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갈등이 있어 전설이 됐다 - 아-하: 테이크 온 미

글 입력 2021.09.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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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온 미(Take On Me)’가 수록된 아하(A-ha)의 1집 Hunting High and low는 1984년 발표돼 지금까지 재생된다.

 

앨범은 아하를 슈퍼밴드의 대열로 올라서게 했다. 파급은 대중에게만 미치지 않았다. 후배 음악가들은 자신의 영감이 아하에게 있다고 고백했다. 크리스 마틴(콜드플레이)은 아하의 1집이 여전히 자신에게 흐른다고 말했다. U2는 아하를 ‘창의적인 밴드’라고 불렀다. 그들은 지금도 현역인 슈퍼밴드다. 노르웨이 출신의 이 3인조 밴드는 전국구 성공신화를 썼다.

 

‘아하-테이크 온미’는 아하의 일대기를 조명한다. 다만 성공신화를 보여주는 방식은 아니다. Take On Me를 발표하기 전까지의 고난, 성공 이후에 마주치는 권태와 갈등, 그리고 다시 전설로 회자되기 까지를 기승전결의 전개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어떻게 대단한지는 몇 줄의 내레이션으로 요악한다. 영화는 밴드 구성원들의 갈등에 집중한다.

 

영화는 콘서트를 준비하는 밴드의 현재를 비추며 시작한다. 자기 방식이 더 낫다며 서로에게 일갈하는 모습이 처음부터 등장한다. 결성한지 30년이 지난 슈퍼밴드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구성원 각자는 양보보다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데 열중이다. 이후 영화는 멤버를 한명씩 호출한다.

 

멤버들은 각 앨범이 발표된 당시를 설명한다. 그들의 입에서 ‘함께라서 좋았던 때’같은 문장이 튀어나오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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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는 폴(기타)과 마그네(키보드)가 활동했던 ‘Bridges’가 해체하고, 그 둘이 모튼(보컬)을 만나면서 결성됐다.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마그네 역시 기타를 쳤지만, 폴은 그가 키보드 연주자로 전환하도록 했다. 마그네가 자기와의 연주 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밴드는 폴이 세션 구성을 조정할만큼 그의 지분이 컸다. 작곡 비중을 보면 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분이 컸다’는 문장을 다르게 해석하면 폴이 독단으로 결정하는 일이 많았다는 맥락이다.

 

영화 내에서도 마그네와 모튼은 폴의 음악적 욕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음악에서만큼은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거다. 폴은 자기 결정을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내가 반드시 맞다’는 아집이다. 마그네와 모튼은 그 아집을 둘러싼 투쟁이 밴드의 정체성이자 역사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멤버들이 ‘만족할만한 앨범이자 자랑’같은 수사를 늘어놓는 순간은 없다. 부족했다, 별로였다, 아쉬웠다, 그런 말을 나열한다. 그들은 보이밴드, 대중적 팝넘버, 당시 유행했던 흐름을 따라가려는 시도 등 음악적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 시행착오에서 만족한 순간이 있었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일정 궤도에 올라 평단의 호응을 이끌어낸 최근의 음악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아하가 지금의 아하가 된 건 갈등과 불만족 때문이었다.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태도와 안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지금에 이른 셈이다. 그 같은 갈등은 굉장한 피로를 동반하지 않을까. 30년동안 함께했으면서 여전히 ‘우정’으로 묶일 수 없다고 관계라고 설명하는 마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영화는 이 정도 전설이 되려면 그만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게 필연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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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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