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하? 아하! : 아-하: 테이크 온 미

글 입력 2021.09.15 17:0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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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인 포스터-5.jpg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서도 내 이름을 전 국민에게 떨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국가를 넘어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본 적 없는 곳에서도 사랑을 받는 이들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이들 중 하나에 대한 다큐멘터리이자, 아하! 하는 짧고 간결한 감탄사를 뚜렷한 세 명의 형상으로 만든 노르웨이의 어떤 세 젊은이의 노래 메들리다.

 

 

 

아하? 아하!



필자는 사실 ‘아하’라는 밴드에 대해 잘 몰랐다. 처음 영화를 볼 때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 의 멜로디를 듣자마자 그들의 이름을 내질렀다. ‘아하!’ 노래 전체를 따라 부를 수는 없지만 익숙하고 낯익은 그 노래는 어설픈 흥얼거림을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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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러프한 스케치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림으로 대체된 장면들은 노르웨이에 사는 어린 두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하의 시작점, 폴 왁타와 마그네 푸루홀멘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음악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꿈을 키웠고, 고향을 벗어나 더 큰 세상을 만날 것이라 다짐한다.


‘The Bridges’라는 밴드로 먼저 활동했던 폴과 마그네는 밴드 해체 후, 언더에서 유명한 보컬리스트였던 모튼 하켓을 영입하면서 큰 포부를 담은 채 런던으로 떠난다. 영화는 밴드 ‘아하’의 시작부터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중간중간 현재의 ‘아하’가 당시를 회상하며 했던 인터뷰를 들려주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우리에게 차선책은 없었어요.

그건 지금의 계획을 믿지 못한다는 거니까”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짠다 해도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분명 다를 텐데도 그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당장의 숙식을 해결하기도 벅차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씩 뛰어야 했고, 악착같이 번 돈으로 제작한 테이프 데모를 받아주는 회사를 쉽게 만나지도 못했다. 회사를 만나고 곧바로 성공한 케이스도 아니다.

 

위의 인터뷰는 멤버들은 어떻게 무작정 연고도 없는 낯선 나라로 떠날 생각을 했을까, 하는 걱정과 동경이 섞인 의문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무모한 행동력의 기저에 깔려 있는 단단한 확신 위로, 그들은 지금이 어땠건 반드시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는 거대한 믿음의 싹을 틔웠다. 낙관 속에 우직하게 뿌리내린 덕에 그들은 무너지고 떨어지는 좌절 속에서도 쉬이 뽑히지 않았다. 물론 시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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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위인전, 혹은 스타들의 자서전 등을 보면 이 정도 고난은 다들 겪었다. 비범한 인물이라 하여 처음부터 잘 된 경우는 보통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쌓고 쌓아 올린 결정적 한 방이 그들을 단숨에 하늘 높이 치솟게 해줄 날개가 되어준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 그들을 대표하는 노래 가 그 ‘결정적 한 방’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의외로 의 성공을 정의하자면, ‘결정적 한 방’보다는 ‘대기만성형 한 방’이 더 어울리는 표현 같다고 생각한다. 의 처음은 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예상대로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후 똑같은 멜로디로 정통 뉴웨이브 장르의 로 다시 발매하지만, 이조차 잘 되지는 않는다.


끈질긴 아하의 집념은 또 한 번의 를 발매시킨다. 요즘 유행하는 밈에 빗대면 ‘진짜_이번엔_진짜_최종_최종종’의 느낌이다. 끈적함 대신 박진감을 살리고 신디사이저를 추가하여 대중성을 가미한 회심의 노래는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본문의 가장 첫 번째로 실린 사진이 ‘진짜_최종’본의 의 뮤직비디오 장면이었다. 나는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를 몰랐던 터라, 이쯤 되어서야 영화의 초반을 주도했던 러프한 스케치의 존재 이유를 깨닫고 무릎을 탁 쳤었다.

 

 

“음악은 글이 전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해요.

곡의 분위기는 누구도 정확히 꼬집을 수 없어요”

 

 

그 후로 그들은 꽤나 성공한 밴드가 되어 전 세계를 이끄는 가수가 되었고, 지금의 전설적인 밴드의 롤 모델이 된다. 성공이 무조건 성공을 이끌지는 않았고 잠시 공백기가 있기도 했지만, 출중한 능력치와 끊임없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주춤하는 시기조차 전복의 도약판쯤으로 여겨지게 했다.


80년대를 주름잡던 밴드는 2010년이 되어서야 공식적인 해체를 했고, 2015년 다시 재결합하기도 했다. 꽤나 오랜 기간 동안 그들이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완벽한 역할분담’ 덕이라 생각한다. 인기로 따지면 밴드의 얼굴이자 아이돌의 정석과 같던 모튼의 지분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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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팬 서비스에 능했고, 성격도 좋았으며 이를 받쳐줄 외모도 되었다. 덕분에 음악 외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다른 멤버들은 그의 뒤에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신 음악적 부분은 나머지 둘의 비중이 컸다. 작곡은 주로 폴이 맡았고 중반부터는 마그네의 곡도 많이 실렸다고 한다. 그들은 서로의 음악성을 높이 사고, 각자가 맡은 연주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면에서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아하는 우정으로 묶인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음악으로 연대해요.

서로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죠.”

 

 

그들은 각자의 취향과 면밀한 디테일에서 많이 부딪혔다고 한다. 그래서 관계자들도 많은 이들이 아하와의 작업을 기피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불화가 많았고 함께 해온 세월에 비해 연대감이 희미한 편이었다. 잘 어우러진다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드는 뾰족한 재능과 개성을 가진 세 명의 합주는 거의 음악에서만 빛나는 것이었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떻게 매번 좋은 감정만 남길 수 있을까. 특히 프로로 만난 그들의 직업의식은 그들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긍지와 결과를 위한 상품화, 두 개의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고, 어딜 가나 나를 지켜본다는 인기의 옥죄임 등의 외부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피로를 주었을 테다.


그래서 그들은 활동을 중지하기도 하고, 해체도 했다. 그 사이사이 그들은 개인을 채우고, 각자의 삶을 꾸렸다. 그런 이들을 다시 묶어둔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아하’라는 감탄사 아래 모여야 했던 계기는 그들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 따위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멀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아하’라는 그룹이 마치 세 남자의 사랑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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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할 수 없기에 서로를 열렬히 원했고, 그로 인해 사랑하는 음악을 할 수 있었다. 애정의 결실로서 성공을 얻기 위해 끓어넘치는 애정으로 달렸고, 결과는 훌륭했다. 100도, 정점에 다다른 사랑이 언제까지고 계속 끓는다면 좋으련만, 서서히 식어간 것이다. 권태를 느끼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이 생기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돌리고 싶은 욕심들이 빠르게 온정을 흩어지게 했다.


문득 그리워진 전 애인에게 ‘자니?’하고 문자를 보내는 전 애인처럼 미련을 모두가 느낄 즈음, 용기 있는 자에 의해 다시 꺼진 불씨를 살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전만큼 뜨겁게 불타오를 수는 없어도,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를 뭉근히 이어가려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저 그들이 사랑했던 ‘음악’과 이를 사랑해 준 많은 팬들 때문에라도 말이다.


러닝타임 내내 흘러나오는 아하의 음악들, 그 역사를 따라가면 그저 음악을 사랑했던 평범한 세 남자의 청춘이 들린다. 그들이 활약했던 시대보다 늦은 시대를 살아가는 필자는 그 시절의 감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회상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하의 음악을 들을 때면 살아본 적 없는 시대와 장소에 내가 살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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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지 않는 아련한 과거의 감성에 젖게 하는 ‘아하’의 음악은 그들이 떠난 후에도 세상에 남아 그들의 위대함을 영원히 상기시킬 것이다. 밴드를 닮아 감각적으로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 역시 후대가 그들을 기억할 찬란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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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박종민
    • 좋은 글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한 가지 오류사항이 있네요. 아하는 네덜란드가 아닌 노르웨이 출신의 그룹입니다.
    • 0 0
    • 댓글 닫기댓글 (1)
  •  
  • 아트인사이트
    • 2021.09.16 17: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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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
    • 박종민 세심히 살펴 주심에 감사합니다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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