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꾸는 어린이를 위한 다정한 시선 - 열두 살 장래희망 [도서]

글 입력 2021.09.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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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부터 대학 지원서를 내던 고등학교 3학년까지 1년에 한 번씩은 장래희망을 작성해 선생님께 제출해야 했던 걸 기억한다.

 

부모님이 희망하는 나의 장래와 함께 줄지어 놓인 두 빈칸은 특히 고등학생 시절엔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일부였기에 함부로 적을 수 없었다. 3년의 기록은 지원하는 학과 분야에 학생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지녀왔는지에 대한 근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4년을 재학하는 동안까지도 워크넷의 직업리스트를 구경하며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1학년의 장래희망과 3학년 때의 장래희망이 달라 생활기록부를 앞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보인다.

 

또한 고등학생 시절 실제로 기재했던 세 가지 장래희망 중 어느 것도 당시의 내가 직업 삼고 싶었던 것은 없었다. 언어나 외국어 수업을 좋아했고 또 하는 걸 좋아했을 뿐 그걸 활용해 그걸 20대 30대의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며, 또 그 언어 담당의 선생님을 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는 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직업을 기재하라기에 학생 신분에게 가장 가까운 거리의 직업이었던 선생님을 적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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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의 학창시절 기억을 되돌아보게 만든 건 책 한 권에 있었다. 바로 『아홉 살 마음 사전』과 『아홉 살 느낌 사전』 등을 출간한 박성우 작가의 신작 『열두 살 장래희망』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더라?

내가 잘하는 건 뭐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어떤 장래희망을 가져야 하는 거지?

꿈이 꼭 있어야 하는 걸까?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쓸데없는 생각을 꽉 채우는 게 아니야.

불필요한 생각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야.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신나고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 기쁘고 즐겁게 지내는 거야.

"한 여름인데 우리집 마당으로만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

아무도 그려보지 않는 세상을 먼저 그려보는 거야.

"함박눈이 내리는 우리집 마당으로 눈사람들이 몰려와 파티를 하고 있어."

아무도 가보지 않는 세상에 먼저 가보는 거야.

나중에 만날지도 모를 세상을 미리 만나보는 거야.

 

나는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될 거야!


 

여전히 많은 학생이 ‘장래희망’이라는 커다란 단어 앞에서 가지는 고민거리들로 문을 여는 이 책은 장래희망을 직업이 아닌 동사나 형용사를 활용한 ‘사람’으로 표현한다. 무엇이든 잘 고치는 사람,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 운전을 잘 하는 사람, 비밀을 잘 지키는 사람 등 총 33개의 장래희망을 책 한 권에 걸쳐 이야기한다.

 

이 책은 직업이라는 좁은 틀에 갇히던 장래희망의 본질을 어린이들에게 되찾아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리사를 희망하지 않아도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음악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가능성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나아가 어린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많은 것을 부담과 압박 없이 자유롭게 누리고 즐기며 성장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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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좋아하는 게 없더라도,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 감정 표현을 잘 하는 (‘잘 우는 사람’, ‘잘 웃는 사람’) 사람,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처럼 무엇이든 우리의 꿈이 될 수 있음을 책 속의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꿈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며 당장 내일, 아니 이미 우리가 실천하고 실현한 꿈이 있다는 걸 말함으로써 미래에서 현재로 거리를 좁힌다. 즉 어떤 모습이든 항상 우리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다정한 시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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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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