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양인 최초의 에투알 박세은 발레리나가 전하는 이야기 [사람]

파리의 별, 박세은 발레리나
글 입력 2021.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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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투알로서 처음 왕관을 쓰고 참여한 '데필레'

 

 

지난 6월 발레리나 박세은이 파리오페라발레단(Ballet Opera de Paris, BOP) 로미오와 줄리엣 개막 공연이 끝난 직후 아시아인 최초로 ‘에투알(Etoile)’로 지명됐다. 에투알은 프랑스어로 별을 뜻하며 수석무용수를 가리킨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352년 역사에 아시아인이 수석무용수로 지명된 것은 최초이기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프랑스는 발레 종주국으로 자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가 더욱 눈에 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총감독 알렉산더 니프는 박세은 발레리나에게 “당신은 자격이 있어요(부 메리테 Vous meritez)”라고 말했다. 박세은 발레리나는 “메리테”라는 말에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간 노력해온 크고 작은 모든 순간들이 떠오르며 벅찬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파리의 별로 떠오른 박세은 발레리나. 이번 오피니언에서는 이 영예로운 순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박세은 발레리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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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은 발레리나


 

박세은 발레리나는 10살 때 국립발레단 문화학교에서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고,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발레리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노력과 발레에 대한 열정은 그를 ‘콩쿠르의 여왕’이라고 불리게 했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USA 국제발레콩쿠르, 베이징 국제발레경연대회 등에서 수상하며 발레에 대한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후 박세은 발레리나는 세계 최고 권위의 4대 발레 콩쿠르에 드는 바르나 콩쿠르, 잭슨 콩쿠르, 로잔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등 꾸준하게 무용수의 길을 닦아갔다. 또한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며 세계 최고 무용수에게만 허락된다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2018년 최고 여성 무용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정된 기술과 다채로운 표현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박세은 발레리나는 2011년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했다. 1년 계약의 준단원으로 입단했지만 2012년에 정단원으로 발탁되어 초고속 승급의 역사를 기록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1669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이다. 파리오페라발레학교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곤 하는데 이러한 환경을 극복한 박세안 발레리나의 노력과 성취가 더욱 대단히 느껴진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정단원은 약 150명 정도이며,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카드리유(군무·5등급), 코리페(군무 리더·4등급), 쉬제(솔리스트·3등급), 프리미에 당쇠즈(제1무용수·2등급), 에투알(수석무용수·1등급)이다. 박세은 발레리나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갔으며, 창단 후 352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인 에투알로 거듭났다. 현재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은 여성, 남성 무용수를 합해 16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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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은 발레리나


 

박세은 발레리나의 기사와 인터뷰를 쭉 찾아보며 에투알 승급까지의 과정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과정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수년간 자기 자신과 부딪히고 견뎌낸 끝에 얻은 빛나는 성취임을 알 수 있었다. 발레를 다루기 위해 끈기, 인내, 성실함, 애정 등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그의 일생이 읽혔다. 그런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큰 메시지를 주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그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그 때 알았죠. 어느 한계가 있는데 이를 악물고 참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는 것을. 무대에서 스스로 놀랐어요. 5분이라는 시간이 무용수들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거든요. 그런데 하나도 지치지 않았어요. 오히려 쉽게 쉽게 넘기는 저를 발견했을 때, 제가 ‘이만큼 강해졌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2010 인터뷰 중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 때 대부분은 멈춘다.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일어서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모두가 겪어본 상황일 것이다. 모든 크고 작은 상황에 내가 정해놓은 한계가 존재한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큰 용기와 노력, 수고로움을 요한다. 모두가 한계 앞에서 머뭇거릴 때 그는 이걸 넘어섰고 또 다른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언젠가 박세은 발레리나가 깨달은 것과 비슷한 글을 본적이 있다.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뉘앙스의 글이었다. 한계를 정해두는 것이 나의 능력을 축소시킨다고 한다. 그 고비를 넘기면 스스로에게 놀랄 만큼 더 나아진 자신을 만나게 되나보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고 위대한 것을 성취할 수 도 있는 것이다. 이를 뛰어넘어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간 박세은 발레리나를 보며 다시금 나를 일으켜 세워본다.



“예전에 ‘발레’는 할 수 있는 것 중 제일 잘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지금은 하기 싫을 때도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죠. 가장 하기 싫은 때, 최악의 상황을 최상의 상황으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연습 시, ‘이 작품이 나의 최고의 작품이다’란 것을 스스로 각인시켜요. 그렇게 해서 어렵지만 참고 인내해야 발전할 수 있거든요. 발레는 정말 인내가 필요한 예술인 것 같아요.”


- 2010 인터뷰 중

 


자기가 선택한 업을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대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선택에 대한 후회가 올 때도, 권태로움이 느껴질 때도, 더 이상 진전하는 느낌이 없을 때도 있을 것이다. 발버둥치지만 벗어날 수 없는 느낌이 들 때면 우울감에 빠진다. 이럴 때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하는지 박세은 발레리나의 인터뷰를 보며 도움을 얻었다.


그의 인내는 단순한 인내가 아니다. 그저 버티고 참는 것이라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컨트롤 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이 작품이 내게 최고의 작품’, ‘최악을 최상으로’ 여기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다. ‘천국과 지옥은 내 마음에 있다’라는 말처럼, 내 생각을 어떻게 좌우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다르게 비춰진다. 앞으로도 견디고 버텨야할 것들을 마주할 때 마다 그의 마음가짐을 되새길 것이다.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트로피요? 집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어요. 큰 힘을 준 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력 한 줄이죠. 그것만 바라볼 수는 없어요.”

 

- 2019 인터뷰 중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면 ‘춤의 영예’이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춤의 영예에 자리까지 올랐지만 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보통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허탈감을 느끼거나 해이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기쁨을 충분히 즐기고 또 다시 발레 연습실로 향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모든 일에 맺고 끊음을 확실히 하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 결단력의 중요성을 마음에 새겨본다.


무언가를 해내면 그 기쁨에 빠져 남은 것들을 잊고 지낼 때가 많았다. 그럼 또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시간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고 다시 바삐 그 공백을 채웠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삶이다. 성취를 충분히 즐기되 너무 오랜 기간 매몰되어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성취를 원동력 삼아 또 다른 삶의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더 큰 성취를 맛볼 수 있다.


*


박세은 발레리나의 지난날은 왜 그가 에투알의 자리에 올랐는지 증명한다. 그리고 하루를 거스르지 않는 꾸준함, 한계에 맞서는 인내심, 쉽게 낙담하지 않는 정신력이 그를 설명한다. 박세은 발레리나의 성취는 예술인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는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세은 발레리나가 에투알로 승급될 당시, 한 소녀가 그의 무대를 보고 자신의 SNS에 “제 인생 최고의 줄리엣”이라고 글을 게시했다고 한다. 이에 박세은 발레리나는 마음을 다시 다잡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 목표는 사실 에투알이 아니었어요. 타이틀에 욕심을 갖지 않고 춤만 출 수 있으면 됐거든요. 진짜 목표는 그 소녀에게 전한 감동처럼 예술로 관객을 감동시키는 겁니다. 저는 감동을 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까요.”


또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박세은 발레리나의 움직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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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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