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주 부석사 안양루에 올라 [여행]

글 입력 2021.10.2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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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올해로 영주 부석사에 세 번째 오르는 길이다.


끊임없이 가파르게 펼쳐진 계단을 오르다 보면, 마침내 무량수전에 도달하기 직전 한 누각이 맞이한다. 즉 '안양루(安養樓)'였다. 올해는 자연스레 이곳에 조금 더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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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에 오른 후 안양루의 절경

 

 

누각 곳곳에는 여러 시문 현판들이 걸려있었는데, 그중 방랑 시인 김삿갓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이 지은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누각 내부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으나 그 뚜렷한 문장은 나의 마음을 벌써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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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안양루 내 시인 '김삿갓 김병연'의 시문 현판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왔더니

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있고

천지는 부평 같아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타고 달려온 듯

우주 간에 내 한 몸이 오리처럼 헤엄치네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있네

 

 

시문 내용에 따르면, 100세가 다 되어서야 부석사에 처음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부석사 무량수전을 등지고 있는 '안양루'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평생의 걸작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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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안양루에서 내려다 본 절경

 

 

안양루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었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굴곡의 불규칙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다음날 새벽안개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오르리라 다짐하며 다음 일정을 위해 내려가는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나는 예정대로 이튿날 새벽에 다시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오르게 되었다. 마치 내가 김삿갓이 된 마냥 눈앞에 펼쳐진 경치에 흠뻑 빠져 시를 짓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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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 (국보 제 17호)

 

 

이제 짧은 여행을 마치고 이곳 영주 부석사를 떠나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언제나 나는 변함없이 오르고 또 올라 무량수전을 등진 안양루 언저리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비록 마음 속 여정일지라도 무량수전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흘린 땀을 식히고자 무심결에 뒤돌아서 만난 세상 절경을 간직한채로 말이다.

 


 

[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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