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픔만으로 가득한 날도 있어 [사람]

글 입력 2021.10.0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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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구석이 점점 굳어가는 듯 답답하다. 미각도 잃은 느낌이다. 혹시 불안한가 싶다. 맞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만두고 싶다. 노력하기는 어렵지 않다. 노력해서 얻지 못할 것들이 괴롭다.

 

밤이 되면 세상이 깜깜해진 듯, 내 마음이 더욱 잘 보인다. 그래서 밤은 더 괴로운 시간이다. 차라리 잠이라도 오지. 예전에는 머리만 대면 바로 잠들었는데, 이제는 자길 바래도 잠이 안 온다. 마음을 글자로 나타내니 후련하다. 근데 글로 마음을 마주하니, 약간 울적해진다. 그냥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에 빠져 못 헤어나오는 중이다. 빠져나오려 애쓰지만, 신경계 문제인지 뭔지. 내 의지대로 벗어나긴 어려운 일이다.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힘들 때는 인간관계를 절단하곤 한다. 카톡 역시 그렇다. 왜냐면 내가 남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혹은 남의 말 한마디가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면 나는 평소보다 더 크게 슬퍼하니까. 오늘이 딱 그랬다. 무심코 한 한마디에 상처받았다. 그러나 이를 위로받기 위해 나를 실제로 아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사람은 날 위해서 해준 말일지 모르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이 말을 털어놓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향하는 비난은 이제 질렸으니까. 그 사람이 비판받는 건 내가 또 신경 쓰게 될 일이니까. 나 혼자 참으면 되려나.


근데 이렇게 마음먹고 나니 마음이 더 답답해진다. 내게 말을 걸었던 사람은 모르겠지. 작은 한 마디에도 이렇게 쉽게 무너졌다는 것을. 그렇다고 알아달라는 건 아니지만, 무뎌지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가 보다.


어른이 되는 일은 상처에 무뎌지는 것까지 포함되려나. 그럼 난 아직 어른이 아닌가 보다. 무심 켤 적에 한 말에도 이렇게 상처를 받으니. 오늘 같은 날은 사람으로도 치유하지 못하는 날이다. 위로의 말에 예민하게 받아들일지 모르니까 말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 주기는 싫으니까.


환기를 위해 밖에 나왔지만, 역시 시원한 바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날이다. 그냥 나 혼자 견디는 게 최선인 날인가 싶다.


즐겨 듣는 노래 중, 9와 숫자들의 <눈물바람>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에 ‘아픔만으로 가득한 날도 있어’라는 가사가 있다. 조용한 멜로디가 좋았는데, 노래에서 나오는 아픔만으로 가득한 날이 오늘인가 보다. 그리고 작은 아픔도 슬픔도, 참지 못하는 날.


우울할 때는 울기도 했지만, 울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날의 내 눈만 붓고 뻑뻑할 뿐이다. 그저 글로 우울을 함빡 쏟아내고 나는 괜찮은 척하기로 한다. 견디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사소한 아픔 정도는 무뎌지길 바라야겠지.


 

아픔이 없는 행복은 없다고

그대 나를 달래주지만

아픔만으로 가득한 날도 있어

홀로 새는 바로 이 밤처럼

아픔이 없는 행복은 없다고

그대 나를 달래주지만

작은 아픔도 난 참을 수 없어

슬픔을 난 이길 수 없어

나 역시 밝은 웃음만 그대 주고 싶지만

날이 차서 그래요

밤이 깊어서 그래요

 

9와 숫자들 <눈물바람> 중



날이 흐려서 그러리라 생각하고, 오늘만큼은 나를 놓아주길 바라며, 다시 괜찮아지면 돌아올 테니까. 우울한 날만은 없으니까. 다시 괜찮아질 나를 알고 있다. 오늘만은 우울함에 잠식되더라도 다시 밝아질 날을 기대해보며.

 

결국은 무뎌져서 더욱 강해질 나를 기대해 봐야겠다. 그러면 오늘은 우울해도 괜찮을 테니.

 


[임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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