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에 '빨리 감기'와 '되감기'가 있다면 : 클릭

글 입력 2021.10.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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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클릭하고 터치하는 되감기, 일시 정지, 빨리 감기 버튼. 이 버튼이 비단 음악이나 영상에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도 적용되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씩은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이 얼른 지나갔으면, 하고 바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인생은 한 번뿐이기에 이왕이면 그 한 번뿐인 인생을 오로지 가치 있고 후회 없는 시간으로만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영화가 여기 있다.

 

  

*

해당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릭(Click)>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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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하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포스터 때문이다. 아담 샌들러는 대표적인 할리우드 코미디 배우이고 그가 출연한 핫칙, 그로운 업스, 첫키스만 50번째와 같은 가볍고 유쾌한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있고 포스터 또한 그런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에 '클릭은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라는 감상평을 보고도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이 생각은 영화 초반부까지 이어졌다. 15년 전에 개봉한 것을 감안해도 중간중간 공감하기 어려운 웃음 포인트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소소하고 잔잔한 유머로 시작된 이 영화는 중간 지점부터 나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끝에 가서는 나를 엉엉 울게 했다. 그러니 누구든 이 영화를 단순 코미디 영화라고 예단해서 놓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주인공인 마이클 뉴먼은 아내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회사와 가정 사이에 균형을 잡아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날, 그런 그의 손에 만능 리모컨이 쥐어지게 되는데 이것과 함께라면 뜻대로 되지 않던 인생을 조금 더 쉽고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버튼 하나로 자신이 취하고 싶은 것만 취하며 인생을 조종하던 마이클은 목표했던 일은 이루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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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감기


 

영화 속 마이클이 가장 많이 사용한 버튼이다. 아내와의 논쟁부터 그녀의 잔소리, 부모님과의 식사, 자녀들과 놀아주기까지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하지만, 퇴근 후 지친 상태의 그에게는 귀찮고 지금이 아니어도 언제든 할 수 있는 부차적인 일로 느껴져 이 시간들을 빠르게 돌려 버린다. 그렇게 빨리 감기를 반복하던 그는 결국 "이번엔 또 뭘 놓친 거지?"라는 말을 할 만큼 자신의 일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 역시 빨리 감기 버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크게는 재수할 때, 이별 후에, 취업 준비 기간이 그러했으며 작게는 사춘기 시절 부모님과 부딪힐 때, 많은 사람 앞에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발표할 때가 그러했다. 감정 소모가 많이 되는 시간, 불필요한 언쟁, 당황스럽고 창피한 순간, 귀찮고 성가신 상황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생각하곤 했다. 시간아, 제발 빨리 가라. 그러던 내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이 변했다. 연초와 연말에 달을 보며 두 손 모아 빌던 소원 역시, '행복한 일만 가득하게 해주세요'에서 '행복한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로 바뀌었다.

 

인생은 내가 보고 싶은 장면만 쏙쏙 골라내서 보고, 그렇지 않으면 스킵할 수 있는 유튜브 동영상이 아니다. 힘든 일, 피곤한 일, 짜증나는 일처럼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상황과 사건들을 제외한다면 과연 나의 인생은 얼마나 남을까. 아니,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는 있을까. 때로는 부딪혀서 아파하고 울기도 하며 다음에는 더 나은 결과를 내고 실수를 줄여 나가는 힘은, 결국 피하고 싶은 상황을 맞서면서 나온다. 재수생 시절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과 재미를 알아갔고, 구직 중 자소서를 쓰는 동안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찰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모님과 의견이 안 맞아 충돌했던 시간들 역시, 내가 가진 생각을 말하는 능력과 타인과 대화로 풀어가는 길의 어귀가 되었다. 돌아보면 이 모든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와 '나의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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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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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을 빨리 감기 하던 마이클, 그렇게 가족과의 일은 미루고 정신없이 성공을 위해 달려온 그는 바라던 대로 승진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그의 일상과 그의 사람들은 더 이상 제자리에 없다. 피자와 피클로 만든 집을 그림으로 그리던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 알아볼 수 없어졌고 아내는 새로운 사람의 곁에 있었으며, 어머니의 머리가 하얗게 다 셌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은 마이클은 그제야 본격적으로 빨리 감기가 아닌 되감기 버튼을 사용하게 된다.


마이클은 종국에 자신의 전철을 밟아가려는 아들에게 가족이 우선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유언을 남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언가를 놓치기에 십상이다. 영화에서 마이클은 가족을 놓쳤지만, 나는 그것이 가족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꿈'일 수도 있고, '청춘'일 수도 있으며 '나 자신'일 수도 있다. "늘 무지개 끝에 있는 황금 주전자를 찾아다니지만, 하루 해가 저물 때쯤 거기에 다다르면 금이 아니라 콘 플레이크 뿐이지." 리모컨을 준 모티 박사가 마이클에게 건넨 대사이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이것을 좇을 때가 맞는 것인지, 한 곳만 보고 달리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쯤은 뒤돌아보며 생각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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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끝으로, 삶을 재생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영화의 주제와 어울리는 시를 전해주고 싶다.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임정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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