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언(宣言) [운동]

충격적인 인바디 결과, 모두에게 외치지 않으면 영영 안 할 것 같아서 선언합니다
글 입력 2021.10.1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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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170cm가 안 되는데 몸무게는 70kg을 넘은. 많이 넘은 건 아니지만 무게 초과분이 다 복부에 집중된 중년의 몸을 가지고 있는 20대 후반의 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항상 저체중이었다. 가슴을 조금만 앞으로 내밀면 앙상한 갈비뼈가 다 드러나 보일 정도로. 부러 살을 찌우기 위해 매 끼니를 많이 먹어도 된다는 어머니의 특명이 내려질 정도였으니. 한창 공부할 나이였기에 주는 대로 먹고 소화시켜도 언제나 모자랐다.


20대가 되어서도 남들보다 적어도 두 배, 많으면 다섯 배까지 앉은 자리에서 먹어 치우는 먹성은 조금도 죽지 않았다. 문제는 먹은 만큼을 어딘가에 쓰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운동은 여전히 끔찍이 싫어한다. 대학 와서 자유를 맛본 뒤로 공부하고는 담을 쌓아버렸으니, 두뇌 회전에 영양분이 쓰이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모든 운동을 다 싫어하지는 않는다. 흔히 무산소 운동이라고 불리는 근력 운동은 피하지만,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그래도 할 만하다. 바닥에 엎드려 팔을 굽혔다 올라올 때, 안간힘을 쓰기 위해 숨을 참아야 하는 그 느낌이 싫었다. 반면에 달리기는 발을 내디딜 때마다 달라지는 경치와 함께 숨을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운동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부지런함이 내게 없었다. 항상 나의 저녁 일정은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또 혼자서 야식을 먹는 것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한번 먹으면 밥이든 술이든 적지 않게 먹으니,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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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인 성격 중에서도 극단을 달리는 나는 남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 역시 싫어한다. 축구, 농구 등 팀 스포츠 모임에서는 ‘경력직 신입’을 원한다. 신입 회원에게는 ‘하고 싶다’뿐 아니라 기본적인 실력이 요구되었다.


애초에 안 받아들여질 것을 안 나는 그래서 혼자 하는 운동이 좋았다. 그중 자전거는 13년째 이어오고 있다. 특히 서울은 시원하고 탁 트인 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이 되어 있었고, 어린 시절 ‘나중에 꼭 서울에 살아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실제로 자전거로 가보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다. 작년에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교통비를 아끼겠다는 명목으로 서울의 웬만한 곳을 자전거로 다녔다. 내가 살던 성북구에서 노원, 노량진, 강남 등... 대중교통으로도 한 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를 오로지 두 다리의 힘으로 왔다 갔다 했다. 심지어 폭염경보가 발효된 땡볕의 여름날에도.


그렇게 작년 한 해에만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전거를 3000km를 탔다. 이렇게 탔으면 살이 빠질 법도 한데 내 몸은 그대로이다. 평소와 같은 양을 먹으면서 운동을 해서 칼로리를 소비해야 하는데, 밖에서 흘린 땀만큼 더 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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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는 기간 동안 몸을 만들 절호의 기회라는 군 시절도, 전역하고 나서도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 주변 사람들이 나보고 제발 운동 좀 하라고 간곡하게 부탁할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해졌다. 바로 건강에 직격타가 날아든 것이다.


직장을 구하면 최소한 하루에 여덟 시간은 일에 집중할 정신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거늘, 요즘 밖에서 간단한 일정 한두 개만 소화하고 일찍 집에 들어와도 너무 피로하고 잠을 자기 일쑤다.


건강검진 상으로 지방간, 위염, 중성지방 과다가 나타났고, 이것과는 별개로 머리카락도 빠지기 시작했다. 인바디도 측정했는데 몸무게는 9kg, 복부 지방은 12kg 정도를 빼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좋은 몸매보다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와 버렸다.


그러나 조금 두려웠다. 일단 운동이 너무 재미가 없다. 게다가 계획을 세운 다음 ‘다른 일 하느라고 바쁘니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계속 건너뛰다가 결국 유야무야되고 다시 죄책감에 빠질까 봐 덜컥 겁이 났다. 먹는 양을 줄여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삶의 유일무이한 낙인 음식을 포기해야 한다니... 무언가 추진력 있게 진행해본 적이 없는 인생에서 멈춤 없이 꾸준히 운동해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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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다른 일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유명한 트레이너인 양치승 씨가 나와서 운동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짧은 기간에 결과를 만들기 위해 절대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맡은 수강생도 처음 한 달은 식단 조절을 하지 않고,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하여 운동에 재미를 붙이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한다.


깨달음에 무릎을 쳤다. ‘조금씩 운동에 재미를 들이자.’ 의무감으로 하는 운동은 오래 못 간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나만의 페이스대로 운동량을 시나브로 늘리자. 운동이 내 삶에 스며들게 되었을 때부터 식단도 점점 조절해보자. 한 달이 아니라 1년, 2년을 잡고, 건강을 위해 시작해보자.


그래서 아트인사이트의 한 페이지를 빌려 선언한다. 공언하지 않으면 영영 안 할 것 같다. 일단 목표는 한 달. 오늘부터 매일 집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할 것이다. 달리기는 엔간히 하니까 하루에 3km, 철봉 10초 매달리기, 팔굽혀펴기 10개부터 시작해서 각각 하루에 50m, 1초, 한 개씩 추가해보려고 한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평생 운동을 싫어했던 내가 운동에 재미를 들이고 삶의 활력도 되찾는 그날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서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한 달 뒤, 다시 이 페이지에서 자랑스러운 운동 기록지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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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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