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겐 너무 어려운 그것 -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도서]

글 입력 2021.10.13 14: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표1.jpg

 

백민석 작가의 미학 에세이.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이 책에서는 작가가 ‘미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현장 비평’으로 철학, 이론, 미술, 도서, 영화 등 예술 세계를 사회·문화적 현상의 현실 세계와 연결하여 예술에서 언어로, 언어에서 내면으로, 자유롭게 인문학적으로 사유한 것을 담은 책이다.

 

대학교 시절 교양으로 미학에 대한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배웠던 책에서 미학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미학은 이름에 들어 있는 ‘미美’라는 글자 때문에 대게 아름다운 것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미학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순수한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인간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온갖 느낌과 정서의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는 논리나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적인 세계이다.

 

미학은 온갖 감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우리의 감성을 움직여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대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포함된 느낌과 정서의 세계까지 포괄적으로 사유하는 것이 ‘미학’이라고 했다. 당시, 이러한 배움에 기반하여 작품을 선택하고 사고해 보는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꽤나 시간이 흘러 정확하지는 않지만, ‘DOOM DADA’라는 노래를 선택하여 미학 중 한 카테고리의 미적 특성을 가지고 분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노래의 제목과 내용에 반영되어 있는 ‘현대 매스미디어를 향한 비판적인 시각’에 집중하여 분석했던 기억이 있다. 그 수업을 통해서 단순히 미술이 아름다움만을 가지고 감상하는 것이 아닌, 내포되어 있는 내용을 파악하고 사유하는 것이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The House Jack Built with Corpses.png


 

‘예술은 어렵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미학에 관하여 한 학기 동한 수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가진 예술에 대한 태도는 어려움이다. 지금까지 수업뿐 아니라 여러 전시를 통해 그림, 설치 미술, 조각상 등을 접했지만 작품을 한 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예술에 조예가 깊다는 사람들은 작품을 보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본인의 견해를 더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필자는, 작품과 처음 마주치면 이것은 무엇을 표현한 건지 한참 고민이 필요하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찾는다. 작품 옆에 써져 있는 설명을 본다든가, 준비되어 있는 가이드를 듣는다든가 보충 설명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설명이나 가이드를 통해 작품이 지닌 의미를 알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순간이 올 때는 어렵지만 흥미롭다는 생각이 앞선다. 예술 작품을 바라봄에 있어 조예가 깊은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게 단순히 홀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즐거웠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책이 궁금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어떠한 내용과 접목하여 이야기를 하는지, 그 내용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지,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어떤 안목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했다.

 

우선, 책을 읽기에 앞서 백민석 작가가 어떤 분인지 아는 것도 책을 이해하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여 작가의 약력을 훑어봤다. 1995년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내가 사랑한 캔디」로 문단에 등장하여 낯설고 또렷한 시선과 문체로 1990년대 한국문학계의 독보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던 그는 10년의 침묵을 깨뜨리고 돌아왔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수림』, 『혀끝의 남자』, 『16믿거나 말거나 박물지』 등이 있다.

 

낯설고 또렷한 시선과 문체로 독보적이었다고 하는 그는 이 책에서도 진배없이 영화, 문학, 미술 등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채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부분들을 다양하게 고찰한다. 우리 삶 도처에 자리한 미학을 포착하고 예술과 현실 간의 소통을 위해 기존 관련 도서들의 권위의식을 대폭 낮추었으며, 완성된 작품을 미완의 사회상을 읽어내는 도구로 활용하여 어렵게만 느껴졌단 미학을 한층 가깝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진다.

 

책을 읽는 동안, 여전히 미학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좀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과 사회상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 시대상을 아는 것부터 조금은 어려운 시도였다. 심지어 같은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경험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간극들도 존재하여 조금 충격이기도 했다. 특히, 그 어떤 부분보다도 가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둔탁한 걸로 맞은 듯한 충격처럼 확 꽂혀서 기억에 남았다.

 

 

common.jpg

 

 

언니, 집 없어요?

 

책에서 영화 ‘소공녀’에서 등장하는 “언니, 집 없어요?”하는 물음은, 단순히 집이 없냐는 물음에 그치지 않고 “언니, 행복 없어요?”하는 질문이 베여 있다고 한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집이라는 의미는 가장 기본적인 생계 수단이면서, 삶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집’이라는 존재 하나로 가난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생소하기도 했다.

 

아주 평범하게 자라왔던 나는 가난이라는 무게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었다. 얼마 전 우연히 코로나임에도 목욕탕이 운영되고 있는 이유라는 내용의 글을 봤었다. 글을 읽기 전까지는 단순히 운영되지 못할 때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마주한 내용은 충격이었다. 물세를 낼 여유가 없거나 집에서 씻을 여력이 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운영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돈을 모아 물세를 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여러 의견이 있었으나, 그것 역시 가난을 제대로 직면해 보지 못한 이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당장 사용할 돈만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고, 그렇게 가난의 굴레가 계속된다고 어떤 이들이 설명했다.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내용이어서 그런지 그 어떤 내용보다 가난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게 꽂혀서 들렸었다.

 

그리고 이 글은 책에서 봤던 내용도 함께 연결 지어졌다.

 

 

섹스와 술은 사실상, 가난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값싼 사치이자 가장 비용을 적게 들여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하지만 가난 탓에 미소는 섹스도 잃어버렸다. 이제 미소에게 남은 것은 술뿐. 그녀는 필사적으로 위스키라는 자신의 취향을 지킨다. 그녀도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편안히 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맛을 보는 위스키 한 잔이 그녀의 행복이자, 꼭 지켜야만 할 존엄이자, 그녀의 실존을 증거하는 알리바이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난은 추상이 아니다. 가난은 <소공녀>가 보여주듯 삶의 가장 디테일한 부분까지 옭아맨다.

 

 

가난이란 정말 예상하지 못한 부분까지 삶을 옭아맨다는 게 이런 것까지 영향을 끼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봤던 글에서나 영화 ‘소공녀’에서 나오는 내용을 비슷하게라도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그런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게 예전이 아닌 현재 우리의 시대상을 담고 있다는 것까지 역시 놀라움이었다.

 

우리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통해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경험한 것과 같은 내용을 엿본다. 그리고 작품에 베어 있는 시대상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앞서 말한 가난뿐만 아니라 인종, 계급에 따른 차별, 혁명의 후유증 등을 작품을 통해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우리가 미학에 대해 고찰하는 이유이며,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예술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아름다움이지만, 어려움을 걷어낸다면 그 속에 빛나는 아름다움이 더욱 반짝이게 보이지 않을까?


 

 

곽미란.jpg

 

 

[곽미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29579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10.21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