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800년대 프랑스 사회의 시대상 [도서/문학]

적과흑에 나타난 당시의 계급, 사랑, 출세
글 입력 2021.09.05 07: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적과 흑'은 1800년대 초기 프랑스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신분의 차이로 인한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 자식 간의 갈등, 여성과 남성의 권력차이, 당시 교회의 모습, 프랑스의 살롱 문화, 귀족들의 사고방식, 나폴레옹과 왕정복고 시기, 그만큼 격변의 시기에 살아가는 하층민의 절규, 신분상승 욕구, 그리고 절망 등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2020년을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근복적으로 이 책은 사랑이 주제이고 또한 프랑스 사회를 빌렸지만 남녀의 사랑을 확인하기까지 보여주는 심층적인 심리 표현이 놀랍고, 인간 군상들의 욕망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크기변환]표지.jpg

 

 

주인공 쥘리앵은 목수의 아들로 나폴레옹을 존경하며 자신의 신분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한다. 그러다가 라틴어를 할 수 있어 레날 시장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후 레날 부인은 쥘리앵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이에 쥘리앵은 그녀를 통해 신분 상승의 꿈을 꾸기도 한다.

 

레날 부인과의 일이 알려지게 되자, 가정교사를 그만두고 신학교로 향했고 그곳에서 대주교의 신뢰를 받으며 라 몰 후작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인정을 받았지만 이내 신분 상승의 꿈을 버리지는 못하고, 라 몰 후작의 딸인 마틸드를 유혹하게 되고 그녀가 임신하게 되자 라 몰 후작은 그를 귀족 신분으로 만들어주며 돈과 영지를 주게 된다.

 

행복한 순간도 잠시, 라 몰 후작의 집으로 레날 부인이 쓴 편지가 도착하고 쥘리앵과 레날 부인과의 있었던 일을 알게 된 라 몰 후작은 마틸드에게 결혼을 한다면 연을 끊겠다며 떠나버린다. 이에 쥘리앵은 분노에 차 베르에르로 돌아가 성당에서 레날 부인의 어깨를 총으로 쏘아 잡히게 된다.

 

쥘리앵은 레날 부인이 죽은 줄 알고 절망하며 자신의 사형 선고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레날 부인이 살아있다는 것을 안 후에도 항소하지 않고 레날 부인과 마틸드, 친구 푸케의 노력에도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후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푸케는 마틸드와 함께 그가 원했던 대로 그를 보내준다.

 

 

 

'적과 흑'에 나타난 당시 프랑스 사회


 

이 책의 배경은 1820년대로,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거쳐 왕정복고의 시기이다. 1830년 7월 혁명 이전의 루이 18세와 샤를 10세가 집권한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폴레옹의 추종자였던 스탈당의 작품 속에 나폴레옹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말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대가 그렇듯 혁명 후 다시 돌아간 계급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나폴레옹 같이 신분 상승의 야망을 품은 쥘리엥을 통해 다시 혁명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상류층은 혁명의 경험을 통해 신흥 세력을 억누르려는 분위기와 하층민의 기회를 틈타 위로 오르려는 왕정복고 시대만의 묘한 분위기를 경험해 보는 재미가 있다.

 

 

 

'적과 흑'이라는 제목에는 무슨 의미가 담겨있을까?


 

[크기변환]공연.jpg

2008년 일본의 '적과 흑' 공연 모습

 

 

당시에는 귀족이 아닌 평민이 신분 상승을 하기 위해서는 ‘적색’의 옷을 입은 군인이나 ‘흑색’의 옷을 입은 성직자가 되어야만 했다. ‘흑색’ 제복을 착용한 성직자란 가톨릭의 성직자인 사제, 신부와 수도사를 의미한다. 프랑스에서는 개신교 중심의 종교 개혁이 많은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여전히 가톨릭이 종교문화를 지배하고 있었다. 가톨릭의 사제에 입문하는 것은 왕정복고 시대를 살아가는 평민에게 열려있는 신분 상승의 지름길이었다.

 

쥘리엥은 사제보다는 군인이 되려는 꿈을 꿨었지만, 나폴레옹의 통치가 막을 내린 후부터 왕정복고 체제는 모든 평민에게 적색 제복의 군인으로 출세하는 길을 금지했다. 따라서 쥘리엥은 어쩔 수 없이 신분 상승을 위해 성직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작가 스탈당이 제목에 대한 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다. 따라서 이 외에도 다른 해석들이 존재한다.


(1) A symbol of fame and death - 명성과 죽음

(2) A symbol of womb, rebirth of julien and church

(3) A symbol of ideal and reality - 이상과 현실

(4) A symbol of love and conspiracy - 사랑과 계략

(5) The most basic symbol of justice and evil - 정의와 악

 

 

 

쥘리앵과 레날 부인


 

소설 속에서 레날 부인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변덕을 부린다. 최상류층에서 온갖 좋은 것들과 아부만을 들으며 살아온 그녀는 오만의 끝판왕이었다. 그런 그녀가 쥘리엥의 무관심에 마음이 움직인다. 권태로운 삶 속에서 열정적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그녀는 쥘리엥의 무심함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쥘리엥은 사랑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완벽한 그녀의 배경과 조건 그리고 미모는 그의 야심에 부합하는 꼭 잡아야 하는 무엇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애정에 보답하지만 그녀는 그가 좋다고 표현하면 다시 차갑게 변해버린다. 즉, 그의 무관심이 그녀를 애태우고 불안하게 하고 열정적인 무언가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쥘리엥이 우연히 유혹의 기술을 전수받고 난 후에는 무관심함을 보이는 동시에 질투심을 유발하는 기술을 펼친다.

 

1)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기(무관심), 2)상대에게 두려움 주기, 3)질투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하기

 

 

"그의 사랑은 아직도 야심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기처럼 불행하고 경멸받는 가련한 존재가 그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소유하는데서 오는 기쁨이었다. ~ 놀라움과 자존심의 도취가 지속되는 동안만 살아있는 듯이 보이는 사랑이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고 몸서리쳤을 것이다."

 

- p.151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쥘리앵을 이해하려면 당시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함을 느끼게 된다. 당시의 사회 상황을 이해하고 읽으면 이야기가 새롭게 보인다. 따라서 왜 쥘리앵이 나폴레옹을 그렇게 존경하는지, 왜 신분 상승을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가 혼란스러울지라도 쥘리앵은 이해하기에 어려운 인물이다. 쥘리앵이 본인의 신분 상승에 목을 매는 것은 절대왕정과 시민혁명, 왕정복고의 사회에서 어떻게든 성공하고자 하는 하층민의 몸부림인 것이다. 스탈당은 적과 흑을 통해 당시의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사회, 정치 등을 풍자한다.

 

 

오, 나폴레옹이여! 당신의 시대는 얼마나 멋졌던가! 그때는 출세가 위험한 전투를 무릅쓴 대가로 얻는 보상이었어. 그런데 지금은 가엾은 자들을 짓밟아야 출세를 할 수 있으니!

 

- p.151

 


[김지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