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문화 전반]

어덕행덕
글 입력 2021.11.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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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난생처음으로 한 아이돌 그룹에 스며들듯 입덕했다. 몇 개월의 입덕 부정기를 지나서 마음을 인정했다. 아, 이건 사랑이다. 본격적으로 덕질을 시작한 지 두어 달 정도가 지나자, 예상외로 덕질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어덕행덕이라고 했던가.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지금부터는 덕질을 하면서 배우게 된 나만의 깨달음을 공유하려고 한다. 덕질하시는 많은 분이 아이돌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많이 받으면서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어덕행덕 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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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하면서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지혜, 사람 간의 관계성을 배울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이 출연하는 자체 예능 영상을 몇 년 치 몰아보다 보니, 멤버들 간의 미묘한 관계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성격, 개성, 취향이 너무 다르다 보니 많이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성격과 취향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하나씩 맞춰가는 모습이 보였다.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청춘들이 서로 충돌하고 깨지고, 다시 화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마치 청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관계였던 이들이 힘든 연예계 활동 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겪으면서 점점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친해지는 게 보였다. 나중에는 찐친 케미를 보이며 서로의 안식처이자 방패막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며 뭉클하고 감동적이기도 하였다.


학교생활을 하거나, 직장 생활할 때도 어딜 가나 나와 안 맞는 사람은 한두 명은 있는 것처럼 아이돌 그룹 내에서도 서로 잘 안 맞고, 취향과 성향이 너무나도 다른 멤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관계를 끊어내거나 안보는 대신에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한다. 너무나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가려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과정 자체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인간관계에서 잘 안 맞거나 충돌이 있을 때 함부로 끊어내는 대신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맞춰가려는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처럼 덕질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배우고 힌트를 얻게 되었다.

 

두 번째,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개성은 어떻게 찾는 것인지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처음 데뷔할 때는 별로 두드러진 개성이 없이 모두 엇비슷했던 멤버들이 시간이 갈수록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가장 멋있고 빛나는 순간은 누군가의 컨셉을 따라 할 때가 아니라 자신만의 본연의 특색을 잘 살려서 본인 스스로가 하나의 컨셉이 되었을 때이다. 예를 들면 A 씨는 데뷔 초부터 내향적이고 다소 우울한 측면이 두드러졌다. 데뷔 초, 그는 소속사에서 시키는 대로 억지로 외향적이고 밝은 척을 하려고 애썼지만, 사실 어색하고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자신만의 우울하고 다크한 측면을 아예 컨셉으로 앞세웠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처럼 외적인 모습부터 자작곡, 뮤직비디오 등 작품 세계관까지 전부 자신만의 다크한 분위기를 담아내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에게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마침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나의 최애가 아니었는데 최애 자리를 노릴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컬러와 고유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만의 고유성과 개성을 찾아서 키워나갈 때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빛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 번째,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하는 아이돌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는다. 치열한 경쟁 시스템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워야 하는 아이돌은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외모, 춤, 노래는 기본이고 사회성을 갖춰서 눈치도 빨라야 하고, 예능을 잘하려면 재치 있게 말도 잘해야 한다. 아육대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체육 종목도 하나쯤은 잘해야 한다. 활동기에는 하루 2~3시간밖에 못 자고 격렬한 퍼포먼스를 해야 하기에 체력도 중요하다. 팬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인터넷 용어, 주접, 드립 등도 배워야 팬들과 티키타카가 가능하다.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이돌을 보면서 나도 마음을 다잡고 꿈과 목표를 향해서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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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꿈을 이룬다는 것은 환상과 망상 속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노력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돌은 연습생 기간이 최소 몇 년이고, 데뷔 후에도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돌이 오랜 시간 꾸준히 내공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꿈이 손쉽게 하루아침에 짠! 하고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게 된다.

 

화려한 모습 뒤에는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어두운 연습생 시절이 있다. 몇 년 동안 청춘을 다 받치고 연습실에 갇혀서 춤과 노래를 연습하던 피, 땀, 눈물의 시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막상 데뷔하더라도 1위를 향한 치열한 경쟁터 속에서 부단히 나아가야 한다.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성실하고 묵묵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 애정을 쏟아야 한다고 느꼈다. 세상은 머릿속 망상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한 번에 잘 풀리기에는 매우 어렵다.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더라도 나의 목표와 꿈을 향해서 꾸준히 내공과 기본기를 쌓아야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구나! 배웠다.


나는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이렇게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많은 영감을 받게 되었다. 많은 분이 어덕행덕하시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덕질이 유용하게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모두들 어덕행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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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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