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기도 박물관', 변하지 않는 열정의 근본을 담아내다 [미술/전시]

새로운 변화, 상설 전시 리모델링을 중심으로
글 입력 2021.09.0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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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날씨는 나의 열정만큼이나 매우 뜨거웠다. 6월 말부터 가을을 무렵의 지금까지 약 3개월 남짓의 시간이었다. 나는 이곳 경기도박물관의 전시해설사 양성 과정생으로서 함께 했다.

 

 

 

다시 만난 빨간 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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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야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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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박물관, 내 우산을 담다


 

전시해설사 양성과정 교육 첫날, 담당 학예연구사 선생님께 첫 인사를 드리며 눈앞에 보이는 비 오는 박물관 풍경을 보았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 소풍의 기억이 떠올랐다. 박물관 야외 마당에 나란히 둘러져 있는 벽돌에 앉아 김밥을 먹던 장면. 어렴풋한 기억 속 그 빨간 벽돌은 지금도 여전했다.

 

박물관의 유물을 보는 것보다 김밥 먹기를 좋아했던 초등학교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동안 경기도 지역에서 성장한 나의 모습을 통해 다채로운 경기도 보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빨간 벽돌에 둘러싸인 박물관을 다시금 거닐다 보니 학부에서 심리학개론 수업 시간에 배운 '적응(adjustment)'이라는 개념이 문득 생각났다.

 

적응이란 '어떤 방법으로 변화 시켜 환경의 어떤 특정한 요구에 들어맞게 만드는 것', 즉 그러한 요구를 처리해 나가는 과정이며 자신의 욕구를 조절함으로써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다


 

1996년 개관 이후 올해 26년 차. 박물관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약 1년의 기간 동안 새 브랜드 'MI' 런칭과 함께 대대적인 전시실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으로 인해 90일 이상 휴관 상태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언뜻 보면 외부에서는 편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더욱더 ‘가시방석’이었다는 솔직한 말씀도 함께 전해 들었다. 운영 재개 이후에도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여 관람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시도해왔으나 그 나름대로도 여럿 어려운 속사정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이나마 편히 털어놓으며 웃음 지으시는 얼굴을 보니 나 또한 관람객들을 만나는 소통의 창구로서 진중히 임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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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부 (1층 뮤지엄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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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부 (2층 전시실로 향하는 길)


 

전시실 순회 교육 중에는 박물관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에 대해 접했다.

 

크게 두 가지 정도였는데, 첫째는 쾌적한 관람을 위하여 폐쇄적이고 강제 동선에서 탈피한 공간 연출, 그리고 두 번째는 기본적인 지역 박물관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지방 특유의 색으로만 이루어진 기존의 지방 박물관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하셨다.


'변화'는 예나 지금이나 모든 대상에게는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것이다. 이는 요즘같이 가변적이고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진 시기에는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적응을 선택하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영상) 경기도 박물관 재개관, 339일간의 여정

(출처 : 경기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정체성을 다시 세우다, '국가 근본의 땅, 경기(京畿)'



오랜 역사를 가진 박물관이라면 조금은 긴장이 느슨해질 법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능동적인 변화와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관람객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혼신의 노력이 빛을 발하여 박물관 전시실 곳곳의 유물들을 한층 더 빛내 주고 있었다.


 

나무는 뿌리가 있어 자라서 무성하고, 물은 샘으로부터 흘러서 바다에 이른다. 나라에 기전畿甸(경기)이 있음은 나무에 뿌리가 있고 물에 샘이 있음과 같다. 기전(경기)의 정치가 잘되고 못됨은 나라 전체의 무게와 관계되며, 풍속이 순후하고 병든 것은 사방의 오융汚隆에 관계된다.

 

- 경기관찰사 임백령에게 내린 중종의 교서 中


 

2020년 재개관으로 상설 전시 또한 재구성되었다. 리모델링 전시 컨셉트로는 '국가 근본의 땅(國家根本之地), 경기(京畿)'로서, 고려와 조선의 천년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경기'의 범위는 조선의 영역을 대상으로 하되 고려의 경기지역까지 포함한 영역이다.

 

참고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명칭 '경기도'는 지방 행정체제 중의 하나로 1896년(조선 고종 33) 13도제 실시에 따라 탄생하였다. 전시 구성에 있어서는 고려와 조선의 왕조 교체를 단절적인 측면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연속적인 측면으로 파악하였고, 선사(구석기~청동기)와 고대(원삼국~후삼국)는 별도 공간에 구분하였다.


박물관의 다양한 전시실이 보여주듯 '경기 지역'은 예로부터 이곳을 터전으로 한 수많은 국가와 그 변화 양상을 통해 다양성, 개방성, 포용성, 역동성의 가치가 한데 모이게 되었다. 그래서 고유의 정체성이나 특징이 없는 것이 '경기 문화'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여야 했던 특성 그 자체가 바로 정체성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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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출입구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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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전경

 

 

지금도 이곳에서는 끊임없이 요구되는 크고 작은 변화를 담담하게 맞이하고 있다.

 

예전의 문화 사랑방 역할에서 더 나아가 복합문화공간으로의 탈바꿈 속 경기도박물관의 열정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여전히 온기를 간직한 빨간 벽돌의 추억을 사랑하는 소녀는 이제 이곳을 다시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조금은 남들보다 느리지만 세심한 모습의 그녀는 여기서 다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이곳에서 함께 할 때, 세상에 대한 더욱더 넓은 시각과 이타심이 성장하는 만남의 장(場)으로 여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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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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