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4년만에 함께 떠나는 여행, 캠핑클럽 [드라마/예능]

'핑클' 이라는 이름의 노래
글 입력 2021.11.1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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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은 1998년 1집 앨범으로 데뷔한 여성 4인조 걸그룹이다. 리더 이효리를 주축으로 옥주현, 이진, 성유리가 멤버이며 SES와 함께 1세대 아이돌로서 여러 걸그룹의 귀감이 되어왔다. '캠핑클럽'은 지난 2019년, 그룹 활동 이후 4인 4색의 매력을 뽐내며 개인 활동을 해오던 핑클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캠핑을 떠나는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그녀들과 떠나는 이 여행을 통해서 시청자들은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여름 캠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층 깊어진 그녀들의 관계와 내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닌 의외의 모습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마치 모든 것을 거침없이 쏟아낼 것 같은 이효리가 마음의 짐처럼 꺼내지 못한 말이 있다거나, 마냥 수다스럽고 부산할 것 같은 옥주현이 그저 묵묵히 멤버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만 한다거나, 누구보다 엄격하고 뻣뻣할 것 같은 이진이 의외로 허당미와 개그미가 있다거나, 순하고 겁 많은 막내일 것 같은 성유리가 제법 야무지고 애교도 많고 자존심도 센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녀들이 더욱 친밀하게 느껴진다. 또 각자의 성격이나 기질이 바뀐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서로의 변화를 받아들여 더욱더 편해진 그녀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편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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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인 이효리는 여행 중 바다에서 머물렀을 때 가장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마 결혼 후 제주도에서 꽤 오랜 시간 생활해 온 것이 그녀가 바다를 익숙하게 느끼는 이유인 것 같다. 거침없이 바다를 향해 뛰어들어 수영하는가 하면 솜씨 좋게 물살을 가르며 서핑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다 가끔 바다 위 방파제에 홀로 앉아 해변을 바라보던 이효리는 과연 무슨 생각에 잠겨 있었던 걸까.


캠핑클럽을 시청하다 보면 순간순간 이효리가 보여주는 침묵에 오히려 집중하게 된다. 자칫하면 웃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사색에 빠져있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침묵하고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어 낸다. 이는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검증되었듯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적절한 웃음 포인트와 사건을 조율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그녀의 타고난 감각 덕분이다.


특히 멤버 이진과 보여주는 이효리의 케미는 프로그램의 큰 구심점이 되어준다. 소름 끼칠 정도로 친하진 않지만 잘 지낸다는 이효리의 말이 무색할 만큼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생활 습관, 일하는 방식, 웃음 코드까지 뒤늦게 찾은 소울메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모임에서 자신이 너무 꽉 막혀있었다던 이진과 자신은 너무 열려있었다던 이효리의 표현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알맞게 다듬어진 둘의 모습이 조화롭다.

 

게다가 캠핑을 거듭할수록 유독 옥주현과 성유리의 배려가 자주 눈에 띈다. 옥주현은 홀로 바다 수영을 즐기는 이효리를 걱정되어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성유리는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하지 못하는 이진을 위해 그녀의 곁을 지킨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따로 또 같이 티 나지 않게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이 새삼 감동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캠핑이란 '사서 고생하는 여행'이라 할 만큼 번거롭고 힘든 여행인데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냄과 동시에 서로를 향한 크고 작은 배려들이 모여 핑클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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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를 향해 캠핑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얼기설기 뒤섞여 누워있던 그녀들은 이야기한다.

 

"바다를 보면 바다 노래가 듣고 싶고, 별을 보면 별 노래가 듣고 싶고, 비가 오면 비 노래가 듣고 싶어."

 

나는 한때 음악은 예술의 영역이라 세상에 없을 엄청난 표현력과 감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게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오히려 중요한 건 내가 처한 상황과 분위기에서 문득 떠올릴 수 있는 단순한 음악이야말로 아주 깊은 내공을 가진 음악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핑클은 캠핑하는 동안 나눴던 의견을 토대로 작은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콘서트를 위해 지난 곡들을 재녹음하고 안무를 연습하는 한편 팬들에게 선물할 새로운 곡도 준비한다. 정성스러운 준비 끝에 발표한 신곡 <남아있는 노래처럼>은 그녀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해서 지나온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선물 같은 곡이다.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앞으로 핑클이 그리워질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릴 곡이 될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꿈 같은 여행이 끝나고 그녀들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어느 때고 핑클을 떠올릴 수 있는 노래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핑클의 오랜 팬의 한 명으로서 그녀들이 지금처럼 시간이 주는 선물을 오롯이 누릴 수 있기를 그리고 부디 그녀들의 음악이 너무 그리워지기 전에 다시 한번 팬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

 

 

 

 

[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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