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욕망의 이름은, :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글 입력 2021.11.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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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쉬가 머무는 곳


 

지난 10월 8일부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올라오고 있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1947년에 발표된 희곡은 당대 미국 사회의 변화와 그 과정에서 탈각되는 가치들을 인물들의 욕망 추구, 좌절의 과정을 통해 보여 주었다.

 

특히 주인공 '블랑쉬'는 과거, 환상에 빠진 채 살아가는 문제적 인물로, 그의 욕망과 내면이 만드는 궤적은 지금껏 여러 방향의 해석과 접근을 만들어 왔다.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공연사진1.jpg

 

 

김봉건 연출에 의해 재탄생한 이번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첫사랑의 순수함에서 블랑쉬 욕망의 근원을 찾고자 했다.

 

"첫사랑을 못 잊은 한 여자의 끝없는 외로움, 채워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욕망을 거짓으로 채우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한다."라는 소개 페이지의 설명처럼, 이번 연극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블랑쉬가 잃어버린 순수한 사랑이다.

 

블랑쉬는 첫사랑 '앨런'과의 사랑을 황홀한 듯 추억하지만, 그 배반과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미처 채워지지 않은 욕망을 낯선 이들의 친절에서 채우려 한다.

 

연극은 블랑쉬의 환상으로 앨런을 등장시키며, 블랑쉬의 신경쇠약을 가시화한다. 물론 앨런이 담지하고 있는 것이 지난 과거에 대한 낭만성만은 아니다. 블랑쉬가 앨런과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혹은 그의 환상을 볼 때의 장면은 '불안'을 추동하며, 블랑쉬의 결말이 어떠할지를 암시하듯 보여 준다.

 

마치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속 '윌리 로먼'의 형 '벤'처럼, 앨런의 이미지는 위험한 환상에 가까워 보인다.

 

 

 

욕망의 이름


 

이러한 자세는 결말에서도 드러난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연극 속 블랑쉬도 과거, 환상을 좇다가 스탠리로 암시되는 현실, 산업 사회, 힘, 남성의 폭력성 앞에서 좌절하고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연극은 흰 커튼 아래에서 춤을 추는 블랑쉬와 앨런의 모습으로 마무리하며 끝까지 블랑쉬의 사랑과 욕망에 포커스를 맞추려 한다.

 

원작 결말에 있었던 스탠리의 포커 게임(스탠리의 승리를 암시하는) 대신, 파멸한 블랑쉬의 노스텔지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극 내내 아무도 함께 춰 주지 않았던 춤을 결말에 이르러서야 앨런과 추게 되는 블랑쉬의 모습은 이 작품의 비극성을 강화한다.

 

 

[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공연사진2.jpg

 

 

한편으로는 약화된 나머지 상징성이 아쉬워진다.

 

환상으로 등장하는 앨런과 블랑쉬가 과거를 이야기할 때마다 전환되는 음향 등은 이 비극의 모든 원인을 과거, 첫사랑, 잃어버린 순수함으로 소급시키는 느낌이다. 때문에 블랑쉬와 스탠리의 대립을 통해 드러나는 전원-산업 사회, 과거에의 향수-현실의 힘의 논리는 다소 약화된 인상이다.

 

아울러 지나치게 직선적인 조명과 음향도 몰입을 방해한다. 사실상 블랑쉬라는 인물은 이입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려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관객이 보다 쉽게 작품을 따라가게 하기 위한 장치였으리라.

 

하지만 고전을 통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고하다면, 좀 더 관객을 믿어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연극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종국에 도착할 곳은 바로 관객일 테니, 그 목적지에 대한 믿음으로 달려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연극_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_최종포스터.jpg

 


[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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