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두 명의 오르가니스트, 맨발의 연주자와 소울 재즈의 생존자. [음악]

로다 스콧의 [Movin' Blues]와 로니 스미스의 [Breathe]
글 입력 2021.09.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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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oda Scott - [Movin' Blues] (2020)

 

앨범에서 로다 스콧과 토마 드루이누의 톤이 색다름과 거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이고 짜임새 있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로다 스콧의 연주는 마치 보컬 같아서 그가 사용하는 서스테인(페달)은 가스펠의 영적인 느낌과 함께 중창단의 성부 조화를 연상케 한다.

 

이런 요소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곡은 미셸 르그랑의 ‘Watch What Happens’인데, 우선 그는 헤드 멜로디를 축으로 듀크 엘링턴의 ‘Take the ‘A’ Train’의 멜로디 라인을 차용하여 즉흥 연주를 발전시킨다. 두 재즈 스탠다드의 짤막한 유사성이 스치듯 지나가고, 곡 후반부 즈음에는 서스테인을 끌면서 템포가 길어진다.

 

가스펠의 늬앙스를 한껏 안으며 자칫 고루할 뻔한 곡에 새로운 색깔 하나를 덧입히고 원래의 리듬으로 돌아간다. 블루스와 재즈 스탠다드 곡은 듣기에 어려울 것 없이 진행되고, ‘Go Down Moses’라고도 불리는 흑인 영가 ‘Let My People Go’는 같은 곡을 세련된 연주로 풀어낸 피아니스트 햄프턴 호스와는 다르고 루이 암스트롱의 극적인 전개와 더 가깝게 본인만의 연주로 풀어낸다.

 

구성이 듀오로 단순해지면서 앨범의 곡들은 점차 스탠다드, 블루스, 영가의 방향으로 전개되며 장르적 뿌리에 가까워진다. 맨발로 페달을 밟으며 연주하는 로다 스콧은 오랜 시간 그 족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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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Lonnie Smith - [Breathe] (2021)

 

여러 재즈 아티스트가 그렇듯 로니 스미스 역시 스튜디오의 정제된 호흡보다는 클럽 공연처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어 번뜩이는 순간이 앨범에 담기기를 바랐다. 그런 의중이 반영됐는지 몰라도 2018년 앨범 [All In My Mind]에 이어 이번 앨범도 (두 곡을 제외하고) 클럽에서의 연주가 수록됐다.

 

사람들에게 뜨겁게 사랑받은 만큼 빠르게 식어간 소울 재즈의 열기를 여전히 안고 있는 오르간 연주자 ‘닥터’ 로니 스미스의 75세 생일 기념 연주에서 로니 스미스는 여러 의미에서 건재함을 알렸다. 기본적으로 한 시대의 축이었던 연주자이면서 가장 최전선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과시했던 ‘스타’의 포지션(이를테면 지미 스미스, 루 도널드슨, 조지 벤슨 등)에서 한두 발자국 정도 옆에 서서 뒤지지 않는 기량을 발산했던 연주자들을 선보이는 것이 최근 블루노트의 기조다.

 

때문에 다시 나온 그들을 잘 몰랐던 청자들에게는 참신함으로 다가오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연주자들과의 음악적 연결점을 발견하는 ‘늦게 알게 된 참조’가 될 것이다. 이미 그들의 음악을 알고 있던 이에게는 옅게나마 이어져오던 궤적을 재확인하거나 새로이 발견하는 계기가 될 거고, 어떤 경우에는 과거와 비슷한 연주를 하고 있는 베테랑 연주자라는 인상을 줄 테다.

 

당연한 얘기지만 마지막의 경우에는 다소 아쉬운 감상을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로니 스미스의 이번 앨범은 청자들에게 어떻게 가닿을까?


오랜 기간 연주활동을 해오면서 로니 스미스가 지나온 시간을 키워드로 거칠게 요약해본다. 소울과 펑크, 멜로우한 연주로 변화를 꾀한 시간과 ‘여전히’ 소울 재즈. 이번에는 복음적 뉘앙스의 곡과 더불어 7중주라는 작지 않은 규모의 조율사, 그리고 여전한 펑키 한 그루브까지 그가 현시점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모습을 잘 담아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두 곡은 이기 팝과 함께했다. 드레이크가 ‘Hotline Bling’에서 비트를 통째로 샘플링 한 티미 토마스의 ‘Why Can’t We Live Together’는 원곡보다 빠른 템포와 로니 스미스 특유의 펑키 한 즉흥 연주, 조나단 크리스버그의 차분한 솔로로 이기 팝의 목소리와 어우러진다. 또 사이키델릭 음악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도노번의 ‘Sunshine Superman’을 부드러운 오르간 연주로 전달한다.

 

강렬한 연주보다는 이기 팝과 나란히 가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로니 스미스가 오랜 기간 보컬리스트들과 작업하면서 얻게 된 그만의 소통법이다. 흥미로운 트랙은 ‘Track 9’인데, 테너 색소폰과 트럼펫, 트롬본 등 관악이 조나단 블레이크의 드럼과 리드미컬하게 연결되면서 팔메토 레이블에서 발매한 2004년 앨범 [Too Damn Hot!]의 트리오 버전보다 훨씬 풍성하고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

 

관록이라는 건 앞에 나와 있을 때만큼이나 뒷자리에서 더 자주 빛을 발한다. 앨범 제목과 같이 ‘숨쉬기’는 숨소리가 크다고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는 걸 우린 잘 알고 있다. 맞는 방법과 방향을 찾는 게 더 중요하고, 이 앨범의 ‘맞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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