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기 [도서/문학]

작은 점이 선이 되기까지
글 입력 2021.11.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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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생에서 삼 분의 일을 자고 깨어있는 삼 분의 이 중에서 절반은 ‘일’을 한다. 현재의 직업이 마냥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면, 인생은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로 채워질 것이다. 일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찾아내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발견해야 한다. 평생을 해도 즐길 자신이 있는, 최소한 질리지 않는 일을 찾기 위해 ‘나’를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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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번 무너뜨리고 재정의해왔다. 문화기획자인 김해리는 예술을 중심으로 무수한 경계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그녀는 나름의 방식으로 불확실한 진로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 시작은 이전의 기록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기. 이를 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거듭된 고민과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나만의 일은 ‘찾는’게 아니라 ‘만드는’ 것임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살다 보면 내가 처음 무언가를 좋아했던 최초의 순간이 자꾸만 흐릿해지는 것 같아요. 이 장을 쓰면서 시작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일로 만들며 살고 싶었나요? 당신이 발견한 최초의 ‘좋아함’은 언제였나요?" (p.9)


 

내가 발견한 최초의 ‘좋아함’은 글쓰기다. 증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애정만 남아있다. 초등학생 시절, 방학 숙제로 내준 일기 쓰기를 하루 만에 끝내야 했다. 한 달 치 일기를 몰아 쓰면서 괴로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긋지긋했던 일기쓰기는 기록을 읽는 재미에 빠지면서 습관이 됐다. 일기장은 잊고 지냈던 지난 기억과 그 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지켜주었다. 추억으로 압축된 종이는 순수하고 풋풋했던, 낯선 과거의 나를 마주할 수 있게 했다.


기록의 쓸모를 발견하던 와중에 방송이란 분야에 빠졌다. 좋아하는 글쓰기와 방송을 다룰 수 있는 직업을 찾았고 학창 시절 진로 희망란에 줄곧 방송작가를 적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자 확고했던 꿈에 균열이 생겼다. 글쓰기부터 시작해 방송, 광고, 영상, 저널까지. 여태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영역을 경험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렵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 일을 하고 싶어했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것. 분명 첫 시작점에는 ‘즐거움’이 있을테니." (p.21)

 


학과 생활에 떠밀리듯 살았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알고 싶었다. 막연한 미래에 항상 불안했고 취업전선에  당장 뛰어들 자신이 없었다. 졸업을 앞둔 지난해, 휴학을 했다. 1년 동안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을 직접 경험하고 느끼면서 꿈의 선택지를 하나씩 소거했다. 결국, 남게 된 것은 글쓰기었다. 모든 것의 시작점이자 그 안에는 항상 기록의 즐거움이 존재했다.


올해부터 ‘나만의 일’을 꾸려가고 있다. 이 일에 대한 확신을 끊임없이 얻고 싶었다. 유의미한 경험을 위해 이것저것 도전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쌓였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도 그렇게 시작됐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나다움’을 발견하고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을 발견하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1. 나의 경험 지도 그리기: 지난 경험에서 얻은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일을 재해석해 본다.

2. 변하지 않는 나의 키워드 발견하기: 단어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3.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내 정체성 결정하기: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한마디로 표현한다. 

4.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 구체화하기: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생을 뒤돌아볼 땐 수많은 점들이 연결되어 커넥팅 더 닷(connecting the dots)이 된다."

 

-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문 중

 

 

무수한 선택들이 이어져 지금의 자신을 만든다. 작가 또한, 예술경영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었다.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그동안의 경험이 빛을 발했을 때, 그녀는 점이 선이 되는 순간을 느꼈다.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경험은 연결되어있고 그 과정에 충실했다면 점차 ‘나’라는 하나의 맥락을 얻게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질문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나를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정리하길 바란다. 미뤄왔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는 항상 걱정거리를 동반한다. 그럴 때마다, 이전의 기록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한다. 경험에서 얻은 의미를 점검하고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린다. 최초의 ‘좋아함’을 기억하고 그것을 키워드로 정리하다 보면 흐릿했던 정체성은 점차 뚜렷해진다. 원하는 방향을 찾았다면, 이제 그 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작은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되는 순간, 주체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다. 단단해진 자아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원하는 삶에 다가갈 것이다.

 

 

[이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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