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라마와 연애 공백 기간이 길었던 이유.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9.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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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목요일, 어느 드라마와 이별했다. 그동안 겪었던 이별보다 더 슬펐다.


나는 여러 드라마와 연애하고 이별했다. 드라마와 연애하면 다음 화를 기다릴 때마다 데이트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설렜다. 때론 그 기다림이 힘겨울 때도 있었다. 우연히 드라마 OST를 들었을 때는 반가웠다. 드라마가 끝나면 가슴이 아프고 허전했다. 마음을 정리한 후, 좋아했던 드라마가 생각날 때면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언제부턴가 드라마와 하는 연애가 매우 뜸해졌다. 이 시기에 만난 드라마라서 그 작품과의 이별이 유독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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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공백 기간이 길었던 이유



드라마와 하는 연애가 쉬지 않고 계속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토록 길게 쉬었던 적은 없었다. 호감은 있어도 사랑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마음에 드는 드라마를 발견해도 얼마 안 가 흥미를 잃었다. 심지어 대중이 열광하는 작품에서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생각해봤다. 이유가 뭘까. 내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서 일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찾지 못해서 답답했는데 한 방송 덕분에 찾았다.


 

다큐멘터리 같은 거 볼 때 익사이팅하고 흥미진진한 것보다 따라가게 되는 무공해라서 좋거든요. 그러니까 어떨 때는 성공시켜야지, 재밌게 만들어야지 이런 의도가 보이는 대본보다 순수한 무색무취도 좋잖아요. 단짠도 좋지만.


그래서 그런 순수한 의도가 보이면 참여해요. 그럼 그걸로 가치 있고 그것을 좋아하는 취향의 관객들에게는 큰 시청률이나 관객은 아니더라도 소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작업이 되죠.

 

‘잠적 – 김희애 편’

 


디스커버리 채널의 ‘잠적’에서 배우 김희애가 한 말이다. 사이다였다.


드라마와 하는 연애가 뜸했던 이유는 내 취향이 무공해이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무공해 + 보통 이상의 작품성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드라마는 점점 보기 어려워졌다.


담백하고 잔잔한 드라마가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거나 나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없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었으나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실망을 한 적도 있었다. 반대로 보통 이상의 작품성은 있지만 자극적인 부분이 많아서 시청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애상대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보니 공백 기간이 길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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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단짠, 맵짠의 자극적인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는데 반대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보통 이상의 작품성이 ‘자극적이다’에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 요즘 우리 드라마의 문화가 단짠, 맵짠에 기울여져 있다는 점이 아쉽다.


최근 새로 시작한 드라마 ‘하이클래스’는 ‘펜트하우스’와 ‘스카이캐슬’을 합쳐 놓은 것 같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많다. 나도 이 드라마를 본 적 있다. 펜트하우스와 스카이캐슬을 제대로 보지 않은 나조차도 그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종영한 ‘너는 나의 봄’은 작가의 장점이 잘 보이고, 기획의도와 대사도 좋아서 호감이 갔다. 그러나 점점 이 드라마만의 매력이 옅어지고 방향을 잃은 듯 보였다. 결국 호감이 사랑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아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긴장감을 서투르고, 필요 이상으로 추가하다보니 이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컸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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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음식만 계속 먹으면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처럼 우리 드라마 문화도 점점 건강하지 않게 될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성인부터 청소년까지 통쾌함과 대리만족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도 옳지 않은 것을 거부감 없이 생각하거나 행동할까봐 두렵다.


‘성공하는 드라마 = 자극적인 드라마’ 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것이 한국 드라마 이미지로 될까봐 염려스럽다.


따라서 시청자는 한쪽에만 기울인 관심을 다른 곳에도 줘야 한다.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작진은 용기내서 대중에게 주목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자극적인 접근보다 다른 접근으로 시도해보고, 다양한 드라마를 제작하길 바란다.


단짠, 맵짠에 정체되어 있는 드라마 문화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한다면, 나와 같은 취향의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도 많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지금보다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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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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