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을 맡게 하는, '머스키 마일드'

글 입력 2021.10.1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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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에는 문외한인 내가 최근 들어 향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코로나 영향이 컸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이 지겨워졌다. 밖에 나가면 몇 분 만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지독한 집순이지만 그런 나에게도 외부와의 소통이 꽉 닫힌 채로 버티는 장기전은 벅차고 답답했다.


내게 소중한 집에게서 지겨움을 환기시키기 위해 선택한 것이 향이다. 쉽게 바꿀 수 없는 가구와 달리 향은 언제든 새로운 향을 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디퓨저와 캔들로 시작한 향에 대한 관심은 나를 위한 향수로 번졌다.

 

그리고 가을을 지나 겨울을 앞둔 지금, 도톰한 솜이불을 닮은 향수, ‘머스키 마일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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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TAY]


 

개인적으로 나는 시각미술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향수를 고를 때도 브랜드와 디자인을 먼저 살피는 편이다. 그런 것들을 리서치하고 공부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나름의 직업병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먼저 브랜드 ‘펄스테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펄스테이는 1인 조향사 펄스(pers)로부터 설립되었으며,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조향사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브랜드라고 한다.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가장 첫 번째 게시물을 들어가면 괄호 속에 브랜드 이름이 들어차 있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괄호 안에 향이라는 매개로 사람과 사람, 그들이 만들어 내는 관계 속 공간을 채워주는 브랜드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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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타입에 사용된 괄호는 향수 패키지에서 긴 사각형으로 활용되어 브랜드와 향수의 이름을 품고 있다. 괄호와 글자 사이의 여백은 쾌적하게 트여 그들이 만들어낼 향들이 드나들 통로처럼 보인다.

 

이 간결하고 담백한 디자인은 향기라는 확실한 향수의 본질을 위해 온갖 수식들을 배제하고, 미니멀을 중점으로 한다는 브랜드 모토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당신의 차가운 겨울을 감싸줄 향수 : MUSKY MILD


 

머스키 마일드는 한겨울을 책임질 포근한 이불의 향이 난다. 처음 딱 뿌렸을 때는 상큼함과 시원함이 느껴지는데, 여름이라 하기엔 무거운 편이라 왜 이 향수가 겨울을 위한 향수인지 알 수 있다. 분사되는 순간은 마치 눈이 내리는 형상을 닮기도 했다.


몸에 체화된 향은 처음 맡았을 때의 느낌과 사뭇 달라진다. 그보다 더 진득한 향으로 바뀌는데, 이때부터는 겨울의 시원함보다는 담요나 이불에서 날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다. 첫 향의 색깔이 흰색에 가까웠다면 점차 아이보리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폭신폭신한 침대, 구름, 눈. 향수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를 완벽히 묘사하는 향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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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브랜드의 향수는 향을 묘사하는 설명글을 보았을 때 더욱 빛난다는 생각이 든다. 머스키 마일드에 대한 설명만 보아도 대략적으로 이 향수가 지닐 향을 상상할 수 있고, 나아가 시각적 풍경까지 그려진다. 향을 후각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머스키 마일드 외에도 펄스테이의 향수들은 모두 식물의 이름을 따왔으며, 각 향수들은 어느 일상의 한 부분을 포착해 향으로 각인시킨다. 같은 식물이라도 뻗어나가는 모양과 생김새가 다 다른 식물처럼 저마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맡을 수 있는 이 브랜드의 컨셉은 이들이 앞으로 선보일 일상의 조각을 기대하게 만든다.

 

 

 

REMEMBER ME


 

향이라는 것은 신기하다. 흐릿하고 모호한 잔상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한 번 어떤 곳에 안착한 향은 어떤 감각보다도 고집스럽게 그 자리를 지킨다.

 

끝내 옅어지고 옅어져도 희미한 자국으로 또 오래 남는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림을 그릴 수도, 소리처럼 받아 적을 수도 없는 무형의 분자들을 우리는 정확하게 표현하는 법을 모른다.


그저 애매하게 어떤 것, 어떤 맛, 어떤 소리 등 다른 감각에 기대어 짐작하게 할 뿐이다. 그러나 반대로 향은 정확하게 담아내고 있다. 물체 자체의 냄새처럼 한 덩어리로 존재할 수도 있고, 앞서 리뷰한 향수처럼 스치는 무형의 순간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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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은 향수를 찾는 것이 아닐까.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연들 사이에서 나를 기억하도록, 나의 얼굴과 목소리를 잊더라도 낯선 곳에서 마주친 익숙한 향이 나를 떠올리도록 하는 가장 쉽고 강력한 묘약이니 말이다.

 

추운 겨울날, 몸을 감싸는 아늑한 이불 속에서 나를 떠올리도록 만들고 싶다면, 머스키 마일드가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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