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을 재밌게 바꾸고 싶어요 [사람]

14년만에 화제가 된 '인생을 재밌게 사는 방법'에 관한 고민글.
글 입력 2021.11.1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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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지식인 게시글이 14년이 지나고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작성자는 '인생 재밌게 사는 법'을 지식인에 물었었다. 당시에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남학생이, 인생이 지루하고, 친구들은 재밌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자신은 그렇지 않다며 한심해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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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밑에는 또 다른 고등학생의 답글이 있었다. 답변자는 질문자보다 한 살 많은 고등학교 3학년. 답변자는 아무리 노력해 봤자 인생에서 재밌는 것은 없다며, "삶이 지겹고 외로우면 그냥 그 자체로 즐기세요"라는 명언(!)을 남겼었다.

 

친구 많으면 재밌는 줄 알았지만, 있어 보이는 옷을 입고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밤 산책을 하는 것이 더 재밌다고 추천하던 답변자는, 고독을 즐기라며 쿨하게 답변하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에 쓰인 '쓸쓸하면 쪽지를 해달라', '즐겁게는 못해드려도 한풀이는 해드리겠다'라는 문장에선 따뜻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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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도 더 지난 2021년 11월, 이 답변이 '채택'되었다. 이젠 30대가 되었을 질문자가 또 다른 30대가 되었을 답변자의 글을 채택한 것이다. 30대가 되어 사회인이 되었을 질문자는 이 답변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리고 뒤늦은 답변 채택 소식에 화답한 답변자의 글에는 또 다른 따뜻한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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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얼마 전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어 소위 말하는 '성지순례' (유명해진 글, 혹은 사실이 되어 버린 예측 글들을 찾아와 댓글을 남기는 행위)로 가득 차 있긴 했지만, 화제가 되기 훨씬 전부터, 2008년, 2009년, 그리고 2020년과 2021년 10월까지 예전 학생의 글에 공감하고, 위로하고, '재밌게 사는 갖가지 방법'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악기를 불어보세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세요', '연극을 추천합니다'부터 '지금은 어떠신가요', '잘 살고 계시나요', '이미 충분히 잘 살고 계십니다'와 같은 간단하지만 따뜻한 안부인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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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고 지루한 삶에서 서로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고 있는 '지식인'이라는 한 공간에서 나는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 사람들은 어떤 경로로 이 2007년, 재미없는 삶에 지친 한 학생의 글을 찾게되었을까, 그들도 인생이 지루해서 냅다 검색을 해본 것일까, 답변을 정말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까, 안면 지친 자신을 안아줄 사람이 고파 '익명'의 소소한 말 한마디를 간절하게 찾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지금 잘 살고 있을까.

 

당시의 19살 소녀의 답변처럼, 인생을 재밌게 바꾸는 방법은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순간순간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이 그나마 인생을 재밌게 사는 방법이다. 암만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지만, 우리에게는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처럼 엄청나게 특별한 일들이 펼쳐져 있는 것도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글을 본 적도 있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특별한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들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닌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재미없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웃는다.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주변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할 때, TV 프로그램을 볼 때. 샤워를 하며 콧노래를 부를 때도? 그리고 우리는 때때로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인생이 재미가 없나' 한탄하기도 한다.

 

별 볼 일 없이 평범하기만 할 것 같은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꽤나 다이내믹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설정 과다'인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험과 시련보다도 극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건을 한번 겪고 끝나는 주인공보다, 매일매일 소소한 감정들을 느끼는 우리가 더 재밌게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청자로서 우리가 주인공의 '평범한 일상 속' 해피엔딩에 흐뭇해하고, 앞으로 평범하게 잘 살아가길 응원하는 이유의 끝엔, 우리의 평범한 삶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걸 은연중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인생을 즐겁게 바꾸는 방법은 없지만, 어쩌면 인생을 이미 즐겁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 오늘 하루도 살아낸 자신에게 (안 그렇다 생각해도) '아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 한마디 해봅시다.


 

어두운 밤일수록 밝은 별은 더 빛나

 

- Fly, 에픽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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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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