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표들의 말소리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2021 힉엣눙크!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글 입력 2021.09.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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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힉엣눙크! 페스티벌의 야심작, 콘서트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메트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챈(David Chan)이 이끄는 세종솔로이스츠와 현 뉴욕필 악장 프랭크 황(Frank Huang)과 인디애나 음대 교수 더블베이시스트 커트 무로키(Kurt Muroki), 메트오페라 주역 캐슬린 김(Kathleen Kim)이 솔리스트로 참여하여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2017년부터 시작한 힉엣눙크!(HIC ET NUNC!)는 올해 제4회를 맞이하였으며 세종솔로이스츠가 기획한 음악 페스티벌이다.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힉엣눙크'는 세계 음악계의 새로운 시도와 흐름을 국내 관객에게 알리고 고전을 새로운 맥락과 관점에서 제시하는 예술적 비전을 갖고 있다.

 

세종솔로이츠(Sejong Soloists)는 美 CNN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라고 극찬받았으며 강효 줄리아드 음대 교수가 최정상 기량을 가진 8개국 출신 11명의 젊은 연주자들을 초대하여 1994년 뉴욕에서 창설한 챔버 오케스트라이다. 지금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120개 이상의 도시에서 500여 회의 연주를 통해 ‘한국’과 ‘세종’의 이름을 드높여왔다.

 

또한 한국단체로서는 유일하게 카네기홀과 케네디센터의 기획공연에 초청받았으며, 평창동계올림픽의 홍보대사로 활동하였다. 세계 최정상 챔버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한 세종솔로이스츠는 2019 트랜스 시베리아 아트 페스티벌의 한국 단독 파트너로 선정되었다.

 

*

Program


 
A. Vivaldi
Concerto for two violins in D minor

G. Bottesini
Grand Duo Concertante

O. Golijov
Last Round

- Intermission -

G. Donizetti
Selections from [Lucia di Lammermoor]
(arr. by David Chan)

 


첫 번째 곡인 비발디의 “Concerto for two violins in D minor”은 목가적이면서도 정겨운 분위기의 곡이었다. 두 명의 리드 바이올린이 곡 전반을 이끌면서 다른 연주자들과 조화를 이루어내었다. 두 번째 곡인 보테시니의 “Gand Duo Concertante”는 바이올린과 더블 베이스가 함께 전반적으로 곡을 이끌어 갔다.

 

세 번째 곡인 오스발도 골리호프이 “Last Round”는 빠르고 웅장하면서 동시에 무겁고 비장했다. 중간 중간 바이올린이 쇳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며 저음의 빠름과 느린 고음의 쇳소리가 융합되어 신선한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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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곡이었던 도니제티의 “Selections from [Lucia di Lammermoor] (arr. by David Chan)에서는 하프가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하프 소리를 직접적으로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기대가 되었는데, 하프 연주자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는 순간 나는 배 기둥에 묶여 있던 오디세우스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프 소리는 마치 세이렌의 소리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말 사람을 이끄는 매력적인 소리였다. 하프 연주가 시작될수록 내가 앉아 있는 곳이 공연장의 객석이 아니라 마치 올림푸스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 모두 각자의 악보를 보면서 자신들의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모든 단원들은 각자의 연주 간에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각자의 것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들과 발을 맞추어가는 모습이 다시금 놀랍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가사가 없는 기악곡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은 음표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같은 곡이어도 연주자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음악에 대한 느낌은 천차만별이 된다. 또한, 음표들은 각자 살아 숨쉬며 자신들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e Lammermoor)는 가에타노 도니제티가 작곡한 3막의 서정 비극(tragedia lirica) 또는 비극 오페라이다. 월터스콧 경의 소설 <래머무어의 신부(The Bride of Lammermoor)>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벨칸토 오페라 중 하나이다.

 

엔리코 아스톤 공은 점점 기울어져 가는 가세(加勢)를 바로잡기 위해 그의 누이동생인 루치아를 돈많은 아르투로의 아내가 되게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루치아는 자신의 집과는 선조대대로 원수지간인 에드가르도와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이였다. 이런 관계를 눈치챈 오빠는 에드가르도로부터 오는 사랑의 편지를 중간에서 받아가지고 그 내용을 바꾸어 전하는 등 방해를 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루치아는 마음이 변한 에드가르도를 원망한 나머지 오빠가 강요하는 아르투로에게 마음에도 없는 약혼을 승락하고 만다. 그리하여 피로연 석상에서 루치아는 결혼증서에 서명한다. 얼마 후 뜻밖에도 에드가르도가 나타나 루치아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다. 에드가르도는 성에서 쫓겨나고, 루치아는 비관하여 절망한 나머지 그만 신랑을 찔러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만다. 에드가르도 또한 이 비극에 상심하고 괴로움에 못이겨 루치아의 무덤에 가서 자결하고 만다는 비극적인 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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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장이 시작되고 캐슬린 킴이 노래를 시작하였다. 그녀는 지난 10년여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무대와 유수 유럽극장에서 다양한 배역으로 꾸준히 활동해 온 소프라노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힘있고 강단있으며 동시에 아름다웠다. 비극 오페라답게 상황은 비극적이고, 가사는 애달팠다. 그녀의 힘있는 목소리는 이러한 비극을 더욱 심화시켰다. 대나무가 꺾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노래가 진행될수록 더 이상 무대 뒤에 있던 자막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사를 인지하지 못해도 그녀의 목소리와 연기,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 자체가 노래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었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르이지만,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모습과 전반적인 소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 그리고 그것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고 황홀한 경험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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