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음악]

바람에서 슬슬 겨울 향이 나면 듣는 음악.
글 입력 2021.11.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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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mell snow."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미드 <길모어 걸스> 속 로렐라이가 겨울이 되면 꼭 하는 말이다. "눈 냄새가 나." 극 중에서 그녀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곧 정말로 눈이 내리곤 한다.


요즘 바람에서 겨울 향기를 맡는다. 초겨울 내음이 나기 시작하면 캐럴이 절로 생각난다. 한 달 하고도 며칠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지금부터 충분히 누려주어야 한다.


며칠 전, 이제 캐럴을 들어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애정하는 '재즈 기자' 채널에 작년에 올라왔던 재즈 캐럴 플레이리스트가 바로 눈에 띄는 것이 아니겠나? (가끔 이렇게 핸드폰이 내 생각을 읽고 눈앞에 내가 원했던 것을 들이밀면 무서울 때가 있다) 어쨌든, 핸드폰이 준비해준 그 플레이리스트를 딱 틀자마자 갑자기 몸에 힘이 솟았다. 기분이 확 좋아지면서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캐럴을 들으면 왜 무조건 기분이 좋아질까? 도대체 누가 이런 마법 같은 음악을 처음으로 만든 걸까?

 

 

'재즈 기자' 채널의 재즈 캐롤 플레이리스트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나 'O Holy night' 같은 교회의 성탄 찬양이 아닌 상업적 캐럴이 처음 나온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1940년대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참이었던 그 시기에 상업적 캐럴이 처음 등장했다. 캐럴의 조상은 모두가 다 아는 그 노래, 'White Christmas'이다.


'White Christmas'는 미국의 비공식 국가 'God bless America'와 영화 'Top Hat, 1935'에 삽입된 'cheek to cheek'을 작곡한 미국의 당시 대표적인 작곡가 어빙 벌린(Irving Berlin)이 작곡했다. 음악 영화 'Holiday Inn, 1942'에서 배우 겸 가수 빙 크로스비(Bing Crosby)가 부르며 캐롤계의 조상이 되었다.

 

 

영화 'Holiday Inn, 1942'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빙 크로스비 & 매조리 레이놀즈

 

 

'Holiday Inn, 1942'는 할리우드의 음악 영화, 뮤지컬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라랜드'와 같은 음악 영화들이 차용한 포인트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전 영화의 직관적인 슬랩스틱의 코믹함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영화가 대성하면서부터 상업적 캐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빙 크로스비가 부른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에 5천만 장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는 싱글 음반으로는 1위의 판매량이다. 비틀즈의 'Hey Jude' 싱글이 약 800만 장 판매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아래에서는 필자가 찾아 듣는 캐럴들 중 몇 곡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냇 킹 콜 - 'The Christmas Song'

 

 

첫 번째 곡은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냇 킹 콜 (Nat King Cole)'이 부른 'The Christmas Song (1961)'이다.

 

살짝 웃는 얼굴로 부르는 캐럴에 마음이 녹는다. 여러 가수의 'The Christmas Song'들 중 가장 감질나고 시원한 느낌이다. 사담이지만, 그는 1964년 내한 공연에서 아리랑을 불렀다. 우리나라의 노래를 꽤 정확한 발음으로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궁금한 분들은 한번 유튜브를 통해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딘 마틴 - 'It's Beginning to Look Like Christmas'

 

 
두 번째 곡은 '딘 마틴 (Dean Martin)' 버전의 'It's Beginning to Look Like Christmas'이다.
 
라디오에서 부른 이 곡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신기하게도 그는 크리스마스 노래들을 참 많이 불렀는데, 1919년 6월에 태어나 199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났다. 겸손하고 정중했다던 그의 성격처럼 그의 캐럴들도 부드러운 신사의 느낌을 풍긴다.
 
 
영화 'The Polar Express'에 삽입된 'When Christmas comes to town'

 

세 번째 곡은 불쾌한 골짜기 캐릭터들로 무섭다는 관객들이 많았던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The Polar Express)'속 'When Christmas comes to town'이다. 배우 톰 행크스가 기관장과 주인공 8살 소년 등 1인 5역으로 연기했다.

 

이 영화를 아직 안 봤고, 크리스마스 영화를 찾고 있다면 꼭 권해주고 싶다. 아쉽게도 왓챠나 넷플릭스에서는 작년 말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구매해서 봐야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 북극행 특급열차에서 먹는 코코아는 매우 따듯하고, 북극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나름의 스릴도 있다.

 

 

'The Family Man' - 'La La Means I Love You'

 

 

마지막으로는 캐럴은 아니지만, 겨울이 되면 몇 번이고 보는 영화 '패밀리 맨' 속 잭 캠밸(니콜라스 케이지)이 사랑하는 부인에게 'The Delfonics'의 'La-La Means I Love You'를 불러주는 장면이다.

 

크리스마스에도 직원들을 출근하게 하는 워커 홀릭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그는 넘치게 부유한 자신의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자부한다. 우연히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주친 정체 모를 남자에 의해 사랑하는 부인, 그리고 두 명의 아이들과의 소탈한 삶을 체험하게 되는 내용의 영화다.

 

영상 속 장면은 시골에서의 삶을 부정하고 부자였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잭 캠밸이 비디오 속 자기 자신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다. 그도 난생 처음 보는 행복한 모습으로, 넘치는 사랑을 노래하는 자신을 본다는 것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

 

특정 시기에 들었던 음악은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품고 있다. 캐럴은 크리스마스의 공기를 담고 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특별한 일을 계획해두지 않았어도 크리스마스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 크리스마스는 작은 것에도 풍족한 마음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기 가장 좋은 명절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불우이웃돕기가 시작되었고, 크리스마스 씰을 샀다.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크리스마스카드를 쓰고, 선물을 나눈다. 가장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과 반짝이는 트리 앞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이불 속에서 귤 한 박스를 까먹으며 겨울 영화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베풀고 나누는 것이 당연한 시기이다. 캐럴을 들으면 그런 공기를 마실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지나 보다. 이런 캐럴을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며칠 동안만 듣기에는 너무 아깝다. 올해 아직 캐럴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면 얼른, 당장 들어보기를 권한다. 분명 듣기 전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다.

 

 

 

권현정.jpg

 

 

[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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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아지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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