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가시간에도 효율성을 따져야 하나요? [문화 전반]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의 숏폼 열풍에 대해서
글 입력 2021.09.03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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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했다가 식을 줄 알았던 숏폼 열풍이 예상보다 뜨겁다. 숏폼이란 15초부터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지칭하는 용어로, 틱톡에서 시작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까지 숏폼 공유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어딜 가던 비슷한 포맷과 내용을 갖춘 짧은 영상들이 줄지어 이용자들을 맞이한다.


이때 숏폼의 관건은 당연히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다. 기껏해야 30초 내외의 영상을 보면서 본론이 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화면을 스와이프해 랜덤하게 추천되는 다른 영상들을 끝없이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누구든 매력적인 영상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숏폼의 인기 요인이다. 유튜브의 등장을 기점으로 영상 제작은 이미 아마추어도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지만 숏폼은 그 진입장벽을 재차 무너뜨렸다. 대부분의 숏폼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촬영과 편집 기능을 갖추고 있어 누구든지 별도의 편집 프로그램 없이 모바일 기기만으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숏폼의 핵심은 ‘간편함’인 셈이다. 손쉽게 제작하고 고민 없이 소비하며, 시청할 영상을 선택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모든 장점은 양면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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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은 편리함을 과도하게 추구한 끝에 생겨난 컨텐츠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인터넷 없는 세상은 겪어 보지 않은 Z세대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온라인상의 즐길 거리가 범람하고 모든 것을 클릭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번거로운 일은 기피의 대상이 되고, 그 대신 더욱 더 간편하고 용이한 것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숏폼은 결국 여가생활에서도 효율성을 따지는 문화가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누군가는 과도한 확대해석이라고 여기겠지만, 숏폼 문화는 빠른 시간 안에 감각적인 자극과 유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결국 수용자의 통찰과 사유는 저편으로 밀려나고 즉각적인 반응만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금세 휘발될 뿐이다. 이렇듯 수용자의 역할이 극도로 제한된다는 사실은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흔히 깊은 감명까진 남기지 못하더라도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기 좋은 컨텐츠를 두고 ‘킬링타임’용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남는 시간을 죽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숏폼이야말로 여가시간을 가장 쉽게 보낼 수 있는 킬링타임 콘텐츠의 대표격이다.

 

물론 모든 여가시간을 특별하고 유의미하게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시간을 수동적으로 흘려보냈던 우리의 모습을 한 번쯤 되돌아보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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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숏폼 문화를 걸고 넘어지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감흥 없이 스마트폰을 붙잡은 채 여가시간을 흘려보낸다. 직장이나 학교 바깥에서만큼은 생산성과 효율성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여가시간을 때우는 것이다.

 

여가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지가 늘 한정적이었다면 때로는 자유로운 비효율을 즐겨 보자. 때론 귀찮고 불편하지만 캠핑의 묘미를 글램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약간의 번거로움이 우리의 일상에 풍성함을 더해 왔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고도의 효율이란 인간성의 반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는 숏폼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지만, 총알배송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택배업 노동환경 문제로 이어졌듯이 결과중심적으로 능률만을 우선시했을 때 일어나는 문제점은 언제나 우리 도처에 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당연시했던 것들, 편리하다는 이유로 선호했던 것들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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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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