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폐쇄적인 군문화에 던지는 묵직한 울림 - D.P. [드라마]

우리는 방관자다.
글 입력 2021.09.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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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7일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D.P.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토록 빠른 시일 내에 인기를 끈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개봉한지 3일도 안되어 인기 순위에 이름을 올리더니 기어코 TOP 10 1위 자리를 쟁취했다. 매체에서는 D.P.의 이름이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고 온갖 SNS에서는 DP를 본 군필자들의 생생한 후기가 화제다. DP에 출연한 구교환 배우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이다. 그동안 독립영화에 많이 출연해왔던 구교환 배우가 드디어 빛을 보나 싶다.

 

DP는 군대를 전역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할 드라마로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내가 아는 군필 지인들도 거의 대부분 DP를 시청했거나 DP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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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를 접한 주변인들 반응)

 

 

재밌다는 평도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보기 힘들었다는 반응도 있고 찝찝한 결말에 마음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적나라하게 가혹행위가 묘사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

 

내가 군복무를 했던 곳은 규모가 꽤 큰 부대의 본부대였던지라 아래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위에서 바로 반응이 왔었다. 가혹 행위의 흔적이 발각되면 즉각 영창과 전출을 보냈기에 그렇게 심한 부조리는 없었다. 게대가 다들 운전병이어서 서로서로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군복무를 한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군내 가혹행위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부대가 작을수록, 서로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했다. 지금 사람들이 D.P.를 보고 놀라듯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니, 아직도?' 이런 반응이 먼저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D.P.는 현실보다 덜하면 덜했지, 더하진 않았다. 지금도 이런데, 과거에는 도대체 얼마나 심했던 것일까? 사회와 철저히 분리된 군대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꽉 막혀 밖으로 새어나올 틈이 없던 군대 사건 사고는 얼마나 많았던 것일까.

 

이러한 현실 고증을 제대로 해낸 D.P.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DP조의 첫 활동을 대실패로 끝내고 만 안준호(정해인)의 내적 성장 이야기를 담은 1화,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본격적으로 탈영병들을 잡으러 다니는 2, 3, 4화, 탈영한 조석봉(조현철)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5, 6화, 이렇게 세 부분으로.

 

 

 

1화, 꽃을 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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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1화였다.

 

D.P.는 본 이야기를 하기 앞서 안준호라는 인물이 가진 성격을 조명하여 극의 토대를 탄탄히 잡는다.

 

먼저 안준호는 불합리한 대우나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밀린 월급을 주지 않는 악덕 사장의 오토바이를 팔아치워 스스로 돈을 마련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욕보인 선임자 앞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그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그냥 방관하고 있지 않는다. 가만히 풍파를 견뎌내기보다 정면으로 맞서 현상태를 극복하려 한다.


또한 안준호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피땀 흘려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쓰는 게 아닌, 가족을 위해 쓰고 자신의 실수로 죽은 사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무고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이고 뉘우칠 줄 아는 사람이다.


반면 자신의 행동에 조금의 반성도 내비치지 않는 박성우(고경표)에 크게 분노하는 안준호.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되려 이런 상황에 처한 게 '재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내뱉는 성우를 그는 용서하지 못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준호는, '누군가를 쏴야만 살아남는' 군대 내에서 총이 아니라 꽃을 들고자 한다. 더이상 누군가를 죽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2 3 4화, DP 적응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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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DP조장 한호열과 함께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하는 안준호.

 

탈영병들을 잡으며 그들 뒤에 숨겨진 사연을 마주하고 그들이 탈영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 준호는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다. '군대'라는 장소가 누군가에겐 빠져나가야 할 곳으로, 누군가에겐 도망쳐야 될 곳으로 변모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들에게 군대는 무슨 의미였을까.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어쩌면 준호 말처럼, 그들이 군대에 오지 않았더라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한편, 준호와 호열이 DP활동 때문에 밖에 나가 있는 동안 103사단 내의 분위기는 점점 극에 치닫게 된다. 곧 전역을 앞둔 황장수(신승호)의 가혹행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최대 피해자인 조석봉은 점차 괴물이 되어간다.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인, 자신이 증오해 마지 않았던 선임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 채 말이다.

 

결국 황장수 전역날, 일이 터지고야 만다.

 

 

 

5 6화,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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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진행될수록 미쳐가는 석봉의 모습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었다. 그 착하고 순한 석봉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그는 뒤틀려버렸다. 석봉의 말마따나, 모든 사람들이 방관자였다. 그가 당하고 있을때는 모른척 눈 감고 있더니 무슨 일 벌어질 것 같으니까 부랴부랴 분위기를 바꾸자고 한다. 이제서야 우리가 널 도와준다고 한다. 이미 늦어버렸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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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수는 벌을 받아야했다. 그런데 전역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했다. 아니,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남들이 다 그러니까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특유의 분위기, 그런 분위기에 적응되어 내가 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인줄 몰랐다는 것이다. 이게 몇십년을 이어져왔는데, 가혹행위가 없어질 것이다? 석봉은 차라리 군대가 바뀔 것이라 말하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D.P.가 남기고 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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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D.P.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을 꼬집는다.

 

작중 DP조를 이뤄 활동하던 호열과 준호는 군대 질서를 지키는 데는 유능했지만 뿌리깊은 군대 내 악습을 바꾸지는 못했다. 자신을 향한 부조리는 방관하지 않고 맞서 싸우던 준호였지만 다른 사람을 향한 부조리는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호열과 준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개인에 불과했다.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부디 그 화살이 내게 향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그렇게 행동하는 수단이 누군가의 죽음이어야 하는가. 권력을 등에 업은 폭력에 맞서 싸울 유일한 수단은 죽음 뿐이어야 하나. 끝끝내 꽃다운 생명이 산화하고 나서야 이 꽉막힌 집단은 변화할 기미를 보일 텐가. 충격적이고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 벌어져야 이 폐쇄적이고 숨막히는 집단이 변화할 가능성이 생기려나.

 

우리는 누구도 방관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군대라는 집단이 우리에게 방관자가 되길 강요하고 있다. 보고도 모른척 하길 원하고 있다.

 

D.P.가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자 국방부가 불편하다는 기색을 내보였다. D.P.의 내용이 과장된 것이라고 한다. 현실과는 동 떨어져 있단다.

 

과장되었다라..

 

극의 배경이 된 14년도는 윤일병과 임병장 사건이 일어난 해이다. 14년도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런데도 군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가혹행위 폭로가 일어나고 있다. 핸드폰 사용으로 이제서야 속 시원히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대중적인 폭로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는 끔찍한 가혹행위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과장되었다라..

 

그토록 바뀌길 바라는 D.P.의 메시지가 이렇게 공공연히 짓밟히고 있다. 지금도 군대는 우리가 방관자가 되길 원하고 있다. 아니, 이제는 엄연히 존재하는 방관자의 존재마저 지우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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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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