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사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23기를 마무리하며
글 입력 2021.10.2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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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감상하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23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

 

나는 올해 휴학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휴학은 꿈도 안 꿨었다. 부모님은 내가 바로 졸업하기를 바라셨고, 나 또한 부모님 뜻에 따를 생각이었다. 내 사전에 휴학이란 없었다.

 

하지만 작년 2학기가 끝날 때쯤에 불안감이 나를 덮쳐 왔다. 진로와 취업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불안감이었다. 내년에 막 학년인데, 마땅히 취득한 자격증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스펙도 없었다. 요즘 인턴도 금턴이라는데, 스펙이 별 볼 일 없는 내가 인턴은 할 수 있을까 불안감에 휩싸였다.


 

"무슨 과에 다녀요?"

"국어국문학과요."

"....거기 나와서 뭐 해요?"

 

 

국어국문학과 학생이라고 하면 거기 나와서 뭐 하냐는 질문을 종종 들었다. 그때마다 "출판이나 미디어 쪽으로 많이 가요."라고 얼버무렸다. 책과 글이 좋아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나조차 졸업 후에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말을 뒤섞어 대답을 슬쩍 넘겨버렸다.

 

'나중에 가서 생각하자'라고 넘겨버렸던 저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할 때가 다가왔다. 출판계로 가고 싶었지만, 출판계 계속 불황이고 연봉 상승률도 낮지 않냐는 주변 사람들 말에 흔들렸다. 출판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못 정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니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었다.

 

바로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아 1년 휴학하기로 했다. 부모님은 의외로 휴학을 쉽게 허락해주셨다. 아마 취업을 앞두고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고 허락해주신 것 같았다. 그리고 너무 취업에 목매지 않고 '나는 최종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현실에 쫓겨 미래를 허겁지겁 준비하기보다는 내적으로 성숙해지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23기에 지원하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는 예전부터 눈여겨 봐왔던 활동이었다.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블로그에 1일 1글을 도전해봤지만, 이것은 참 실천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마감이라는 강제성이 필요해졌다. 미래에 대한 방향을 상실한 시점에서 강제로라도 뭘 해야 내가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대외활동 사이트에서 보게 됐다. 20기에 지원하려고 했으나, 6~7페이지에 달하는 지원서 앞에서 망설였다. 여백을 멋들어진 문장으로 빽빽하게 채워나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 상실은 에디터 지원을 몇 차례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23기에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서를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질문에 적절한 답을 쓰기 위해 깜빡이는 커서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시작이 반이라고, 괴로운 맘, 즐거운 맘 반으로 한 자 한 자 적어나갔다.

 

지원서를 쓰는 과정은 괴로웠지만, 사흘에 걸쳐서 쓰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사전 미션으로 기고한 <'마담 보바리'를 읽고, 몽상가는 권태에 잡아먹힌다> 글에 대한 담당자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내가 놀라운 창의력이나 사회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통찰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내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내 기준에서는 만족스러운 글이 탄생했다.

 

 

 

에디터 지혜 씨의 일일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23기에 합격했다. 합격 소식은 부산 여행 3일 차에 들었다.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떠들다가 새벽에 잠들어서 오후에 눈을 떴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서 핸드폰을 봤는데,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합격했다는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그렇게 고대하고 고대하던 에디터에 합격했다니, 기쁘기도 했지만 얼떨떨했다. 블로그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합격 후기를 쓰면서, 일을 벌여놓고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그래도 걱정에 걱정을 더한 만큼 좋은 글이 나올 거라고 다짐했다.

 

7월부터 2주간의 수습 기간을 거쳐 드디어 본격적인 에디터 활동이 시작되었다. 사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글을 쓰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는 않았다.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매주 글의 소재를 떠올려야 하는 약간의 중압감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겨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제목 카피를 어떻게 써야 할까?', '글의 소재와 내용이 흥미롭기는 할까?'라는 고민도 자동으로 딸려왔다.

 

하지만 위에서 썼던 대로 걱정에 걱정을 더한 만큼 좋은 글이 나왔다. 가벼운 소재로 글을 쓰기도 했고, 나의 문화적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심혈을 기울여 이를 글로 쓰기도 했다. 아트인사이트는 글의 조회 수가 공개되지는 않지만, 조회 수가 높으면 많이 본 글에 올라간다. 이 '조회 수'를 통해 내가 확실히 느낀 것이 있다.

 

바로 내가 공들여 쓴 글은 많이 본 글에 걸렸다는 것이다.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된 모든 글은 감히 '조회 수'라는 숫자로 평가될 수 없는, 다 가치 있는 글이다. 하지만 나는 조회 수를 단순히 숫자로 보지 않았다. 조회 수는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조회 수는 '사람들이 글을 본 횟수'를 나타내는 지표이고, 이는 곧 사람들이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서 글을 봤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내 글이 환영받았다는 의미다.

 

내가 며칠에 걸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 글을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신나서 내 글이 많이 본 글에 올라간 것을 캡처해 놓았다. 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나의 노력을 사람들이 알아봐 준 것 같았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었다. 이 맛에 에디터 활동을 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23기를 마무리하며


 

가을이 '깔!'하고 지나가고 갑작스럽게 겨울 같은 계절이 들이닥쳤다. 집에 보일러를 틀기 시작했지만, 아직 겨울이라 하기엔 애매하게 추운 날씨다. 가을과 겨울이 혼재된 시기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23기의 마지막 글을 쓰게 됐다. 가을인지 겨울인지 분간하기 힘든, 미묘하고 오묘한 날씨라서 더욱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된 것 같다.

 

글의 시작점에 언급했듯이, 휴학하며 내적인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나는 과연 성숙한 어른이 되었는가?

 

글쎄다, 이에 대한 답을 조금 망설이게 된다. 완전한 어른으로는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여기서 파고들어 가 보면 '완전한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내가 목표로 했던 완전한, 성숙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취업을 앞두고 불안에 떨던 작년의 나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미래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낙천적인 미래를 그리고자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서포터즈, 경의선 책거리 서포터즈, 전시회 관람 등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널리 읽힐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밤을 새우기도 했고, 소재 찾아 삼만리를 실행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글을 쓰며 나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이를 바로 잡는 기회가 되었다. 또, 다른 에디터분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은 나의 주관을 재정립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아트인사이트는, 나를 있는 그대로 풀어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에디터 명함_아트인사이트에디터 23기 최지혜.jpg

 

 

[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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