽑음으로써 2위로 자리매김했을 뿐이다. 이 익명의 2위가 레베카 클라크라는 것이 밝혀지자 당시 음악계가 떠들썩했다고 한다. 그만큼 음악계에서 여성이 활약할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즉 레베카 클라크는 작곡가로서, 솔리스트로서 그리고 여성 연주자로서 입지전적 인물인 것이다.


그런 그가 작곡한 비올라 소나타는 격렬하고 인상적이다. 1악장 Impetuoso는 지시어부터 격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활발한 비올라의 팡파레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1악장은 클라크가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은 드뷔시와 랄프 본 윌리엄스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특히 드뷔시의 반음계적 요소와 선법, 온음 음계 사용방식을 클라크의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을 1악장에서 느낄 수 있다고 하니 이에 주목하여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2악장 비바체는 활기차다. 화음과 피치카토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선율이 아주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를 이어받은 3악장은 종악장인데도 아다지오다. 애수 어리고 감성어린 선율로 이어져 피날레가 다소 독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클라크는 이 피날레에서 재미있는 변주를 준다. 그는 이 느리고 풍부한 아다지오에서 1악장을 재현시켜 낸다. 이 놀라운 변화를 맞은 피날레는 비올라와 피아노의 모든 음역을 아우르며 불꽃처럼 화려하게 타올라 끝맺어진다.



(c)Jino Park (1).jpg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독일 쾰른 국립 음대와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수학한 후 세계 각지의 페스티벌과 홀에 초청받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올리스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국내에서도 서울시향을 비롯해 KBS 교향악단, 코리안 심포니, 부산시향 등 전국 각지의 주요 오케스트라들에 솔리스트로 다수 초청되었으며 10여 종의 음반을 발매하기도 하였다. EBS 라디오의 '클래식 드라이브',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 고양 아람누리에서의 렉처 콘서트 시리즈 '김상진의 음악선물' 등으로 방송진행자와 해설자로서도 활동했던 그는 현재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젊은 비르투오소인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201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 콩쿠르와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고, 리사이틀을 갖는 등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서 꾸준히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폴란드 쇼팽협회의 '쇼팽과 그의 유럽' 국제 페스티벌 초청 리사이틀을 받아 다시 한 번 전 세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이번 무대에서 다시금 음악성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이루는 앙상블도,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연주했던 다른 앙상블도 보면서 두 연주자가 실내악 무대에서 보여주는 각자의 비르투오소에 감탄한 바는 있지만, 이 두 연주자가 앙상블을 이루는 무대는 이번에 처음 본다. 이 조합으로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더더욱 기대된다. 여지껏 실내악 무대를 봐오면서 비올라 파트에서 너무나 인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던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인상깊은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함께 앙상블을 꾸리는 것을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순수와 열정을 넘나들며 이들이 보여줄 음악적인 낭만의 세계가 어떨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1년 12월 16일 (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김상진&문지영 듀오 리사이틀 '로망스'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약 75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오푸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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