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간 안에 채워진 '방백' [전시]

글 입력 2021.11.1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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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백: 무대에서 배우가 곁에 사람을 두고 홀로 하는 말이다. 이때 곁에 사람이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에 방백의 효과는 살아난다. 즉 방백은 '관객'을 향한 말이다.

 

 

일상이라는 무대에 서서 돌아오지 않을 메아리를 날리고 있는 우리. 누구도 듣지 못할 혼자만의 외침, 방백에 나는 한 번이라도 귀 기울인 적이 있을까?


살면서 수도 없이 스쳐 간 부정적인 감정을 살펴볼 생각 없이 그저 뭉뚱그려진 비속어나 유행어 속에 숨겨 내뱉고 말지는 않았나.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충분히 소화시킬 새 없이 넘긴 그 때, 우리의 마음은 탈이 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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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개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건강하게 표현해보고자 주제화하였다. 이는 타인의 감정까지 아울러보려는 일종의 탐구이자 사색과 고독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어디선가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삼키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감정적 소통의 제안으로써 개인의 우울을 드러내어 소통과 위안 그리고 치유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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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첫 챕터 ‘감정의 직면’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컵과 각각 다르게 담긴 키네틱 샌드를 통해 여러 형태로 보관된 개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나를 붙잡고 흔들었던 기억과 감정을 다시금 꺼내 다독이기엔 개인의 갈등과 두려움이 빗방울처럼 모여 그 속에 우울과 불안을 침식시키고 만다.

 

우리는 때로 내면에 담긴 여러 형태의 부정적 감정을 직면하며 그 실체를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감정들이 마음 한 쪽에 남아 곪아버리지 않도록 그 실체를 인정한 뒤, 충분히 해석하고 느끼며 건강한 방식으로 휘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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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두 번째 챕터는 ‘감정의 추적’이다.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것은 내 감정을 해석하는 일이다.

 

특히 부정적이고 복잡한 감정에 대해서는 정확히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 아주 짧고 강력한 단어 하나에 대충 그 복잡한 감정을 담아 토해내고는 한다.

 

이번 챕터에서는 직접 확인한 감정의 실체를 해석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뜻을 지닌 단어 중에 내 감정과 가장 닮은 것을 찾으며 나의 감정이 왜 이 단어와 닮았는지 고찰하게 된다.


고찰의 과정에서 평소보다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감정을 살펴보게 되고, 이를 통해 내 상태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마냥 속절없이 울려 퍼지던 개인의 메아리는 조금 더 명확한 형태를 지니고 공간 안에 울려 퍼진다.

 

그렇게 해석되고 표현된 개인의 울림이 모여 교감과 공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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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 챕터에서는 공간 안에서 느낀 감정을 문장으로 풀어 표현한다. 어딘가에 깃들어 있던 개인의 감정은 미완성의 문장으로 전달된다.

 

같은 키워드임에도 다르게 나타나는 각자의 감정이 하나의 범주 안에서 서서히 스며들 때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한 공감의 지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새벽감성이라고 하지 않나. 대충 넘겨버린 부정적인 감정이 다시 스멀스멀 발목을 붙잡고 뒤흔드는 때. 철저히 혼자가 되어 스스로를 잠식시키는 네모의 세상(침대, 방, 아파트, 혹은 세상 자체).

 

그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방백이 울려 퍼지는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누구도 들어줄 수 없는 우리의 무대 속 관객은 우리 자신이다. 내 안에서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관객의 입장에서 감정의 실체를 충분히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를 향한 외침을 누구보다 꼭꼭 되씹으며 천천히 또 건강하게 소화시킬 수 있길.

 

 

[정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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