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교하고 질투하기는 그만합시다 [영화]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2017)'를 보고
글 입력 2021.11.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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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가 당연시되는 세상 속에서 자존감을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른 누군가와의 비교는 스스로를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하며 열등감에 쉽게 빠지게 만든다.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삼고 우등하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우울감에 휩싸인다.

 

결국 사람 간의 비교는 누군가를 패배자로 만드는 동시에 자신의 자존감까지도 갉아먹는 행위다. 때문에 그런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비교가 강요당하는 초 경쟁 사회에서 비교를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의 주인공 브래드는 비교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산다. 그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을 잘 관찰해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비교하고 비교 당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에 가까워지는 길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브래드(벤 스틸러)는 소위 잘나가는 대학 동창들의 SNS를 보며 열등감을 느낀다. 함께 대학을 다니며 모임을 주도하기도 한 그였지만 현재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이에 반해 그의 대학 동창들은 부유하거나 유명한, 다시 말해 사회적 성공을 거둔 이들이다. 큰맘 먹고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 좌석을 타려고 하는 브래드와는 대비된다.

 

골드‧플레티넘 회원은 빠른 입국 수속을 할 수 있지만 실버 회원인 그는 긴 줄을 기다려야 한다. 넓은 좌석에서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비즈니스 좌석과 다르게 이코노미 좌석을 타고 있는 브래드와 그의 아들은 좁은 좌석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비행을 해야 한다. 이것이 브래드가 처해있는 사회적 위치이며 그는 자신의 평범한 처지와 대학 동창들의 성공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자신을 ‘별거 없는 인간’, ‘가치 없는 인간’으로 깎아내린다.

 

트로이(오스틴 에이브람스)가 하버드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들은 브래드는 자신의 패배감을 아들의 하버드 합격으로 만회하고자 한다. 하지만 트로이가 면접 날짜를 착각해 면접도 보지 못하고 탈락할 위기에 처하자 브래드는 연락이 끊겼던 자신의 동창 크레이그(마이클 쉰)에게 연락해 트로이가 면접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10여 년 만에 크레이그는 대학 동창들의 험담을 하는데 이어 자신을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트로이의 하버드 친구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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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가 대학 동창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깎아내릴 때마다 그의 처지가 더욱 처량하게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브래드가 SNS 속 대학 동창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장면, 자신을 깎아내리는 독백 등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와 비교를 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스스로를 처량하게 생각하는 브래드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그가 부족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트로이가 하버드에 입학한 이후를 상상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지레 겁먹어 하는 브래드의 모습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아들이 잘 돼서 가족들에게 행복을 주게 될지, 성공 이후에 자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지, 혹은 대출까지 내며 하버드에서 교육했는데 거리에서 노래하는 가난한 음악가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까지 오만가지 걱정에 휩싸인다. 벤 스틸러의 이전 작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브래드는 걱정과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인물이다.

 

브래드가 안타깝게 여겨지면서도 그가 하고 있는 생각과 말들이 나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공감과 동시에 자기 연민이 느껴진다. SNS에는 슬픔이 없다. 사람들은 잘 나온 사진이나 자신이 이뤄낸 사회적 성과 등을 알리고 싶어 할 뿐 자신의 실패나 슬픔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도 SNS만 보면 브래드의 동창들은 천국이 땅에 내려온 양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모두들 크고 작은 결함과 결핍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SNS에서 단 하나의 이미지만을 보고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행위만큼 바보 같은 것은 없다.

 

브래드는 미국 사회의 백인 남성이며 이는 다른 계층 및 집단에 비해 부족할 것 없는, 오히려 누군가에겐 특권층으로도 여겨지는 위치에 있다. 때문에 그가 표출하는 열등감은 누군가의 입장에선 오만함에 배가 불렀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보며 위안을 삼고 만족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의미한 비교를 통해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위는 자존감을 떨어뜨릴 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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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교가 만연한 세상에서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영화는 세상을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그 속에서 만족과 행복을 얻는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례와 위선으로 가득한 브래드의 대학 동창들의 삶보다는 브래드나 부인 멜라니(제나 피셔)의 삶이 훨씬 진실 돼 보이며 정말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멜라니의 모습은 경쟁 사회에서 우리가 가져야 될 태도라고 생각된다.

 

나 또한 브래드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스스로 남과 비교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열등한 나와 우등해 보이는 저 사람을 비교하며 쉽게 우울감에 빠져든다. 하지만 상기 언급했던 것처럼 무의미한 비교는 나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작은 것에서 행복과 감사를 느끼고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현재의 나를 토닥여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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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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