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크린으로 표출된 다채로운 상상의 향연 - 인디애니페스트2021

글 입력 2021.09.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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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만큼 자유롭게 상상력을 표출할 수 있는 영상 예술이 있을까 싶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꿈과 환상을 심어준 애니메이션은 기나긴 세월을 거스를 만큼 머릿속에 강한 뇌리를 각인시킨다.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암울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함이 감도는 악몽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또한 애니메이션이다.


현실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움이 허락한 애니메이션에서는 우리가 상상하고 꿈꿔온 모든 이미지들이 다 구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자의 발상을 자유롭게 표출시킬 수 있는 예술 분야는 단연 애니메이션을 꼽을 수밖에 없다.

 

 

 

"人비트人"

제17회 인디애니페스트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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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트인(人비트人) Inbetween> 메인 스틸

 

 

올해 17회를 맞는 세계 유일의 아시아 애니메이션 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2021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극장에서 9월 9일부터 14일까지 6일간 열렸다. 독립보행 38편, 새벽비행 21편, 랜선비행 12편까지. 총 71편이 엄정한 심사를 걸쳐 선정된 올해의 본선 진출작들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발하면서도 독창적인 상상력을 다시한번 발휘했다.


올해의 슬로건인 '人비트人(영문:Inbetween)'은 개재하는, 중간의'라는 사전적 뜻 외에도 애니메이션 용어로 '키프레임 사이에 들어가는 프레임'을 뜻한다.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독립애니메이션 감독과 관객이 만나는 유일무이한 소통의 장을 다시 한번 펼쳤다. 극장에서 쉽게 마주하기 힘든 독특한 바이브의 작품들을 조우할 수 있었던 이번 영화제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상상력이 깃든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를 제공했다.

 

그 가운데서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영화제 이벤트는 인디 애니메이션의 거장, '빌 플림턴' 특별전일 것이다.

 

 

 

엽기적 유머와 발칙한 상상력 그리고 풍자의 달인

인디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빌 플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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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 독 Guard Dog> 스틸

 

 

인디 애니메이션계의 악동, 엽기적 유머의 원조, 발칙한 상상력과 풍자의 달인 등 미국 독립 애니메이션의 대가 '빌 플림턴' 감독에게 붙는 수식어는 그의 이력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는 1987년 플림튠즈 스튜디오 설립 후 백여 편에 가까운 장편과 단편을 제작했으며, 장편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뮤턴트 에일리언], [바보와 천사] 등이 연이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가면서 현존하는 최고의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그 명성을 인정받게 된다.


인간의 탐욕과 권력에 대한 삐딱한 시선, 기발한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한 유머가 돋보이는 전개는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작가로서의 인장이다. 이번 빌 플림턴 단편 스페셜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 두 작품 [당신의 얼굴]과 [가드 독]은 물론, 초기작에서 따끈따끈한 신작까지 감독이 직접 고른 13편의 특별한 컬렉션을 통해 세계적인 인디 애니메이션의 거장이 걸어온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빌 플림턴이 그린 팬데믹 시대의 자화상

<데미, 패닉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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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패닉에 빠지다 Demi's Panic>

 

 

이번 특별전을 통해 소개된 빌 플림턴의 단선 작품들 중, <데미, 패닉에 빠지다>는 월드 프리미어로 인디애니페스트2021을 통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블랙 유머와 날선 비유들로 가득했던 이전의 단편들과 달리, <데미, 패닉에 빠지다>는 과거에 자연스러웠던 일상이 차단되고 마는 현실의 쓰디쓴 단면들이 부각된 작품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데미는 서서히 증식하는 호흡기 질환에 관한 소식들을 접하며 일상의 균열을 마주하게 된다. 여느 출근길과 변함없는 풍경 속 사람들의 얼굴에 마스크가 추가되는 것은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진행된 회의실 내 사람들이 한두 명씩 사라지는 쇼트들은 어쩔 수 없이 펜디믹 사태를 맞이한 오늘날을 상기시킨다. 더불어, 빌 플림턴의 그로스테스크함을 상기시키는 영화의 색채 활용은, 흑백으로 묘사된 주인공의 그림체가 비정상적 컬러로 전환되면서 현대 사회의 심각성을  작품을 향한 관객의 이입을 보다 가중시킨다.


팬데믹 사태가 촉발시킨 상실의 그늘은 데미의 가족에게 드리운다. 타인과의 대면 접촉이 어려운 환경 하에 데미는 그리운 가족과 만남을 가진다. 억눌려온 누군가와의 만남을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해소한 데미의 흥겨움과, 이를 상기시키는 어머니와 어비지의 평화로운 춤 사위는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지만, 파티가 끝남과 동시에 어머니의 감염 소식과, 얼마 안 가서 이어지는 어머니의 사망 장면은 데미의 가슴 아픈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한 애수가 진하다.


<데미, 패닉에 빠지다>는 펜데맥 시대를 관통 중인 우리 모두의 시간대가 응축돼있다. 특별한 것 하나 없이 무심하게 출퇴근을 반복했던 일상에서 외부와 격리된 삶으로 전복된 스크린 속 시간은 사실상 관객석에 앉은 우리 모두의 그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녹음이 가득한 자연 속에서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끝으로 미래의 희망을 기원한다. 사선을 견지한 빌 플림턴의 작품세계와 사뭇 대조적인 영화의 밝은 톤은 이 모든 사태가 서둘러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감독과 제작진의 염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간이라는 마법이 탄생시킨

애니메이션이라는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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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E 신인 감독전] 작품, <나 여기 있어요 I'm Here> 스틸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되는 애니메이션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다르지 않다. 그래야 더욱 생생하게 애니메이션 속 이미지들을 살아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스크린 너머의 세계는 어떠할까? 1초의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더 많은 시간을 켜켜이 쌓는다. 현실에서 만나는 1초의 시간은 작가의 하루하루 쌓은 시간의 압축이다.


애니메이션 작품 속의 한 프레임으로 인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간에 지나가버리는 매 장면들마다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헌신이 아로새겨져 있다. 작품의 원화들과 각종 이미지, 오브제들이 '시간'이라는 마법으로 생명을 얻게 되기까지의 작가의 오랜 시간을 이번 인디애니페스트를 통해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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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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