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제나 정다운 '다운'의 이야기 [만화]

글 입력 2021.10.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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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스타그램 중독이다.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인스타그램에 진심인 편', '인스타그램 과몰입러'이다. 갑자기 겨울이 들이닥친 요즘, 뜨끈한 바닥에 누워 팔로워들의 피드에 하트를 누르고, 스토리를 통해 그들의 순간순간을 구경한다. 이마저도 다 봤으면 돋보기를 눌러 정보의 바다에 몸을 힘껏 내던진다. 인스타그램에 쏟아붓는 시간은 즐겁게 흘러간다.

 

인스타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 이 작가님은 그림체가 귀엽네', '이 작가님은 표현력이 좋으시다. 내용에 공감이 가네.'라는 생각을 하며 '팔로우'가 적힌 파란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보니 지금 팔로우하는 인스타툰만 약 열 다섯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작가들은 작은 정사각형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낸다. 그들의 이야기에 담긴 재치와 유머에 감탄하기도 하고, 감동적인 내용이 올라오면 마음이 찡해지기도 한다.

 

'다운' 작가의 인스타툰은 프로필에 보이는 캐릭터에 귀여워서 팔로우 했다. 3등신 정도에 작고 동글동글한 몸. 흰 얼굴에 발그레 한 볼. 산뜻해 보이는 노란색 머리. 귀여움 그 자체였던 다운 작가의 캐릭터는 단숨에 내 눈을 사로잡았다. 자동으로 팔로우를 누르고 있었다.

 

소개 글에 적혀있듯이, 다운 작가는 다운의 일상을 그린다. 여기서 '다운'은 작가 본인인데, 본명을 그대로 작가명으로 쓰고 있다. 제목을 <언제나 정다운 '다운'의 이야기>로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운 작가는 귀염뽀짝한 캐릭터로 정다운 만화를 그린다. 가족간의 정, 친구 간의 정, 다운 작가와 팔로워들 간의 정 등 다운 작가의 그림에서는 정이 흐르다 못해 넘친다. '정다운 사람들이 옆에 저렇게나 많을 수가 있구나'라는 부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운 작가의 그림을 찬찬히 보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다운 작가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정을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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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0_713

 

 

다운 작가를 팔로우하고 처음 봤던 만화가 바로 '동생 정식'이었다. 다운 작가는 언니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전화한다. 오늘 저녁은 동생 정식으로 하겠냐고 묻는 전화다. 다운 작가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온 언니를 위해 냉장고를 뒤져 열심히 요리한다. 다운 작가는 유일한 쉐프이자 언니는 유일한 고객이다.

 

메뉴 선정과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 모두 쉐프의 자유이고, 고객인 언니에게는 모든 것이 비밀이다. 오늘 무슨 요리가 나올지 고객을 기대감에 들뜨게 했다가 짠! 하고 보여주는 것이 '동생 정식'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이편이 너무 귀여워서 저 '너무'에 곱하기 100을 붙이고 싶었다. 언니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다운 작가의 모습에서, 그리고 오늘 저녁 메뉴를 무엇일지 기대하는 언니의 모습에서 자매간의 우애가 돋보였다. 언니 맞춤형이라 쓰고 다운 작가 맞춤형이라 부르는 요리에 '동생 정식'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다운 작가다웠다.

 

이 에피소드를 포함해서 보면, 다운 작가는 언니, 남동생과 우애가 깊어 보인다. 다운 작가가 언니만을 위한 저녁을 차려주는 것도 그렇고, 남동생을 '동빵'이라는 별명으로 칭하며 남동생과 관련된 일화를 몇 번 만화로 그렸다. 다운 작가의 정을 느껴진다. 정이 진하게 묻어나와 그 따뜻함이 마음을 울린다. 따뜻한 내용에 귀여운 그림체까지 더해져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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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0_713

 

 

'동생 정식'이 다운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에피소드였다면, 위의 만화는 취준생인 내가 최근에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이었다. 다운 작가가 하고 싶은 건 본인의 일상을 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 졸업이 다가오자 다운 작가는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을 잠시 미뤄두고 여느 취준생처럼 취업 준비 전선에 뛰어들었다.

 

또래 보다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한 광고 회사로 취업에 성공했지만, 금세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별로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본인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을 포기하고 사회가 설정한 틀에 맞춰 취업했지만, 회사 일에서 보람도, 애정도 못 느낀 것 같다. 다운 작가는 계속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회사에 나를 억지로 구겨 넣어 사는 것이 정답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 에피소드는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8회에 걸쳐 연작됐다. 다운 작가는 취업한 지 얼마 안 되어 퇴사했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퇴사했지만, 당장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회사를 나오자마자 통장 잔고가 바닥나기 시작해서 알바를 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걸 천천히 하나하나 해나가기 시작했다.

 

작년에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로 인해 고용 시장은 더욱 불안해졌고, 어려워진 회사의 사정으로 퇴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청년층은 이러한 난관 앞에서 오직 취업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MZ세대에서 본업 외에도 여러 가지 부업을 겸하는, 'N잡러'가 많아지고 있다.

 

나도 지금은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오로지 회사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취업은 내 가치를 올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보며 깨닫는 수밖에 없다. 다운 작가가 그림에 담아낸 것처럼,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억지로 껴입을 필요는 없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필요한 것이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필요 없는 것이다.

 

다운 작가에게 가치 있는 일이란 본인의 일상을 그리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었고, 나는 내 몸값을 올리기 위한 첫 번째 목표로 취업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다운 작가가 알바하면서 본인의 꿈을 차근차근 준비했듯이, 현실적인 장애물에 직면할 것을 대비해 플랜 B를 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

 

다운 작가가 작은 정사각형 공간에 담아내는 이야기는 참 정답다. 팔로워들은 동글동글한 귀여운 그림체로 그려진 다운 작가의 만화를 보며 소소한 재미를 얻고, 공감하기도 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나는 '다운 작가님의 일상은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에피소드로 가득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었다. 일상에 불과한 내용이더라도, 사람들이 귀엽게 느낄 수 있는 만화로 그려내는 것이 다운 작가의 능력인 듯하다.

 

또, 다운 작가는 남들과 똑같이 취업에 뛰어들어야 할지, 아니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고민의 갈림길에 섰던 과정을 그려서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취업 준비 중인 나 또한 다운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사실 비슷한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취업이 안 되면 어디로 도망칠지 궁리했었다. 다운 작가와 팔로워들이 걸어가는 길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다운 작가는 만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방향성을 제공했다.

 

본인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해야 하며, 그때그때 대처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뜻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다운 작가는 앞으로 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가 될 것이다. 더불어 나처럼 다운 작가의 만화를 보며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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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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