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예술로 산책] #5. 다양한 얼굴이 숨쉬는 거리, 연남동(2)

경의선 숲길따라 기록상점, 상생의 마음 엿보기
글 입력 2021.09.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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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예술로 산책》은 매달 격주로 기고되는 예술 에세이입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좋았던 일상 속 예술 조각 또는 흔적을 보고 느끼며 열렬히 사유한 것들을 지극히 사적인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감상 포인트: 계획된 산책로는 없습니다. 정해진 목적지도 없습니다. 뜬금없이 걷기 시작할 수도,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도중에 지쳐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계속

 

 

prologue

 

흑심에서의 긴 머무름 끝에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 어디로 가볼까나. 그런 막연한 물음이 샘솟으면 아직 산책할 여유가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아직 더 걸어도 되겠군. 흑심으로 걸어온 길 그대로 뒤돌아 동진시장을 향해 걸었다.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서 큰 길가로 나가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걸었다. 이번에는 카카오 맵 없이 작정하고 연남동의 끝까지 걷기로 했다. 계속 걸었다.

 

뚜벅뚜벅. 천천히 걸어도 눈은 예술의 흔적을 찾기 위해 마치 먹잇감을 노리듯 호시탐탐 바빴다. 역시나 경의선 숲길 구석구석 카페, 레스토랑, 팝업스토어, 플리마켓, 편집숍 등등 개성이 묻어나는 공간이 참 많았다. 숨겨진 보물창고 뒤지듯 계속해서 새로운 분위기의 상점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방향 전환 없이 쭉 걷다 우연히 골목길 사이로 보인 익숙한 글자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기록 상점'. 예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날 잡고 꼭 가겠다 다짐만 했던 곳. 연남동 끝 쪽에 있었다니. 생각보다 외진 곳에 있었다. 아무리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도 몇 번은 골목길을 지나쳤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몇 십분은 그냥 날렸을 것 같은 상상에, 새삼 이곳을 우연히 발견한 게 다행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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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5. 연남동에는 다양한 얼굴이 숨쉰다(2)
돌봄, 상생, 공존의 가치를 엿볼 수 있는 거리, 경의선숲길로 산책
 
 
 

◈ 예술 조각 02

'기록상점' 속 피어난 작은 돌봄



 

'정갈하고 단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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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점을 들어서자마자 느낀 첫인상이었다. 기록상점은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작업공간이자 편집 상점인 동시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고 영감을 나누는 콘텐츠 커뮤니티 공간이다. 공간을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아주 잘 정돈된 문구점 같았다. 차분하고 경쾌한 흑심의 얼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정갈하고 단정한 이미지.

 

이곳 기록상점의 공간을 더 자세히 소개해 보면 2층에는 기록에 작은 영감을 불어넣는 책과 도구가 있는 소품 숍 및 쇼룸이, 3층에는 기록과 관련된 소규모 살롱 및 워크숍 공간이, 4층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좋은 실내 옥탑 라운지가 있다. 그 밖에도 '기록'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시즌마다 하나의 키워드를 기록의 글감으로 제안하고 키워드를 바탕으로 각 층마다 다양한 규모의 전시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침 그날은 다가오는 가을을 맞이하여 식물 생활 브랜드 seedkeeper의 팝업 전시 [letter to letter: 작고 소중한 것을 돌보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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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것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기르는 것과 식물을 키우는 것이 상당히 닮았다고 느끼던 차에, 작고 소중한 것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모여 편지를 주고받으며 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편지는 혼자 쓰는 글과 다르게, 내 이야기를 읽어주는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일상의 풍경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해야 하는 다정한 의무가 있습니다.

 

무심히 스치던 풍경은 글로 정리하는 중에 새롭게 해석되어 소중한 깨달음과 위로로 마음에 남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나를 돌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돌봄의 대화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편지에서 편지로 이어지는 이야기들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관계를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이로써 우리의 삶은 한층 더 깊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2021년 가을

씨드키퍼 드림

 

letter to letter: 작고 소중한 것을 돌보는 대화

전시 팸플릿 中

 

 

전시의 기획의도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를 기르는 것, 식물을 키우는 것, 편지를 쓰는 것까지 모두 '작고 소중한 것을 돌보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들을 한데 엮어 브랜드의 이미지와 함께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인상 깊었다.

 

해당 전시는 2층에 있는 쇼룸 A에서 시작해 쇼룸 B를 거쳐 중앙의 라운지까지 이어진다. 우선 라운지 바로 왼쪽으로 펼쳐진 쇼룸 A를 들어섰다.

 
 

▶ Showroom A: 끝나지 않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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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된 정갈한 분위기 속에 놓인 나무 탁자와 의자.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식물들.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인 듯 아담했다. 이 책상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런 의문증을 안고서 바로 옆에 두루마리처럼 펼쳐진 흰 종이 4편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서가은님과 문혜성님, 두 명의 글쓴이가 편지로 주고받은 대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가은님은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시면서 동시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배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서 씨드키퍼 팀원인 혜성님은 틈틈이 식물을 기르는 일에 빗대어 그의 고민에 대한 생각을 덧붙인다. 그중 혜성 님이 가은 님께 쓰신 편지에서 인상 깊은 대목을 발견했다.

 

 

나의 풍요와 낡은 가치관을 고집하면서 상대의 안녕까지 바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진정한 배려는 결국 나를 다시 재부팅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 7월 25일, 혜성 님이 가은 님께 보내는 편지 中

 

 

전시 기획 의도에서도 드러나듯, 아이를 기르는 것도 식물을 키우는 것도 결국 누군가를 위한 돌봄은 나를 향한 돌봄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이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네 편의 편지글을 엿보면서 그들의 다정한 대화가 괜스레 마음이 아리고 두근거렸다. 누군가를 위한 돌봄이라는 게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이고 소중한 마음인지 그려지기에. 정확히 무엇이라 특정 지을 수 없지만 오랜만에 심장이 말랑해지는 느낌이었다.

 

이곳에 놓인 책상과 의자는 바로 앞서 가은님과 혜성님이 주고받은 네 편의 대화를 보고 용기와 힘을 얻은 방문객이 작은 돌봄의 대화를 실천할 수 있게끔 마련된 공간이다. 즉, 스스로에 대한 다짐 또는 소중한 사람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엽서에 적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다소 아담한 공간에 살짝 당황했지만 애초에 기획 의도가 조용하게 돌봄을 위한 대화를 위해 마련된 사적인 공간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다만, 홀로 전시를 둘러보다 도중에 새로운 두 명의 방문객이 들어왔는데 서로 흠칫하고선 어색한 눈초리를 보내며 움직임을 사렸다. 여유롭게 편안한 공간에서의 무드를 즐기려면 두 명이 충분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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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전시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여러 식물들도 눈에 띄었다. 투명한 유리 창문을 배경 삼아 직접 마카펜으로 글을 남긴 흔적들을 보자니, 식물을 관찰하는 이들의 다정한 말과 마음들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싱긋 웃음이 지어졌다. 덕분에 더 찬찬히 식물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마디마다 뻗어있는 푸르른 잎들의 생김새부터 줄기 맨 아래쪽을 살펴보고, 얼룩 강낭콩의 콩깍지가 몇 개가 열렸는지 세어보고, 바질과 레몬밤의 잎을 손으로 살짝 흔들어 손끝에 스민 강한 향도 맡아보기도 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이곳저곳 놓인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느라 덕분에 위아래로 몸을 일어섰다 기울였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렇게 책상 옆에 놓인 식물까지 마저 다 둘러보고 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조심스레 의자 다리를 끌고선 엉덩이를 툭. 꽤 긴 시간의 산책 끝에 누려보는 엉덩이 퍼짐이었다. 후, 그제야 긴장감이 놓이는 듯 짧은 안도의 한숨을 툭 내뱉었다. 그리곤 앞에 놓인 연필을 들었다. 사각사각. 참으로 오랜만에 쓰는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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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는 최근 들어 제대로 제 몸 하나 돌보지 못하는 스스로가 떠올랐고, 다음으로는 어쩌다 한 번씩 나를 들여다 봐주고 돌봐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 둘 생각났다. 그중에서도 그날의 편지는 지금의 편안한 무드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사람, 벌써 5년 지기가 된 나의 단짝에게 쓰고 싶었다. 이전보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번 대화를 나누면 마음부터 편해지는 이 친구와 그날의 기록상점에서 경험한 편안한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편지의 요지는, 누군가를 향한 돌봄 이전에 나 자신에 대한 다정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말과 되도록 오래 보고 오래 이야기 나누자는 말이었다. 가을은 역시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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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엽서는 바로 앞에 놓인 게시판에 자유롭게 붙일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도 이곳에 엽서를 붙였다. 이 공간에서 얻은 돌봄에 대한 생각을,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누군가를 향한 다정한 돌봄의 대화를 흔적으로나마 어디에든 남기고 싶었으니까. 그건 또 좋은 기억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Showroom B: 마음을 담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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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공간에 놓인 쇼룸 B. 탕비실 같은 분위기의 또 다른 작은 공간에서는 커피 냄새 대신 향긋하고 푸릇푸릇한 풀 냄새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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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씨앗과 책이 어우러진 큐레이션을 볼 수 있다.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씨앗과 책에 마음을 대신 실어 보는 것이다. 이때 씨드키퍼 팀이 추천하는 다양한 씨앗 구성을 볼 수 있다. 앞서 두 사람의 편지글에 등장하는 책과 어울리는 씨앗과의 조합이라니 신기했다.

 

그 밖에도 라운지의 씨앗 보드에 펼쳐진 50종의 씨앗 중 꽃, 허브, 채소 등 다양한 씨앗들을 조합하거나 마음에 드는 씨앗 다섯 가지를 조합하여 나만의 테이크아웃 키트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아주 잠깐 눈앞에 옹기종기 모인 각양각색의 씨앗들을 보면서 망설였다. 무언가를 돌볼 마음의 여력이 없었던 탓인지 푸릇하게 잘도 피어나던 식물들을 내 손으로 떠나보낸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고 소중한 것을 돌보는 데에 보이지 않지만 얼마나 큰 용기와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기에 더 그랬다.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에 전시 팸플릿 속 큰 글자로 쓰인 말들이 훅 와닿았다.

 

 
이제 막 무언가를 길러내기 시작한 사람들의 대화에는 자신보다 더 어리고 약한 것을 향한 우려와 걱정이 묻어있는데, 이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표정이다.
 

 

전시를 나오며 마음속에 남은 말이었다. 작고 소중한 것을 돌보려는 걱정 어린 마음이 투영되면 사랑에 빠진 표정이 드러난다니. 누군가의 편지글을 읽을 때, 잘 자라난 식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단짝에게 편지를 쓸 때 내 표정도 그랬을까? 문득 작은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마침 아까 편지를 쓰던 나를 그저 조용히 지나친 사람이 눈앞에서 지나갔다. '이 사람은 편지를 쓸 때 나의 표정을 보았을까'하는 궁금증이 또다시 잠깐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그때의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니 찰나의 순간 편안한 미소를 머금은 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랑에 빠진 얼굴인지는 모르겠다만 분명 작고 소중한 것들을 향한 동경 또는 삶의 충만함을 느끼는 얼굴이었다. 생생히 두근거리고 살아있는 표정. 그만하면 답이 되었다 싶었다. 그리곤 여운 가득한 발걸음으로 아주 느리고 진득하게 기록상점을 나섰다.

 

뚜벅뚜벅. 다시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걸었다. 어느새 경의선 숲길의 끝자락까지 다다랐다. 그제서야 하늘이 보였다. 때마침 쿠궁쿠궁 지하철이 지나가고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제 돌아가야겠군. 여기까지 구경하느라 좋았지 다시 왔던 길을 그대로 걸을 생각을 하니 살짝 막막했다. 그러다 다시 멈칫.

 

 


 예술 조각 03  지금의 경의선 숲길 공원을 만든 2000개의 상생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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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비석 위에 모인 무수히 다양한 이미지와 색들. 게다가 머리 뒤에서는 마침 노을빛이 촤라락 비치고. 시간에 빛바랜 흔적인지 노을빛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멈춰 설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작품과 함께 쓰인 글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시민참여 갤러리로 2013년 한국소비자포럼의 상생의 사회를 염원하는 '화이트 컨슈머' 캠페인의 '하얀나비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얀나비 프로젝트'는 시민이 희망하는 상생사회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하고자 하였고 이 프로젝트에 총 2000명의 시민, 주로 초중고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작품명은 '상생의 마음'인 만큼 이들의 그림에는 공통적으로 하트 이미지가 자주 등장했다. 일차원적이었지만 직관적이었다.

 

 

경의선 숲길 공원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원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의 상생을 추구합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만든 '상생의 마음'이란 작품은 경의선 숲길을 통해 상생의 문화가 움트길 소망하면서 만들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이곳에, 앞으로 그러한 사회를 함께 만들자는 징표로 남깁니다. 모든 생명들이 다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마음을 써주세요.

 

- 2016년 11월 27일 경의선 숲길지기 글 본문 中

 

 

최초 설치일 2016년 11월 27일. 잠시 당시의 연남동으로 돌아가 보자. 2015년,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경의선 숲길이 조성되면서 연남동에는 새 바람이 불었다. 기존의 기찻길은 공원화되면서 녹지공간이 생겼고 주택을 개조한 작은 상점들이 생겨났다. 이후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언론 및 SNS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연트럴파크'라는 애칭도 붙었다.

 

그리고 현재 2021년 9월. 벌써 5년도 넘게 그들의 그림들이 연트럴파크의 중반부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그래서인지 이 거대한 비석 위에 모인 무수한 그림 조각들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에게 경의선 숲길은 어떤 의미일까.

 

해당 작품의 취지에서도 드러나듯, 이들이 그림을 통해 '상생의 마음'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공원과 시민들을 연결하는 일뿐만 아니라 아주 근본적으로 공원으로 연결된 모든 시민, 이웃, 지역끼리 잘 살 수 있도록 서로 잘 돌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경의선 숲길 공원이 변화무쌍하면서도 이곳에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도 비석처럼 굳건히 지키고 있는 2000개의 상생의 마음 덕분이 아닐까.

 



◈ 더 보기) 산책자의 시크릿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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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남동은 이미 SNS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걷고 싶은 거리'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오래 살고 있는 주민들부터 골목 맛집을 즐기러 온 외국인, 연인, 친구, 잠깐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연남동 골목길을 누비고 다닌다.

 

2. 홍대입구역 3번 출입구부터 경의중앙선 가좌역까지 경의선 숲길을 따라 걷기를 추천한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시끌벅적 정신이 없다가도 역에서 멀어질수록 고즈넉하고 개성 있는 분위기에 젖어들 것이다. 그곳에서 또 다른 연남동 골목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3. 골목길만큼 연남동의 다양한 표정을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골목마다 자리한 개성 가득한 카페와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편집숍 등등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꼭 들러보길 바란다.

 

4. 특히 오래된 일반 주택을 개조한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눈에 띈다. '연남마실'과 같은 곳. 좁은 골목길 사이로 위치한 작은 바(Bar)로, 사람들은 또 어떻게 알고 왔는지 이른 오후 시간대에도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5. 연남동은 '상생'에 가까운 발전 중이다.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는 상점들이 새로 생겨나면서도 오래된 지역주민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경계 없이 불균질하게 뻗어난 다양한 특징마저 포괄하는 것이 바로 연남동의 매력이 아닐까.

 

6. 연남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걷고 싶은 거리'인 동시에 '거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곳'이기도 하다.

 

7. 가을은 대화를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산책을 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들이 많다. 얼른 가을이 가기 전에 꼭 한번 연남길을 목적지 없이 자유롭지만 진득하게 걸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마음껏 연남동이 뿜어내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얼굴과 표정에 감겨보길 바란다.

 

- 2021.09.09 연남동 산책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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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어떤 예술 조각을 마주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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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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