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열차의 종착역은 [사람]

'고향' 입니다.
글 입력 2021.10.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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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한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그때 김지훈 배우의 무대를 통해 새로 알게 된 넘버가 있다. 바로 뮤지컬 <귀환>의 ‘내가 술래가 되면’이라는 곡이다.

 

<귀환>은 6.25 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주제로 한 육군 창작 뮤지컬이다. 그 중 앞서 언급한 ‘내가 술래가 되면’ 넘버는 6.25 참전용사 승호가 세월이 흘러 전사한 친구들의 유해를 찾아 산을 헤매며 부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함께 하던 숨바꼭질 놀이에 비유해서 표현한 것이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크기변환]김지훈.png

 

 

누구나 그리움의 감정을 느낀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그리움의 많은 이유 중에서도 전쟁은 특별히 마음이 아프다.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되고, 그 헤어짐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을 잃어 마음 한 켠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물 짓게 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10월 1일 국군의 날, 한 사진을 보게 됐다. 오늘 이 글을 통해 아래 사진 속 캠페인을 소개하고 싶다. 사진 속 전광판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서울역 대기실 전광판을 찍은 것이다. 승차준비 중인 이 열차는 출발시간 06:25, 열차종류 DMZ, 열차번호 1950번, 목적지는 ‘고향’인 열차이다.

 

70년이나 지연된 이 열차는 국방부에서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위해 진행한 캠페인이었다.

 

 

[크기변환]추석 전광판.jpg

 

 

이번 추석 연휴 서울역에서 해당 열차의 승차권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승차권에 프린팅 된 QR 코드는 유해발굴감식단 홈페이지로 연결되며 누구나 자신의 유전자를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할 수 있다. 등록 후에는 등록된 유전자와 발굴된 유해의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유가족을 찾는 형태이다.

 

이는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유가족의 DNA 샘플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전쟁 후 시간이 오래 흘렀고, 유가족 조차도 유해발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검사를 하는 표본 자체가 적고 유전자 자료가 부족해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더라도 신원 확인이 안되는 상황이다. 실제 국방부 주관 하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2월 기준, 신원을 확인한 경우는 발굴된 유해 중 약 1.3%에 그친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며, 갈수록 DNA 샘플을 얻는 일은 어려워질지 모른다. 유해 발굴을 하더라도, 그 유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지 모른다. 전쟁과 참전용사는 역사책에 새겨지지만 아이러니하게 우리 곁에선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과거의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어쨌든 이 열차 캠페인은 추석이라는 명절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그들을 기억하고, 나아가 현실적인 도움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참전용사를 추모하고 기억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이 캠페인을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이 글, 그리고 이 캠페인, 참전용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크기변환]귀환.jpg

 

 

아래는 뮤지컬 <귀환>, ‘내가 술래가 되면’ 넘버 영상이다. 관심 있으신 분은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이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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