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설극장] 하우스 어셔가 말하는 공연 관람 3대 수칙

공연 관람 수칙과 공연장 에티켓에 대하여
글 입력 2021.09.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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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어셔로 극장과 함께한 지 어느덧 1년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총 3개의 공연장에서 근무했고, 하우스 매뉴얼은 자다가도 읊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물론 공연장을 옮겨 다니면서 극장 특성에 따라 조금씩 매뉴얼이 달라지곤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비슷했다.


내가 일했던 공연장은 케이팝 공연장, 클래식 공연장, 그리고 뮤지컬 공연장이었다. 관객층이 완전히 달랐고, 덕분에 하우스 내의 여러 상황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우스 매뉴얼의 근본적인 목적은 관객의 안전과 편의이기 때문에, 특이사항은 달랐지만 모든 공연장에서 나는 같은 맥락에 따라 근무했다.


모든 공연장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관람 수칙 중에서도 특히 강조되는 세 가지가 있다. 관객이 공연을 보러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멘트이기도 하다. 내가 관객이었을 때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공연 관람 수칙들은 하우스 어셔 경험을 통해 그 존재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공연 관람 3대 수칙,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객석 내 모든 종류의 사진 촬영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진 촬영 제한. 아마 극장에서 질리도록 들리는 말을 테다. 너무도 기다려온 공연의 순간인데 카메라에 담지 못한다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좋아하는 배우를 보러 온 거라면 당연히 안타까움은 커질 테다. 하늘 아래 같은 공연은 없기에 모든 공연이 소중한데, 얼마나 담고 싶겠는가.


그럼에도 초상권, 저작권 등의 원인을 추측하며 꾹 참고 가방 속에 휴대폰을 넣어야 하는 슬픔, 하우스 어셔도 백번 이해한다. 사진 촬영음이 들리는 순간 제지하러 가면서도 그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사진 촬영 제한은 '스페셜 커튼콜 데이'와 같은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모든 공연에서 강조되는 매뉴얼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지해야만 했다.


당연히 저작권 문제가 사진 촬영 제한의 가장 큰 이유이다. 작품이 유출되는 일은 무대 디자인, 극본, 음악 등 모든 부분에서 공연 진행에 큰 문제가 된다. 유출뿐 아니라, 그렇게 촬영된 사진, 영상, 녹음본을 거래하는 행위 역시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객석 내 모든 사진 촬영"을 제한하는 이유는 그 너머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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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객석 내 분위기 정돈이다. '내가 사진 한 장 찍는다고 객석 전체가 혼란스럽진 않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사진 찍는 사람이 객석 내 300명쯤 있다고 생각해보자. 극장 내는 셔터음으로 가득 찰 테고, 모두 휴대폰만 들고 무대를 찍는 데 열중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진을 찍기 위해 켜 둔 휴대폰들 사이에는 미처 무음모드로 변경하지 못한 휴대폰이 하나쯤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야말로 공연장 전체의 몰입을 방해할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객석 내에서는 빈 무대 사진, 셀프카메라, 티켓 촬영, 그리고 커튼콜을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사진 촬영을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공연 중이 아니라면 불법 행위로 보거나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객석 내에서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은 공연장 기본 에티켓이라고 할 수 있다.


빈 무대와 커튼콜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공연들도 있다. 커튼콜 촬영 여부는 보통 기획사 요청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공연마다 다르다. '스페셜 커튼콜 데이'와 같은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촬영이 허용된다고 해도 객석 내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타 관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줄여야 한다. 후레시 종료와 무음모드는 여지없는 객석 내 필수사항이다.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편안한 자세로 관람 부탁드립니다.



하우스 어셔 근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컴플레인 중 하나가 바로, 앞 좌석 관객으로 인한 시야방해이다. 극장의 구조가 아무리 좋다 해도 객석이 높은 곳에 있거나 앞 좌석 관객의 키가 너무 큰 경우, 시야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옆으로 기대게 되는데, 이는 또다시 뒷좌석 관객의 시야 방해로 이어진다.


특히 2층 이상의 객석에서는 단차로 인해 위 같은 문제가 더욱 잦다. 1열에서 앞으로 숙이면, 2열부터 연쇄적으로 숙여서 관람하게 되고, 그 줄 전체가 시야에 방해받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공연 전에 최대한 강조해서 안내하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숙여서 관람하는 관객들도 많기 때문에 항상 눈여겨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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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도대체 시야가 방해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객석 구조 자체가 등받이에 등을 기댔을 때 가장 시야가 잘 보이는 구조라는 것이다. 앞으로 숙이면 더 잘 보일 것 같지만, 단언컨대 이는 기분 탓이다. 공연장뿐 아니라 영화관도 동일한 구조로, 좌석에 편안히 앉아야 시야 방해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앞사람이나 장애물로 인해 시야가 너무 방해된다면, 앞으로 고개를 숙이지 말고 차라리 하우스 어셔에게 문의하자. 공연장 운영 매뉴얼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고개를 숙여서 관람하는 것보다는 좋은 결론을 만나게 될 것은 보장한다.

 

 

 

중간에 퇴장하시면 재입장 어렵습니다.



하우스 어셔는 보통 티켓, 안내, 물품보관소, 코로나19 질문서 등의 배치로 나뉘면서 지정된 포지션별로 다른 업무를 맡는다. 관객에게 안내하는 멘트 역시 다르다. 하지만, 포지션을 막론하고 가장 강조하는 멘트가 있다면, 바로 재입장 불가 안내이다.


극장은 관객의 생각보다 훨씬 어둡고 장애물이 많다. 공연에 늦어서 지연 입장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작은 불빛만 따라서 이동하는 일은 상당히 무서운 일이다. 게다가 고개를 숙이고 낮은 자세로 소리 없이 이동하려 하다 보면, 주변 관객의 눈치도 많이 보이게 된다. 지연 입장 관객과 동행하는 하우스 어셔의 마음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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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예방과 극장 매너를 위해 대부분의 공연은 입장 가능 장면이 따로 정해져 있다. 콘서트나 발레 같은 일회성 공연이라도 그 횟수와 장면이 정해져 있고, 클래식 음악 공연의 경우에는 곡 또는 악장이 바뀔 때만 가능하다. 뮤지컬과 연극의 경우, 보통은 초반부에 2~3회 정도의 추가 입장 장면이 정해져 있어서, 어느 정도 늦은 관객은 그 시간에 맞춰 입장이 가능하다.


늦은 관객뿐 아니라, 공연 중에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전화를 받기 위해 퇴장하는 관객들도 정해진 장면에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도 퇴장하는 관객은 재입장 어려운 점에 대한 동의를 구한 후에 퇴장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했다. 타이밍을 잘못 잡을 경우, 인터미션이나 커튼콜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 있어야 하므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연 시간에 늦거나 중간에 나갈 수는 있겠지만, 어두운 공연장에 중간에 들어오는 일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원하는 장면에서 입장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본인 좌석에 착석이 어려울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면 다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계속해 강조해서 말하는 것이다.

 

적어도 공연 시작 10~20분만 일찍 와서 화장실과 휴대폰 사용을 마친다면, 공연을 못 보는 불편함도 공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티켓팅해서 온 공연인데 로비에서 모니터만 보다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고 불편할지 모를 수칙들도 전부 공연장 내에서 관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들이다. 사진 찍고 싶은 마음, 무대를 더 잘 보고 싶은 마음, 원하는 시간에 극장에 입장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에 제지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한 번쯤 모른 척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공연 관람 수칙의 존재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해본다면, 이것들을 잘 지키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관객들을 위한 일이다. 따라서 제지로 인한 컴플레인을 받고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도, 열심히 지킬 수밖에 없었다. 관객이 공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당연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공연 관람 3대 수칙. 그 이유를 다시 돌아보고 공연장을 찾아가 보자. 극장의 NPC로 여겼을지 모를 하우스 어셔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공연 관람 수칙도 하우스 어셔도 전부 관객의 편안한 관극에 없어서는 안 될 공연의 소중한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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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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