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전히 서툰 어른입니다 [도서]

글 입력 2021.10.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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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내가 갖지 못했으나 남은 가진 것을 부러워한다.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럴 때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막연히 그럴 때도 있다. 막상 손에 쥐고 나면 별것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탐을 낸다. 기다리다 보면 어련히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될 텐데도 자꾸만 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 날을 이해 못 할 것 같다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반대로 다시 어려지고 싶은 걸 보니 아직도 그 막연한 욕심을 뿌리치지 못했음을 실감한다. 나는 아직도 무늬만 어른인가보다.

 

 

 

어른도 질투합니다



어른은 모든 것을 담담하고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며 응당 그리 해야 하는 존재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남을 부러워하거나 욕심이 많으면 어른답지 못하게 뭐 하는 짓이냐며 꾸짖거나 험담한다. 키덜트가 이런 부류의 공격을 많이 받는데 한정판 피규어나 장난감을 탐내면 나이 먹고 그런 거 가져서 뭐 하냐고 핀잔을 준다. 나이 먹어도 탐 나는 물건이 있으면 갖고 싶은 게 사람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였던 알프레드 아들러 역시 인간이 지닌 열성이나 열등감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인간은 열등감을 느낌으로써 ‘우월’을 추구하고 더 발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사실 그는 ‘열등감’이라는 말 자체를 만들어 세상에 알린 인물이다).


- 본문 중

 


적당한 스트레스는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거름이라고 한다. 열등감과 욕심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부러워하고 원한다는 건 그걸 얻기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위해 불태울 연료가 가득 차 있는 상태다. 그 연료로 나를 움직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때의 우리는 이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있다.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부작용을 동반하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해야 한다. 남을 지나치게 시기한다거나 자기비판이 나를 집어삼키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나보다 멋있고 인기 많은 사람을 보며 저들처럼 되고자 이런저런 옷을 사 입고 꾸미는 법을 배워가면서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나를 잘 꾸밀 수 있게 됐다. 내 열등감이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저 사람들처럼은 안 될 거야’, ‘저 사람만 없으면 내가 비교될 일도 없어’ 따위의 결과로 이어졌다면 발전은커녕 퇴보했을 게 뻔하다. 열등감은 불을 붙이기 위한 기름일 뿐이지 결코 화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른은 현명해야 합니다



어른은 자기 일을 스스로 책임져야만 한다. ‘-할 수 있다’의 가능성이 아니라 ‘-해야만 한다’의 의무다. 아이들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아직 충분히 자라지 못해 자신을 책임질 준비가 안 됐으니 어른의 보호를 받는 게 당연하다 여겨지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어른이 돼서도 자기 앞가림 하나 제대로 못 하면 손가락질만 받지, 누가 우리를 보호해 주겠다며 다가오지 않는다. 어딘가서 남 부럽지 않게 나는 어른이라고 당당히 말 하고 싶다면 자기 앞가림은 제대로 할 수 있을 만큼은 현명해야 한다.


 

아무리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고 해도 객관성이 부족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 중2병에 걸린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 성숙한 어른이라면 자기 생각이나 판단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기만 하진 않은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나이와 경험이 쌓일수록 일정 수준 이상의 객관성을 유지해가야 한다는 뜻이다.


- 본문 중

 


현명함과 똑똑함은 다르다. 아는 게 많다고 모두가 현명하지는 않고, 현명하다고 해서 아는 게 많은 것도 아니다. 현명한 사람은 냉철하며 신중하다. 자기 의견을 말하기 전에 한 번 다시 생각하며 내 논리에 오류는 없는지, 감정에 휩쓸려 그냥 토해내는 것은 아닌지를 충분히 점검 해 본 뒤에 말을 내뱉는다. 이런 사람들은 말투 자체도 감정의 격함이 없어 매우 차분하다. 듣는 사람에게 불안이나 공포가 아닌 신뢰와 설득을 준다. 듣다 보면 ‘아, 이 말이 맞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게끔 말한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과 대화할 때 정치 관련 주제는 반드시 피하는 편이다. 10에 8은 왜곡된 정보나 카더라 통신, 혹은 근거 없는 자신만의 믿음을 바탕으로 의견을 설파하고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걸 너무 많이 본 탓에 질려버렸다.

 

나머지 2의 경우는 자기 의견을 주장하더라도 정책 관련 자료나 신문 기사의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나와 의견을 주고받으려는 열린 자세를 가진 분들이기에 기꺼이 대화에 응한다. 이런 분들과 대화를 하고 나면 내가 몰랐던 사실도 배우게 되고 굉장히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나이만 먹은 게 아니라 나이를 먹으며 자라 온 현명한 어른은 언제나 내가 더 배울 것은 무엇인지를 은연중에 넌지시 알려준다.

 

 

 

어른은 그냥 어른입니다



아이는 그저 아이일 뿐이고 어른은 그저 어른일 뿐이다. 아이라고 특별한 것 없고 어른이라고 특별한 것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은 그 자신으로서 특별하다. 너도나도 특별할 뿐 다를 건 없다. 그저 아이는 조금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고 어른은 자기일 정도는 ‘혼자서’가 아닌 ‘알아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차이점 정도가 있을 뿐이다. 아이라고 모든 걸 놔도 안 되고 어른이라고 모든 걸 짊어져도 안 된다.


어른은 ‘꼰대’가 아니다. 조금 더 오래 살았다고 어린 사람 무시하고 내가 아는 게 세상 모든 것이라는 편협하고 멍청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우리는 꼰대가 된다.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르지 않으며, 오직 어른만 대접받는 세상도 아니다. 아직 어리기에 조금 서툴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해하고 조금 더 살았기에 좀 더 많은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아주 조금만 이끌어주면 된다는 것을 알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른으로 나아간다. 똑똑하기보다 현명하며, 시기하기보다 질투하며 나아가는 게 어른이다. 가능하다면 똑똑하면서 현명하고 남을 질투하며 그 사람을 뛰어넘어 그가 나를 질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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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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