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수도권인 지방에서 영화를 사랑한다는 건 - 영화의 거리

글 입력 2021.09.0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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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헤어진 연인과 다시 재회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한번 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누군가에게는 헤어진 연인이라는 존재가 아련한, 미련이 남는 대상일 것이며, 어떤 누군가에게는 상상도 하기 싫은 흑역사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헤어진 전 연인을 향한 입장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변화한다. 전자일 때도, 후자일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헤어진 전 연인’ 이라는 소재는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많은 이야기에서 다뤄지며 꾸준한 인기를 얻어 왔다. 매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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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랑과 헤어짐이 지겹다고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예능 콘텐츠 ‘환승연애’, ‘체인지 데이즈’만 해도 알 수 있다. 지난 사랑과 새롭게 찾아올 사랑. 그 사이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오는 것 같다.

 

영화 ‘영화의 거리’도 언뜻 보면 익숙한 이야기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만남부터 시작해 헤어짐으로 끝나는 여느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이미 헤어진 상태의 두 주인공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영화라는 매개체가 헤어진 인연을 우연을 가장해 엮는 존재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흐지부지 끝난 인연을 다시 만나게 하는 역할도 하지만 결말에 다다를때쯤 의외의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영화라는 존재는 두 주인공이 헤어지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두 주인공 간의 서사는 영화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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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영화를 본 후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점은, 영화라는 존재만큼이나 극중에서 계속해 다뤄지는 요소 때문이다.

 

바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 부산에 살던 이들간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문화 예술을 향한 애정이 업으로 삼고자 하는 동기로 작용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상경을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현실과 이상이 부딪히기 시작한다.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오는 젊은 층의 이동 현상은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떠나고 싶어 떠나기 보다는, 이등 시민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에 떠밀리듯 떠나오는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자의반 타의반으로 상경한 지방인이었기에, 영화의 거리는 그만큼 의미있게 다가왔다. 

 

극중 ‘선화(한선화)’와 ‘도영(이완)’은 과거 영화라는 꿈을 함께 쫓았지만 그 과정에서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의 꿈을 꾸던 ‘선화’는 자신이 나고 자란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했다. 영화 감독 지망생이던 ‘도영’은 반대로 상경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자 했다.

 

그 둘은 결국 헤어지게 됐지만 각자의 꿈을 이뤘고, 다시 부산에서 무언의 일로 재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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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각자의 꿈을 이루는 순간 헤어졌듯, 꿈과 사랑이 함께 동반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현실과 이상이 부딪히듯이 꿈을 이루면 사랑이라는 존재가 이상이 되어버리고, 사랑을 택하면 꿈이라는 존재가 이상이 되어버리는 현실. 이번 영화 ‘영화의 거리’에서도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둘의 이야기는 만남에서 시작해 헤어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헤어진 이후부터 시작되어 만나게 된 시점까지 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는 영화가 존재한다. 영화를 사랑한 두 주인공이 영화로 인해 지나간 인연과 다시 재회하는 이야기.

 

얼핏 보면 사랑 이야기이지만 사랑으로 방황했던 이들 뿐만 아니라 꿈으로 인해 방황하고, 방황했던 이들까지 생각에 잠기게끔 하는 영화라고 느껴졌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부산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기에 무겁던 생각들을 내려놓고 조금은 가볍게 즐길 수도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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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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