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퀴어리즘

글 입력 2021.09.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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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강렬해. 하지만 그보다 제목이 너무 강렬해.

 

퀴어리즘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원래부터 존재하는 단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란다. 굉장히 터프한 글솜씨(?)의 저자가 정의하는 퀴어리즘. 그와 함께 떠나는, 퀴어 작가들의 생애를 들여다보는 여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퀴어란 무엇인가? 책은 이 같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퀴어라는 단어는 사전적인 의미로 '낯선, 괴상한, 이상한'의 뜻을 가지고 있다 한다. 최초의 등장은 동성애를 경멸하는 용어였다고 하는데, 그 단어가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동성애 운동가들에 의해 재치 있게 받아들여진 용어라 한다. 사회의 프레임에 당당하게 맞서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용어로써 재해석된 것이다.

 

낯설고 이상한 존재 퀴어. 그나마 예술계에서는 일반 사회에서 보단 익숙한 존재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들을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던 모양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눈으로만 바라보기에, 그들이 예술계에 남긴 흔적이 너무나도 대단했다는 데 있다이다.

 

이 사실에 주목한 저자는 뉴욕 크리스티와 소더비를 중심으로, 옥션에서 최고가를 갱신한 작품들 중 대표적인 퀴어 작가의 작품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상위 22인을 선별하여 그중 9명(+ 스페셜 유닛)의 퀴어 작가들의 인생, 그리고 작품을 담은 책 <퀴어리즘>을 집필하였다.

  

개인적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퀴어였으리라고는 정말,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상상해보려고 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그의 작품 속 동성애 코드가 담겨있다는 말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에게는 제자이자 동성 애인이 있었다. 잔자코모 카프로티, 그는 굉장한 난봉꾼이었다고 한다. 그 말썽이 얼마나 심했으면 레오나르도가 손수 그에게 '모든 기독교인에게 해가 되는 존재'라는 뜻의 악마 '살라이'라는 애칭(?)을 지어주었을까!

 

하지만 살라이는 레오나르도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뮤즈였다. 상당한 미소년이었던 살라이의 아름다움은 레오나르도가 그의 결함을 감싸 안도록 만든 대단한 무기였다. 레오나르도는 자신이 사랑하는 살라이의 얼굴을 자신의 작품 속 인물에 반영하였다. 그 흔적을 <모나리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니, 내가 알던 <모나리자>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모나리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속에는 어딘가 남성적인 느낌이 묻어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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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뿐만이 아니다. 마르셸 뒤샹,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그들은 모두 퀴어였다. 그들 자신이 인정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들이 퀴어라는 사실은 자명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누군가의 고유한 정체성은 '고유한' 것이기에,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것 같다.

 

책 <퀴어리즘>을 읽으며 유독 내가 인상적으로 느꼈던 작품들이 퀴어 작가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 참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성애자의 세상에서 일반인이 될 수 없었던 이반인들. 일이 아닌 이로 살아가는 세상은 그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을 보여 살아갔을 것이다.

 

그 세상에서, 그들이 보는 삶은 일이 아닌 이었기에 하나가 아닌 둘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독특한 작품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실제 삶이었을 테니까.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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