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글 입력 2021.10.0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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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미술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사유하게 만드는 데 그 아름다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p.6)


전시를 보면 작가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왜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어떤 이유에서 그려낸 것인지 알고 싶어지고, 작가의 삶을 바라보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아무 정보 없이 마주할 때가 더 강렬하기도 하다. 미술은 내 마음대로 바라보는 재미, 사전 배경을 알고 난 뒤 다시 마주하는 재미, 이 외에도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미술과 철학이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는 것을 공통점으로 말한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고 생각에 잠기는 것처럼 철학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에 나오는 작품과 철학의 이야기가 올바른 해석이라고 말하기 보다, 그저 ‘놀이’라고 설명한다.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두 분야가 합쳐진 이 책이 궁금했다.

 

 

 

천지창조를 바라보는 발칙한 시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처음 봤을 때, 신의 위엄함과 관대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아담은 땅, 신은 하늘이라는 공간에 있어서 서로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손가락이 맞닿을 듯한 가까움이 신비로웠다.

 

전지전능한 신의 모습, 인간을 찾아온 신. 저자는 ‘천지창조’를 서로 다른 두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작품을 두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무척 재밌는 경험이었다. 만약 이 작품을 온전히 인간중심으로 바라본다면, “신은 죽었다.”라고 이야기한 니체가 자연히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신은 죽었으므로 신의 위치를 향하여 스스로를 드높이는 삶을 살라. (p.28)


니체의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 ‘가치전복’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안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무언가를 깎아내리며 자기 자신을 드높인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문제점을 찾기 시작하면 착각과 자만에 빠질 위험이 크다.

 

니체는 한 인간으로서 예수님을 존경했지만, 그의 이야기만을 따르며 삶의 무게중심을 자신이 아닌 외부로 두는 것의 우려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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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클림트는 혹평에 시달렸을까


 

클림트의 <철학>, <의학>, <법학>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심장하고 왜 이런 시선으로 그려냈는지 궁금한 작품이었다.

 

철학이 그림이라면 마치 신과 같은 모습이라고 상상해본다. 하지만 클림트 <철학>은 고통스러운 인간들과 대비되는 평온하고 꼿꼿한 표정(얼굴)이 얄밉다. 사람을 살리는 의학이지만 <의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골이다. 삶을 위한 학문에 죽음을 나타내는 존재라니. 마치 부질없다고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법학>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의보다는 불의를 고발하는 듯한 느낌이다.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인간의 마음을 더 세게 두드리기 때문이다. (p.144)


클림트는 ‘해야 한다’ 보다 ‘하면 안 된다’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뒤이어, “자유보다는 공포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 철학자 주디스 슈클라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아름다움 보다 공포와 위험성을 강조한 클림트. 그의 작품을 본 학자들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은 전시를 함께 관람하고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느낌으로 읽었다. 서문에서 작가의 철학과 미술에 대한 공통점을 떠올리며 앞으로 더 흥미로운 시선으로 두 분야를 바라볼 것 같다.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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