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쓸모 [사람]

글 입력 2021.09.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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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쓸 만한 가치, 쓰이게 될 분야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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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9년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과 슬로건이 너무도 갖고 싶었다.

 

곧 열릴 콘서트에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고 가는 것은 나에겐 소리 없는 비가 내리는 날에 우산 쓰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매일 사이트에 들어가 재고가 있는지 확인했다. 원래는 세 달 정도 간격을 두고 판매했는데 그 시기가 맞았는지 운이 좋게 일주일 만에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했다. ‘꿈이 없어도 돼 그러면 어때’라는 말로 방황하는 나를 위로해 주는 게 좋았다. 하지만 나는 티켓팅을 하는 법을 몰라 콘서트에 가지 못했고 후에 있는 콘서트에 티켓팅을 성공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면서 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식었다. 마음에서 멀어졌지만 그들의 물건들은 내 방 곳곳에 있다. 사실 제일 갖고 싶었던 슬로건과 응원봉이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책상 바로 앞에 있지만 내 눈에는 잘 안 보이게 되었다.

 

사실 이 물건들을 팔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것들을 팔지 않는 이유는 어찌 보면 한 아이돌의 발자국을 산 것보다는 나 자신의 학창 시절 추억을 산 것이기 때문이다.

 

앨범이 나오는 날이면 오후 6시만을 기다리고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배송된 앨범을 열어보는 일. 그날은 포토카드에는 누가 나오며, 포스터와 앨범은 어느 버전일지를 하루 종일 기대한다.

 

친구와 아이돌과 이야기하다 지하철을 엄청 많이 보낸 일, 아이돌을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나 교실을 아이돌 사진으로 꾸미고 스밍을 돌렸던 일.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이랑 다 같이 교차편집 영상을 본 일. 야자 시간 전 아마스빈으로 달려가 생일 문구가 담긴 컵홀더를 받아온 일 등 그들 덕분에 내 학창 시절이 다채로웠다.

 

계속해서 이 물건을 묵혀둘지도 모른다. 이 물건은 내가 콘서트를 가지 않는 한 쓸데가 없지만 이 물건을 통한 나의 추억은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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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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