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또하나의 교실, '게더타운'으로 등교하다 [공간]

글 입력 2021.09.0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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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인가부터 뉴스의 기술, 사회면을 비롯해 연예면에서까지 어딜 봐도 "메타버스"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많이 들어보았지만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누군가 설명을 해주면 머리로는 이해가 가도, “그래서 도대체 메타버스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처음 “와이파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도 비슷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없던 시절, 닌텐도DS의 기능 중 하나로 있던 와이파이를 나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021 봄학기 나의 대학 수업은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대부분 "줌미팅"을 통해 수업이 진행되었지만, 경영학과 교수님 한 분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셨다. 바로 “게더타운”이었다. 처음 게더타운을 접속하라는 안내를 받았을 때, 뭔지 너무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메타버스 이야기만 잔뜩 나왔던 기억이 난다. 메타버스가 뭔지 몰랐던 나는 복잡해 보이는 설명에 그대로 뒤로가기를 눌러서 검색을 종료했었다.


그리고 학기가 종료되고 새 학기가 시작된 지금, 나는 여러 뉴스들과 서적들을 보며 진짜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내가 한 학기 내내 메타버스 공간에서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게더타운은 개인이 아바타를 선택해 가상 공간에 접속한 후,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키보드를 이용해 아바타를 가상 공간에서 움직이는 동안, 화면 위에는 타 화상통화 서비스들과 유사하게 접속한 사람들의 카메라 화면들이 나온다. 화상통화로 소통하는 것과 화면 공유, 채팅 등은 줌미팅과 기능이 거의 동일하다. 다만 내 아바타가 그 안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 공간에서 총 2개의 수업과 1개의 엑스포에 참여했었고, 직접 동아리 연습 공간을 만들어서 진행해보기도 했었다. 지금부터 나의(나의 아바타의) 게더타운 통학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조별과제도 현명하게, 팀회의실로 Gather!



처음 게더타운을 통해 참여한 수업은 경영학과의 기업가정신 수업으로, 한 학기 내내 팀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걸로 유명한 소규모 수업이었다. 첫 수업 전부터 교수님께서 게더타운 링크를 보내주시면서 로그인을 해 두라고 하셨고, 나는 내 아바타를 고르고 키보드 조작 튜토리올까지 마친 상태로 수업 교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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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은 매우 넓었다. 교실도 다 나뉘어 있었고, 대강의실과 팀회의실, 야외강의실, 세미나실 등 다양한 공간이 있었다. 기업가정신 수업은 주로 소강의실에서 진행되었고, 토론이나 회의 시에만 팀회의실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의를 할 때는 보통이 온라인 수업과 마찬가지로 화면 공유와 채팅 기능을 이용했다.

 

수업을 진행할수록 게더타운이 조별 활동이 많은 수업에 최적화되었음을 느꼈다. 이 수업은 4명 정도의 조로 나뉘어 한 학기 내내 사업을 구상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이었다. 따라서 수업 중 조별로 상의하고 발표할 일이 많았고, 그에 합당한 공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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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더타운은 빌더가 영역을 설정해서 한 영역 내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소통이 가능한 'Private Talk' 기능이 있다. 아바타를 움직여서 조원들이 한 테이블에 앉으면, 다른 조 사람들의 노이즈 없이 조원들끼리만 대화가 가능했다. 이렇게 조별로 회의를 하고, 발표자는 강단에 나가거나 스포트라이트(설정된 사람은 접속자 전원에게 영상이 송출되는 기능)를 받아 발표할 수 있었다.


또한, 공간의 제약 없이 한 책상에 모여서 함께 문서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은 회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도왔다. 게더타운 내에는 사물들에 문서, 게임, 화이트보드, 영상 등의 링크를 연결해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 책상에 앉아서 책상 위의 물건들을 이용해 우리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소통을 나누었다.

 

이러한 게더타운의 기능 덕분에 한 학기 내내 수업 중 조원끼리 소통하고, 발표하고, 수업 외 시간에 미팅을 갖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다른 화상채팅 프로그램에서 느껴보기 어려운 현장감과 편리한 소통 기능들로, 오히려 나는 이 프로그램이 대면 수업보다 조 활동에 효율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덕분에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도 안전하게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공간을 뛰어 넘어, Expo로 Gather!



앞서 말한 기업가정신 수업의 최종 목표는 교내 창업 엑스포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조별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서 그 결과물을 기획서로 제작한 후 엑스포에 제출해야 했다. 엑스포에는 경영학과 학생뿐 아니라 컴퓨터과학과와 기계공학과 학생들도 함께했는데, 이 엑스포 역시 게더타운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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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들도 링크를 타고 들어올 수 있도록 열려있는 이 엑스포에는 조별로 부스가 있었고, 학생들은 엑스포 당일에 각자의 부스를 지키며 관람객들을 맞았다. 우리 부스에서 키보드 X(상호작용 버튼)를 누르면 우리의 슬라이드를 볼 수 있었고, 부스 영역 내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면 자유롭게 화상채팅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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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전시 종료 후 대강의실에서 바로 시상식도 진행되었다. 상장 수상자는 아바타가 앞으로 나와서 상을 받고 인증샷(캡쳐)을 찍도록 했고, 많은 아바타가 오가며 상을 받는 신기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 조는 경영학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비대면”, “온라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실감이 넘쳤던 행사였다. 실제로 여러 교수님들과 학부모, 친구를 비롯해 많은 외부인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게더타운에 접속했었다. 오히려 게더타운이라는 메타버스 공간은, 학교에서 대면으로 진행했다면 시공간의 제약으로 참여하지 못했을 사람들까지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게더타운에서 준비해서 게더타운에서 발표한 프로젝트는, 대면으로 진행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준비과정에서의 시간과 노력 역시도 대면으로 진행했을 때만큼, 혹은 그 이상 소요되긴 했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한 학기 내내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수업 커리큘럼을 직접적으로 따라갈 수 있었고, 나아가 게더타운 내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학교종이 땡땡땡, 대강의실로 Gather!



같은 교수님이 강의하는 조직행동론 수업 역시 게터타운에서 진행되었는데, 이 수업은 약 70명 가까이의 학생이 듣는 대규모 수업이었다. 게더타운은 25명까지 무료로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지원이 들어오기까지 약 2주간은 줌미팅으로 수업을 했다. 하지만 그 후 게더타운의 대강당으로 강의실이 변경되었고, 바글거리는 아바타들은 매주 화목 5시면 게터타운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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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미리 빌드해 놓은 출석용 자리에 시간 맞춰 아바타가 서 있으면, 캡쳐를 하여 출석체크를 진행했다. 그 이후 빈자리로 가서 앉은 후 수업을 들었다. 물론 강의는 동일하게 화면공유와 화상채팅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의자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주는 묘한 긴장감과 현장감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더욱이, 자칫 화면이 잠금모드로 넘어가게 되면 내 아바타가 사라지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업에 한번 지각했을 때는 대면 수업 때의 그 눈치와 민망함을 그대로 느껴보기도 했다. 내 아바타가 뒤늦게 교실로 걸어 들어가자, 분명 다들 날 보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데도 시선이 집중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늦은 나에게 교수님은 "Please sit down!"이라고 말씀하셨고, 몸만 등교하지 않을 뿐 등교 지각생 기분이 제대로 났던 기억이 난다. 질문을 할 때 역시 아바타가 손을 들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대규모 수업에서는 교수님 한분이 다수의 학생들을 관리하기에 좋았다. 한 화면에 모든 아바타가 바글바글 있으니, 다음 페이지로 넘기거나 기록을 보지 않고도 모든 학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혹 수업 중 아바타를 움직여 춤을 추거나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포착됐는데, 그때마다 "Who is dancing in the class time?"이라던 교수님을 보며 이것이 정말 비대면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

 

2021 봄학기 내내 두 과목을 게더타운으로 들으면서, 나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시스템의 혁신이 얼마나 가속되고 있는가를 체감했다. 물론 대면이 필요한 수업들도 있지만, 메타버스 가상공간이 점차 그 자리를 찾아가면서, 교육 시스템에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혁신의 과도기에서 여러 학교는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교육을 가상세계에서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해외 대학에서는 강의를 위해 게더타운이 많이 쓰이고 있다. 아직 한국어 버전이 지원되지는 않지만, 확장이 되거나 비슷한 다른 플랫폼이 생긴다면 더 많은 교육기관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소통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게더타운은 다양한 공간을 빌드할 수 있어서 재택근무나 회의 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서 메타버스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이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비대면 시대에 소통 채널로서 훌륭했다. 물론 모두가 비대면 수업이 쉽다고 할 때 나는 누구보다 활발히 아바타가 되어 돌아다녀야 했긴 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한 체험을 그저 온라인 서핑이 아닌 직접 "경험"이라고 인식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대면 교육의 대안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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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게더타운 교실 내에 함정을 빌드해 학생들에게 자신을 찾아 오는 미션을 주시던 교수님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갈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며 학생들끼리 대화를 나누던 기억은, 절대 코로나19의 "비대면 그것"이 아니었다. 그저 또하나의 교실에서의 기억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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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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