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도 근육이 필요해 [사람]

일상에서 더 단단해질 필요성을 느끼며
글 입력 2021.10.28 18:1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벌써 대학원에 입학한 지 1년이 넘었다. 아직 종합시험을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학기를 지나면 수료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게 지난 1년은 인문학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그동안 정답이 명확하게 숫자로 계산되며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는 과목 위주로 접해왔기에 처음에는 미학 자체에 적응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학부 때 관련 수업을 하나도 들어보지 않은 채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다니. 용감했던 만큼이나 대학원에 온 뒤 자꾸만 움츠러드는 순간이 많았다.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아는 게 없다 보니 자신감이 계속 떨어졌고 부족한 내 모습을 두고 남들이 비난할까봐 겁이 났다.

 

타인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는 자세를 버리고 싶어도 쉽지 않다. 사실 고질병이다. 내가 이런 어른으로 자란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학창 시절에 성적으로 잔소리하거나 혼내시지는 않았지만 크면서 부모님의 기준이 굉장히 높음을 자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26살임에도 대학 입시로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다는 죄책감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을 정도로.

 

입 밖으로 내지 않으셔도 부모님께서 현재 내 모습을 성에 차지 않아 하신다는 것을 안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부모님께 난 ‘기본’도 겨우 하는 아이이다. 예전에는 이와 같은 부모님의 부정적인 평가에 슬프더라도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새로운 길목에서 고군분투 중인 요즘은 너무도 쉽게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아무래도 나도 모르는 사이 부모님의 시선에 동조하여 체화된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느린 속도로 나를 잠식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유독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인생이 덧없게 느껴진다. 이런 까닭에 이번 학기는 수업 없는 날에는 전부 근무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혼자 방에 있어봤자 할 일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우울해하니까.

 

슬픈 일과 행복한 일은 언제나 함께 찾아온다. 근래 들어 처음으로 사회에서 만난 누군가와 돈 문제로 얽혔다가 마음고생을 제대로 하였지만 내 일상이 이처럼 속상한 순간들로만 가득 차지는 않는다. 우선 여러모로 애매한 현재 내 처지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내가 원하는 환경의 갤러리에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박사 유학이 확정되기 전까지 자의로 일자리를 옮기지는 않을 듯하다.

 

 

KakaoTalk_20211028_180919233.jpg



이번 주 내 행복은 한 작가님께 받은 브로치 선물이다. 우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신 적이 있는 한 작가님께서 전시 서문을 부탁하셔서 적어드렸더니 택배로 도록과 함께 답례로 작품 중 하나인 브로치를 보내주신 것이다. 따뜻한 쪽지와 함께.

 

우리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가 아니므로 어떻게 보면 내 첫 외주인데 안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아 기뻤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무용하지 않음을 확인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학생이라는 울타리에 속해 있는 동안 부디 내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사건들에 영향받으며 스스로를 상처 입히지 않을 만큼은 꼭 강해지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일상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 요인이 생길 때마다 지금처럼 매번 흔들릴 테니. 원래 사람 마음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지만 이번 글에 조심스레 간절함을 담아본다.

 

 

 

신민경.jpg

 

 

[신민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