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몰랐던 그들의 세상, 독립영화 <박화영>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
글 입력 2021.10.1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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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희라는 배우의 새로운 발견. 바로 독립영화 ‘박화영’을 보았다. 영화평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불편했다. 그리고 괜히 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비췄을 때,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 그저 피하고 싶은, 부끄럽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영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박화영>의 주인공, 엄마 ‘박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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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인공의 이름을 영화 제목에 그대로 반영할 정도로 ‘박화영’이라는 인물에 주목해야 한다. 이 인물을 통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고자 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화영은 비행 청소년들 사이에서 ‘엄마’라고 불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엄마라는 이미지와 얼핏 봐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엄마라기에는 거친 욕설과 폭언을 일삼으며, 자식들 즉, 박화영과 함께 지내는 비행 청소년들이 엄마라고 부르며 박화영을 그저 이용하기만 한다. 엄마라고 포장하면서 말이다. 부모의 따뜻한 품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엄마가 어떤 느낌인지, 평범한 가정에서 느낄만한 ‘엄마’라는 단어의 따뜻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박화영과 함께 지내는 공간조차 따뜻한 집, 안식처라기보다는 그저 밥을 먹고 잠만 자는 거쳐 가는 이용 공간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엄마 박화영은 수단이었다.

 

 


그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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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마치 우두머리처럼 군림한 ‘영재’라는 인물은 난폭하고 우악스럽다. 그리고 ‘미정’은 이런 영재의 여자친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두머리의 옆자리를 꿰차며 친구들이 자신을 얕보지 않게 만든다. 이렇게 말로만 표현하면 청소년들이 ‘일진 놀이 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들 세계는 서열이 존재하는 계급사회에 가깝다. 비행 청소년들뿐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세계가 흔히 그렇다. 그때 그 시절에는 그 세계가 전부인 줄 착각하며, 왕처럼 군림하는 또래를 보며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비굴하게 따르기도 하면서.

 

비행 청소년들은 그들을 잡아줄 스승도, 부모도, 옳고 그름을 알려줄 어떤 어른도 없이 길을 잃은 고양이 마냥 정처 없이 배회하며 도와주려는 타인을 날이 선 발톱으로 할퀴기도 한다. 결국 그들에게 세상은 온갖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면서도 또 아무도 그것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진실한, 진정한 친구라는 것이 존재할까.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이 세상에 쓸모의 존재가 되고 싶었던 박화영은 영화 내내 줄곧 이런 대사를 반복한다.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표현 방식은 거칠었어도 박화영은 항시 누군가의 필요의 존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박화영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화영이 이 대사를 할 때마다 ‘마치 너네가 없으면 안 돼. 제발 있어 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영화는 엄마와의 갈등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엄마의 집으로 찾아가 돈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흉기를 들어 협박하기도 했다. 이 장면을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박화영이 마치 절규하는 것과 같았고, 외로움에 포효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박화영이 당한 일들이 제발 현실에서는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이런 박화영의 곁에는 누가 남았을까? 그리고 뭐가 남았을까. 영화는 정답을 내어주지는 않지만,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진실들을 때로는 직시하고 바로잡아야 할 때가 있다. 갈 길을 잃은 그들은 사랑하는 법도, 사랑을 주는 법도, 사랑을 배우는 법조차도 모른다. 오로지 어떻게든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갈 궁리만 한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말이다. 이 가엾은 아이들은 절벽 끝으로 내몬 것은 과연 누구일까. 완벽히 해결할 수는 있을까.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윤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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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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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민
    • 사랑받는법을,,배우고싶네요,,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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