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툰 ‘고래별’로 깨닫게 된 문학의 힘_과거와의 연결 [만화]

글 입력 2021.10.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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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크게 남아있을 인생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여러 번 곱씹어서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드라마나 책을 보면서 눈물을 잘 흘리는 편이지만 특히 주인공인 해수가 죽는 장면에서는 소리 내어 꺽꺽 울 수밖에 없었다. 웹툰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눈물을 펑펑 흘리는 나를 보고서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그만큼 <고래별>은 스토리와 인물, 고증과 그림체까지 모두 완벽했던 최고의 작품이었다. 생각이 많아지는 작품이기도 하여 소개하고 싶었다.


<고래별>은 안데르센 동화인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인데, 이 글에서는 작품에 관한 설명보다 ‘내가 얻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작품은 그 어떤 설명보다 직접 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기변환]고래별 이미지2.jpg

 

 

 

잊고 있었던 ‘과거’


 

다음은 고래별을 다 읽고 나서의 나의 기록이다.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현재와 미래. 내가 살게 될 현재와 미래의 사회에 대해서만. 과거에 대해서는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지금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이제야 생각하게 되었다. 잊어서는 안 되는 건데. 현재 나의 삶이 중하고, 내가 겪을 미래의 삶에만 집중하다 보니, 기억해야할 사람들을 잊고 있었다.

 

부끄럽다. 상하이에 있는 임시정부에 갔을 때 주체할 수 없이 나오는 눈물을 뚝뚝 흘렸던 게 2년 전인데. ‘이 사람들이 정말 나와 같이 살아있던 사람들이구나, 역사의 한 줄이 아니라 정말로 현실에서 일어났던 현장이구나.’ 정말 일어났던 과거의 일이라는 현장감과 실제감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져서, 그 때, 이들을 마음에 새기고 살자고 다짐했었건만, 벌써 그 의미가 옅어졌던 건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강점기, 독립, 6·25 전쟁, 파병, 투쟁, 항쟁, 민주화 운동, 시위활동…. 이 시간들을 밟고서 내가 걱정 없이 그저 주어진 현재의 삶에 집중하며 살 수 있다는 걸, 이제야 또 자각하게 되었다. 주어진 현재의 내 삶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나의 현재와 미래]를 바쳤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일제강점기가 배경인 <고래별>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많은 조선인들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없었다. 개인적인 삶의 행복과 안위, 사랑, 가족, 아이, 꿈, 그 어느 것도-가질 수 없었다.

  

기꺼이 조국, 혹은 미래의 우리들을 위해서 나라를 되찾으려, 그리고 붙잡으려 애달프고도 절박하게 삶이 아닌 매 순간 죽음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담겨 있었다. 제각각의 삶과 사연이 하나하나 너무나 잘 담겨있어서 그 인물들에게 이입해서 <고래별>을 읽어나가다 보면 하나하나의 상황이 너무나 애달파서 펑펑 울면서 작품을 읽어나가게 된다.

 

요즘은 전체보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해진 시대이지만, 전체를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했던 과거에도 똑같이 그 개인의 삶은 중하고 의미가 있는, 한 사람 몫의 꿈과 행복과 생활이 담겨져 있는 삶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문학의 유용성에 관한 생각: "과거를 보게 하는 것"


 

문학의 역할과 힘은 결국 이러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과거를 보게 하는 것".


과학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문학은 취업과 상관없는 쓸모없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나 또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문학의 유용성과 의미에 대해 의심했고 제대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인문학도인 나도 쓸모없는 사람인 것인가. 하지만 이제 그 의미를 말할 수 있다. 유용하지 않은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문학의 유용성을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인문학을 있는 힘껏 포용하고 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답하자면 문학의 유용성은 바로 '과거를 보게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미래를 보게 한다면, 문학은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크기변환]고래별 이미지 4.jpg

 

 

실제로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을 재구성하고, 허구적인 상황과 인물을 만들어내 만든 <고래별> 웹툰은 각각의 인물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었다. 문학에는 상황과 사람이 담긴다. 어떤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들과 사건들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 직접 겪지 않은 사건이라도 그 인물과 상황에 몰입하면서 마치 내가 직접 겪는 것처럼 상황 속의 인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겪고 있는 현재와 미래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

 

문학은 과거를 동떨어진 시간이 아니라 나와 이어진 시간으로 연결시켜주는 힘이 있다. 허구적으로 지어진 상황과 인물을 이용해서 말이다. 기술과 과학과는 다른 측면의, 아주 강한 힘인 것이다. 결국 내가 겪는 그리고 겪게 될 현재와 미래는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니, 이를 기억하는 건 결국 내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을 기억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문학은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과거와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면대면으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들을 붙잡고 안고서 눈물을 퐁퐁 흘리며 최대한 꼭 안아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다른 생에서는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라게 되는 웹툰이다. 앞으로 나는 살면서 길을 잃었을 때 다시 <고래별>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다시 읽으면 저절로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꼭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고래별>을 읽어보길 권해본다.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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