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모닝페이지’를 추천합니다. [도서/문학]

글 입력 2021.11.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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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과 모닝페이지


 

‘아, 다음 학기는 휴학해야겠다. 내가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다.’라는 생각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어서 2개월 전 휴학을 신청했다. 내게 강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에 와서까지 어쨌든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계속해서 해왔던 것 같다. 어떤 공부를, 왜 하고 있는지 딱히 자신에게 묻고 답해보지 않은 채로 말이다. 내게는 멈춤이 필요했다.

 

3학년이 되고 머리가 더 크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걸 멈추고 뛰쳐나와야 하는 비상 버튼을 누른 것처럼 습관적으로 하던 공부를 멈췄다. 휴학생이 되었다.

 

휴학생이 된 이후로 3개월 동안 꾸준히 하는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줄리아 캐머런의 책 <아티스트 웨이>에 나오는 ‘모닝 페이지 쓰기’이다. <아티스트 웨이>에 소개된 창조성을 회복하는 방법의 하나인데 정말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매일 모닝 페이지를 쓰며 나는 하루 단위를 새롭게 느끼게 되었고, 알아채지 못했던 나와 마주하게 되었으며, 고여 있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걱정이 많거나, 변화가 필요하거나, 먼지 쌓여있던 자신의 창조성을 쿡쿡 찔러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모닝 페이지를 실천해보기를 권한다.

 

 

 

모닝페이지, 배설과 명상 그 사이 어딘가


 

 

“아침에 써내려 간, 화가 나거나 우습거나 사소한 모든 내용이 당신과 당신의 창조성 사이에 있다. 일에 대한 걱정, 빨랫감, 자동차의 엔진 소리, 연인의 뜻 모를 눈빛 등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서 소용돌이치며 일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을 모두 모닝 페이지에 쓴다.

 

-모닝 페이지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모닝 페이지를 거르거나 줄이면 안 된다. 기분에 좌우되어도 안 된다. 검열관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말라. 대부분의 사람은 글을 쓸 기분이 되어야 뭔가를 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모닝 페이지이다. 말 그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서 써내되, 매일 일정한 분량을 채우는 것이다.

 

세 번째 장 끝까지 생각이 이어질 때도 있고, 두 번째 장에서 더는 할 말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어, 두 장을 썼는데 더 쓸 게 없다. 뭘 써보면 좋을까. 세 장을 채우기 힘들구나….’하는 식으로 적는다. 종이와 흑연이 아까울 정도의 허접한 주절거림일지라도 일단 적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첫 장과 두 번째 장에서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나 그로 인해 떠오른 생각을 적고, 세 번째 장에서부터 묻어두었던 생각들이 끄집어져 나온다. 목표는 좋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세 장을 채우는 것이다.

 

물이 상하지 않으려면 물길을 터줘야 한다. 채우는 것만큼이나 비우는 일도 중요하다. 모닝 페이지는 머릿속에 엉켜있던 나도 몰랐던 것들을 끄집어내게 한다. 생각이든, 걱정이든, 감정이든 말이다. 정해진 분량을 매일 적고 나면 찌뿌둥하거나 이유 없이 가라앉은 기분이 괜찮아지기도 한다. 모닝 페이지는 항상 많은 걸 채우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종의 배설이자 명상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3개월 차의 추천: 필기구와 소요시간


 

진로특강에 가서 그 사람의 24시간 일과를 물어보면 막연하게 보이던 직업에서 그 직업을 가진 삶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모닝 페이지를 내 일과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9월 4일부터 시작해 매일같이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는 나는 12시에서 1시쯤 커피를 마시면서 50분에서 1시간 동안 모닝 페이지를 쓴다. 타이머로 1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동안 집중해서 쓰는데 누군가는 너무 긴 시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3장을 쓰는 데 1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요즘에는 익숙해져서 50분이면 충분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쫓기지 않게 1시간을 배당해둔다. 모닝 페이지를 본인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명상, 상담, 대면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각자에게 맞는 시간을 정하고 써보면 좋을 것 같다.

 


글 중간 사진.jpg

 

 

공책은 쓰임&끌림에서 나온 8mm 줄 간격의 ‘간격의 美’를 사용하고 있다. 가로세로의 비율이 A4도 아니고 A5도 아닌 애매한 크기인데 그 애매한 크기가 딱 좋다. 세 장을 채우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적당히 두툼한 두께가 뿌듯함을 느끼게도 해준다. 나는 한 면으로 다 쓰고 나서 반대쪽 면도 알뜰하게 사용하고 있다. 양면으로 공책을 꽉 꽉 다 채우고 있노라면 내 생각들로 노트가 옹골차게 채워지고 있는 기분이다. 마음에 드는 공책을 하나 장만해 모닝 페이지를 시작해보길 바란다.

 

필기구는 Xeno-pastel 0.5mm 샤프나, java-jet 3 ball 0.38 볼펜 중에서 끌리는 대로 사용한다. 글씨를 쓰는 게 불편할 때는 가장 가벼운 샤프를 이용하고, 손가락이 미끄러진다 싶을 때는 좀 더 힘이 들어가는 볼펜을 사용해서 꾹꾹 눌러쓴다. 모닝 페이지를 쓰다가 문장 중간에 필기구를 바꿔보아도 좋다. 한껏 지저분하고 자유롭게 말이다! 통일성을 해치는 필기구의 변화가, 틀을 벗어나 마음을 따르는 이 작은 변덕이 꽤 짜릿하다.

 

*

 

새로운 영감을 접하고 사색하고 풍부한 감정을 느끼고 자신을 채우는 과정은 소중하다.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그 방법으로 ‘아티스트 데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채우기만 하다 보면 더는 채워지지 않는다. 건강하게 비우고 채우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열심히 살아가는 바로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치며 모닝 페이지를 함께 해보기를 추천한다.

 

 

 

이진교 에디터 (아트인사이트 태그).jpg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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