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뒤바뀐 질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영화 '뉴 오더'

글 입력 2021.11.0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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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칸의 총아로 불리는 미셸 프랑코의 신작 <뉴 오더>는 제 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기생충을 잇는 신랄한 계급 우화'라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영화 <뉴 오더>는 경제 불균형과 계급 갈등이 악화되고 있는 멕시코뿐만 아니라, 계급 간 소통이 부재돈 채 격차만 심해지는 자본주의 사회 자체에 무서운 경고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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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부, 시위대의 '녹색 페인트'와 희생된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는 혼란 그 자체이지만, 동시에 상류층 사람들은 호화스럽고 여유로운 파티를 즐기고 있는 극명한 대비는 이 영화가 심상치 않은 갈등을 묘사할 것이라는 걸 암시한다.

 

결혼 파티의 주인공은 '마리안', 영향력 있는 사업가의 딸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혼식에 문득 찾아온 남자 '롤란도'. 그는 평생을 바쳐 마리안의 집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었다.

 

마리안의 유모이자, 롤란도의 아내가 급한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수술비 마련이 어려워 도움을 얻기 위해 찾아온 롤란도를 마리안의 엄마와 오빠는 달갑지 않아 대충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그를 외면할 수 없었던 마리안은 현재 자신의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안과 함께 직접 롤란도의 집으로 찾아간다.

 

마리안이 집을 비운 사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던 시위대가 '상류층' 마리안의 높은 집 담벼락까지 넘어오고, 시위대는 파티를 즐기고 있던 마리안의 가족과 다른 상류층 계급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금품들을 약탈해간다. 시위대가 장악한 탓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고, 마리안은 롤란도의 집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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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시위대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 '군대'가 나타나 마리안을 집으로 데려다주겠다 했지만, 그들은 사실 마리안을 '납치'하려고 했던 것이고, 마리안은 군인들로부터 감금되어 온갖 폭행을 당하고, 군대는 마리안의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한다.

 

상류층을 향한 시위대의 공격 이후 '뉴 오더'가 성립된 것 같았다.  시위대가 마리안의 집을 습격했을 때, 그녀의 집에서 일을 하고 있던 집사들과 보안관들은 바로 시위대의 편에 서서 마리안의 집안을 향한 공격과 약탈에 가담한다.

 

늘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을 상류층은 그 순간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빌며, 협상을 시도한다. 상류층과 하류층의 위치가 뒤바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보였다. (비록 그 과정이 공포스러울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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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폭풍이 휩쓸고 간 이후 '군대'의 등장은, 그 뒤바뀐 질서에 한 번 더 혼돈을 가하는데, 마리안이 감금된 곳에선 마리안처럼 상류층인 사람들도 잇지만, 오히려 상류층 집안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외국인과 여성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되고 있었다.

 

그 밖에선, 혼란이 끝난 뒤 또 다른 '질서'를 찾은 듯 보여도, 여전히 크리스티안과 같은 서민과 하류층은 이전과 다를 것 없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크리스티안의 가족은 마리안의 몸값을 요구받을 뿐만 아니라, 끝까지 마리안을 돕고자 노력했음에도 마리안의 가족으로부터 '납치범'이라는 오해를 받고 상류층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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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질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잔혹한 시위대는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을 위해, 상류층과 정부를 향해 절규했지만 그들이 원했던 뒤바뀐 질서도 잠시, 이후 군대가 장악하 질서에서는 여전히 서민들이 약자이며, 상류층과 군대(정부), 소위 말하는 '권력' 앞에서는 무력하다.

 

시위대가 부르짖었던 '뉴 오더'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결국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는 상황에서 희망은 영영 바랄 수 없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또한, 끝내 군대의 강압적인 질서 아래에서 모두가 무너지는 모습은 과거 대한민국의 모습과도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곳곳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으며, 또 머지않아 벌어질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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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쿠데타를 경험하는 것처럼 숨막혔던 영화 속 장면들은 상류층과 하류층의 갈등을 외면해온 권력들의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가혹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류층의 절규를 무시한 채 파티를 즐기는 모습, 그들이 영역을 침범해오자 내쫓느라 바빴던 모습, 시위대의 목소리를 강압적으로 묵살하려고만 하는 정부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피해들. 이 영화는 이렇게 더 이상 계급 갈등을 외면하고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소통의 부재로 인해 맞이하게 될 무서운 현실, 그리고 '뉴 오더'는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못한 채 국가 전체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멕시코의 국기 속 희망을 상징하는 '초록색'이 시위대의 페인트 색깔로, 통합과 독립을 위한 희생을 기리는 '빨간색'이 납치와 폭력의 피해자(마리안)의 옷 색깔로 뒤바뀌는 영화 속 디스토피아가 곧 '현실'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영화 <뉴 오더>는 오는 11일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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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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