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무엇을 위해 노래하는가 – 뮤지컬 미인

글 입력 2021.10.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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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인>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하에서 은밀하게 독립운동을 하면서 자유를 갈망했던 인물들의 상황을 1970년대 독재 정권 하에서 자유를 노래했던 신중현의 음악과 결합하여 극을 구성하고 있다.

 

강산은 인텔리로서 일본으로 장학생으로 유학을 갔다가 병연과 독립운동을 하다가 발각되어 조선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 후에도 은밀하게 병연과 두치와 함께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 확보 등의 노력을 한다. 이러한 활동이 강산의 동산 강호에게 들키는 순간 일본 순사에게도 들키게 되고 결국 강산은 일본군에게 붙잡히게 된다.

 

자신의 형을 살리기 위해 강호는 음악 레슨에서 만난 마사오(일본 순사)에게 부탁해 보지만 단칼에 거절당하고, 결국 강산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 후 병연 역시 일본군에게 잡히게 되고, 강호는 병연을 살리기 위해 천황을 숭배하는 노래를 하륜관에서 부르라는 마사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신곡 발표 당일, 강호는 천황을 숭배하는 노래 대신 조선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

 

처음 극이 시작했을 때는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여 시놉시스를 미리 읽지 않았으며 따라가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줄거리였다. 사실 일제강점기 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부분 문제없이 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일제강점기 하 독립운동의 스토리와는 다르게 여성과 남성의 비율을 엉느 정도 맞추고 있었다. 물론, 동등한 비율은 아니지만, 병연이라는 캐릭터가 남성 못지않게 직접적으로 독립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강산 또는 강호와의 러브라인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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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인텔리인 강산보다는 노래를 부르는 강호를 중심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강호가 부르는 노래와 그 태도에서 강호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호는 처음에는 자신이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 될수록 자기 자신이 아닌 조선을 위해 노래하기 시작한다. 무대 또한 커다란 축음기가 설치되어 있고, 무대 위에서 넘버와 연결되어 불빛이 켜지는 모습을 통해 노래가 이 극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한정된 무대에서 무대 세트가 바뀌지 않고 조명과 최소한의 소품으로 배경 전환을 빠르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륜관, 일본, 감옥, 경찰서 등 다양한 배경의 변화가 작은 무대에서 일어난다. 또한 신중현이라는 가수를 모르는 세대라고 하더라도 노래는 익숙했다. 그만큼 극을 보면서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자 “아, 이 노래를 이렇게도 해석해서 사용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음악이라는 점이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인 것 같다. 이렇게 대중에게 익숙한 가요를 뮤지컬 넘버로 전환함으로써 뮤지컬에 대한 진입장벽과 선입견을 낮추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말이다. 당일 객석에도 다양한 세대로 이루어진 관객들이 웃으며 극을 즐기고 있었다.

 

다만, 가요를 뮤지컬 넘버로 전환해서 사용하다 보니 극의 상황과 노래 가사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넘버들은 직접적으로 상황을 드러내 주고 있는 반면에, 이 뮤지컬에서는 간접적, 은유적 표현으로 봐야 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약간의 괴리감도 느껴지기도 했다.

 

‘억압’의 면에서는 어찌 보면 결이 같다고 볼 수 있는 30년대와 70년대를 혼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하지만, 스토리에 있어서 예측이 가능한 뻔한 전개와 강산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병연의 조부가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배제하고, 강산의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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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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